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답답하죠. 밀어줘도 모자랄 판국에...그러나 정부 방침인데 어쩌겠습니까?”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 정책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걸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와 이에 따른 역차별로 국내 업체들은 그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정작 국내시장에 진출한 해외 업체들은 국내 법과 규제를 유유히 피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터넷 실명제’가 꼽힌다. 이 정책은 결과적으로 국내 동영상 업체들의 몰락을 가져왔다. 지난 2009년 4월부터 시행된 인터넷 실명제로 불편함을 느낀 이용자들은 실명 인증이 필요없는 유튜브 등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당시 국내 시장점유율 2%에 불과했던 유튜브의 점유율은 70%를 돌파했다. 섣부른 규제로, 향후 모바일 핵심 서비스로 떠오른 동영상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성장 잠재력을 빼앗긴 셈이다.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인터넷검색서비스 발전을 위한 권고안’도 이러한 전철을 밟게 될까봐 업계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은 권고안에 따라 검색어에 자사 서비스가 들어가면 '광고'로 표기하고, 경쟁사의 서비스 검색 결과를 보여야 한다. 국내 포털사는 광고 검색 수익이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해당 법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구글 등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는다는 얘기다.

해외의 경우 규제에 대해 얼마나 신중하게 고민하는지 잘 알 수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국내 포털과 유사한 구글의 자사 서비스 우대에 대해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의 후생을 높인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바 있다. EU 또한 직접적인 제재보다 스스로 시정하는 방향으로 권유하고 있다. 인터넷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규제보다는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느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당장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27일 전원회의를 열고 네이버,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포털 3사에 대한 수백억원의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을 의결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포털이 검색 결과에서 광고와 정보를 구분하지 않고, 검색 서비스에 경쟁사를 배제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내 서비스중인 해외 포털은 포함돼있지 않다. 특히, 국내 검색 광고 수익이 연간 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구글이 완전히 제외되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히려 규제에 따라 구글보다도 점유율이 낮은 SK컴즈가 징계를 받게될 판이다.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포털 규제를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대형 인터넷 포털의 독과점을 예방하고 공정한 거래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으나 체계적인 분석없이 포털이 제공하는 광고, 정보검색, 부동산,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을 하나의 시장으로 취급하고 규제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해당 규제로 과연 네이버에 횡포를 당했다는 콘텐츠 사업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매를 맞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포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를 비춰볼 때, 섣부른 규제는 국내 산업을 오히려 침체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마치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불태우는 것과 같다.

특히, 모바일은 거대 글로벌 IT업체들과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무대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규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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