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추현우 기자] 애플을 필두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바이두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설계하거나 직접 개발한 칩셋 확보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반도체는 반도체 전문 기업이 만들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한다는 업계의 공식이 최근 빠르게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경제매체 CNBC는 6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빅테크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경쟁력 향상과 글로벌 공급망 확보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부에서 범용 반도체를 공급받는 것보다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쓰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더 나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의 반도체 부문 책임 분석가인 시드 알람은 "경쟁업체와 동일한 일반 칩셋을 사용하기보다 특정 작업과 자사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칩셋을 원하는 추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을 더 잘 제어할 수 있으며, 경쟁제품과 차별화가 원활하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반도체 기업 다이얼로그 세미컨덕터의 루스 쇼 이사 역시 이같은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그도 "맞춤형 설계 칫셉을 통해 각 사별로 특화된 서비스에 최적화하고 에너지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장점 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된 글로벌 공급망 이슈도 빅테크 기업의 전략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시로 부품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핵심 부품에 대한 안정적인 조달이 각 기업의 주요 과제로 부상한 것.
애플이 이러한 경향을 대변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자체 설계한 M1 프로세서를 발표한 이후, 인텔 x86 아키텍처에서 벗어나 M1 프로세서로 전환에 나섰다. 현재 맥북에어, 아이맥, 맥미니 등 다수 제품에 인텔 프로세서 대신 M1 프로세서가 탑재됐고 그 수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테슬라 역시 직접 자율주행 칩을 설계해 장착하는 대표적 기술 기업이다. 테슬라는 2019년부터 맞춤형 AI 칩셋을 제작해 테슬라 전기차에 장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경망 처리용 슈퍼컴퓨터용 칩셋 D1을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구글도 크롬북용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에 나섰고 오는 2023년 무렵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아마존은 서버용 칩셋 개발에 들어갔다. 중국 바이두 역시 서버용 칩셋과 자율주행용 칩셋 제작에 들어갔다. 심지어 페이스북도 2019년부터 자체 반도체 칩 연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칩셋 연구 개발과 설계는 진행하지만, 생산까지 맡지는 않는다. 삼성과 TSMC 같은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이 이들 칩셋 생산을 맡고 있으며, 관련 투자를 빅테크 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글렌 오도넬 이사는 "글로벌 시총 1위 애플이나 구글조차도 수백억달러가 소요되는 반도체 생산 설비 확보는 주저하고 있다"면서 "TSMC와 삼성, 그리고 최근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인텔에게 더 많은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만능론이 활개를 치던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이 강조되는 새로운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하드웨어 엔지니어 등 관련 분야 수요가 차츰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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