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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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에픽게임즈는 지난해 자사 포트나이트 게임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추가했다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퇴출당했다. 양사 모바일 앱 정책을 어겼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에픽게임즈는 두 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 애플 관련 소송에 대한 판결이 11일(현지시간) 나왔다. 

어느 한쪽이 이겼다고 하기는 여러모로 애매한 판결이다. 

사건을 담당한 미국 연방 지역법원 요네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애플을 상대로 앱스토어에서 다른 결제 옵션을 막는 것은 반 경쟁적이라며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애플은 개발자들이 앱에 구매  과정으로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외부 링크나 버튼을 포함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사용자들이 앱을 신청할 때 획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앱 개발자들이 사용자들을 접촉하는 것도 막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판사는 애플로 하여금 앱 개발자들이 독자적인 인앱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까지는 판결하지 않았다. 이건 에픽게임즈가 소송에서 요구한 핵심 사안 중 하나였다. 애플은 또 15~30% 수수료를 요구하는 자사 인앱 결제 시스템과 앱스토어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이번 판결은 개발자들이나 소비자들의 승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큰틀에서 보면 이번 판결은 최근 애플이 내년초부터 디지털 콘텐츠나 뉴스, 음악, 영상 같은 디지털 구독 서비스들에 대해 외부 결제 링크를 앱에 포함하도록 허용하겠다고 한 것의 연장 선상에 있다. 적용 범위를 구독 서비스들 외에 게임으로도 확장한 셈이다.

폐쇄적인 애플식 월드가든 DNA를 고려하면 상당한 개방으로 볼 수 있지만 모바일 게임 앱들에 의미 있는 조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같은 구독 서비스들은 iOS앱에 외부 결제 링크를 포함시킬 수 있게 된 것이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외부 링크를 통해 한번 결제하고 나면 추가 결제 없이 앱을 계속 쓰면 되기 때문에, 외부 결제 링크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앱스토어에서 앱내 결제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게임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외부 결제 링크는 사용자 입장에선 번거로운 일일 수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마이클 팩터 애널리스트는 "게이머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템을 사기 위해 게임을 나갈 것인가?"라며 "사용자는 게임을 나가 아이템을 사서 이걸 게임에서 어떻게 쓰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실행되면 엄청난 영향을 미치겠지만 게임 회사들이 규정을 활용하기 위해 시스템을 수정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결국  앱스토어 결제와 수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게임 업체들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이번 판결이 애플의 장기적인 전망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란 인식이 많다.  판결 이후 애플 주가는 하락했지만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애플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주목을 끄는 것 중 하나는 법원이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외부 링크 외에 버튼을 추가하는 것도 허용했다는 점이다.

버튼이 정확하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버튼을 둘러싼 해석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버지는 이와 관련한 기사에서 "판결은 외부 링크와 버튼을 명시했다. 따라서 버튼은 외부 링크가 아닐 수 있다"면서 앱에서 구매를 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물론 애플은 버튼이 외부 링크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다를 수 있다. 자체 인앱 결제를 추가하다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더버지는 "많은 개발자들이 공격적인 방식으로 버튼이라는 말을 테스트할 것이다"고 전했다.

앱스토어를 둘러싼 개발자들과 애플 간 힘겨루기는 이번 판결로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애플에 비판적인 이들과 경쟁 업체들은 원하는 변화를 구하기 위해 법원보다는 의회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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