한국은행이 지난 8월부터 CBDC 모의실험에 착수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한국은행이 지난 8월부터 CBDC 모의실험에 착수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관심을 보이는 궁극적 이유는 가상자산(암호화폐) 등장이 아닌 '현금없는 경제'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CBDC 관련 주요 이슈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로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관련 연구와 실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실제 도입을 목표로 CBDC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8월 말부터 CBDC 모의실험에 착수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CBDC 도입에 관심을 가진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이 화폐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가상자산과 CBDC 도입은 엄밀한 의미에서 별개 이슈"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은행들이 CBDC 발행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 현금없는 경제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현금 사용이 빠르게 축소돼 현금없는 경제 혹은 현금 사용이 불편한 경제가 도래하면, 민간 경제주체들은 더 이상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명목화폐를 사용하거나 보유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비대면 결제가 늘어나 실물화폐를 받지 않은 상점이 앞으로 더 늘어나면, 소비자들이 현금을 들고 다녀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다는 것이다. 

이어 "이 경우를 대비해 누구나 사용 가능한 CBDC를 새로 발행해 개인들이 현금없는 경제에서도 계속해서 공신력 있는 중앙은행 발행 화폐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의 여부가 CBDC 도입 논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실물 기반 법정화폐를 디지털화폐로 전환할 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에 실물 명목화폐가 사라질 상황에 처한 국가가 CBDC를 도입한다는 것은 중앙은행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한 편리하고 안전한 새로운 디지털 지급결제 수단이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금융포용 차원에서도 신용 이력이 부족해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는 개인들이 현금이 사라지더라도 CBDC를 통해 안정적인 지급결제수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CBDC 도입으로 인해 은행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이 연구위원은 중국 사례를 들어 이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실물화폐인 현금 발행 메커니즘과 유사하게 중앙은행은 민간은행에 CBDC를 공급하고, 다시 민간은행이 일반 경제주체에게 CBDC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2단계 체제를 통해 CBDC가 발행되고 유통되는 구조다. 

이 연구위원은 "이 체제는 은행이 CBDC 공급의 접점 역할을 수행토록 함으로써 실물화폐인 현금을 CBDC로 쉽게 교환하는 동시에,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약화도 억제해 CBDC 도입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CBDC 도입이 은행의 역할 및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면, 각국 중앙은행은 이를 완화하기 위해 초기 CBDC 보유 한도를 설정하는 등 보완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현재 CBDC가 사이버 공격으로부터의 안전성 등이 아직까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아, 이 연구위원은 이같은 잠재적 금융 불안요인에 대한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CBDC가 익명성을 보장할지의 여부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현금과는 달리 완전 익명성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어 "CBDC는 거래가 이뤄지는 단계에서는 거래 상대방에게 자발적으로 공개한 정보 외에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거래 및 이전 등록 업무 등을 처리하는 단계에서는 중앙은행과 은행에 차별화된 정보 접근이 허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앙은행은 신원정보를 비롯 거래 상대방 및 거래금액 등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일반 은행들은 사용자 신원 정보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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