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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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해외 쇼핑몰을 통해 직접구매(직구)로 구매한 아이폰 등 전자제품에 대한 중고거래가 앞으로 가능해진다. 그동안엔 처벌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1년 이상 사용할 경우 가능하다. 또한 USB나 소출력 기기(5V 미만)에는 자율규제가 도입된다. 정부는 그동안 커피 전문점의 진동벨부터 로봇 청소기, 스마트 워치나 블루투스 이어폰 등 안전한 방송통신기자재 이용을 위해 엄격한 사전규제 중심의 적합성평가 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혁신적인 융·복합 제품의 출시에 규제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적합성평가 패러다임을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관리 중심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앞서 설명한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통신기자재등의 적합성평가제도 개선 종합계획’을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이날 임혜숙 장관이 주재하는 제14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영상회의에서 의결됐다. 적합성평가 종합계획은 4대 추진전략 및 16개 과제로 구성됐다. 적합성평가는 방송통신기자재를 제조‧판매‧수입하려는 자가 기자재를 시장에 유통하기 이전에 기술기준(전파의 혼신과 간섭을 방지하고 인체나 기자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정부에 등록하거나 인증 받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브리핑에서 이창희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미국, EU 등 선진 주요국은 사전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사후관리 중심의 적합성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에 정부는 시장환경 변화와 글로벌 추세에 발맞추어 적합성평가 패러다임을 사전규제에서 사후관리 중심으로 과감하게 전환하기 위해 그동안 중소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산학연 전문가와 지정 시험기관 및 국내외 제조기업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본 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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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과기정통부는 사전규제 완화를 위해 자기적합선언 제도를 신규로 도입한다. 기업들이 스스로의 책임 하에 자유롭게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전 절차는 최소한의 행정사항 신고로 대체하고, 정부는 전파안전에 우려가 있는 기자재에 대한 사후관리에 집중한다.

우선 전자파적합성(EMC) 분야 중 USB 또는 5V 미만의 배터리로부터 전원을 공급받는 소출력 기기를 중심으로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대상 기자재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이를 악용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하게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이창희 국장은 “적합성평가 면제 대상 기자재를 수입하거나 유통하고 있는 업체에 대해 수시로 리스트를 관리하면서 불시 점검을 하고 있다”며 “직접 제품을 구입해 직접 시험을 해서 안전성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합성평가 대상 기자재 규정 방식은 대상 기자재를 열거하는 네거티브 규제(최소 규제,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 규제의 명확성 제고와 신제품 출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적합성평가 정보의 실물 표시는 기자재만을 대상으로 완화한다. 온라인 판매의 경우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도 표시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 국내 최초로 도입한 QR코드 방식 표시를 정보보호인증 등 타 ICT 분야로 확대해 인증표시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해외직구제품 중고거래도 허용했다. 개인 사용 목적으로 해외 직구한 제품은 적합성평가를 면제받는 대신 타인에게 판매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됐다. 앞으로는 반입 1년 이상이 지나면 중고거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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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이 국장은 “1년이 경과한 이후에 중고판매를 허용하도록 한 취지는 현재 ICT 제품의 평균적인 수명이 대략 2~3년 수준이다. 그래서 1년 정도 경과를 하면 최초 반입할 때 개인사용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이 됐다고 보고 있다”며 “또 의도적으로 인증제도를 회피해서 악용하는 경우에 그 불법 기자재로부터 전파 안전에 초래될 우려가 상당히 낮아진다고 판단이 되어서 1년을 기준 시점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면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전파인증 제도의 취지가 전자파로부터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또 전파 혼신이나 간섭을 방지하도록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걸 전면 허용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전파법에서 정한 그런 인증제도의 근본적인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정상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해외에서 수입해서 판매하는 수입업자나 판매업자에 비해서 형평성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소비자 편익도 제고하는 한편, 또 전파환경 유지도 중요한 정책목표기 때문에 그러한 균형을 고려해서 설정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반입 1년 이상의 중고거래의 경우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고, 전파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질 경우 가능하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전파법 시행령 개정을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적합성평가 기준이 미비한 기자재에 대한 임시허가 제도인 잠정인증의 심사기간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기존에는 60일+30일 연장(최대 90일)이었으나 30일+15일 연장(최장 45일)으로 단축했다.

규제특구 내 실험국·실용화시험국(무선국)에서 사용되는 기자재는 적합성평가가 자동 면제되도록 해 제품의 개발과 출시를 신속하게 지원한다. 실증규제특례가 부여된 기자재는 적합성평가 면제 대상에 편입한다. 특례를 부여받은 선행 기업과 동일한 조건이면 다른 기업들도 적합성평가를 면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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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활성화를 위해 상호인정협력(MRA)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해외 시험과 인증절차를 국내에서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연 6만여건에 이르는 적합성평가 데이터 체계화도 추진한다. 산업 또는 제품군 단위로 체계적으로 분류해 출시동향을 축적 이를 예산사업 지원 등에 연계하여 신제품 및 신산업 서비스 창출 지원 등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과기정통부는 불법에 대해서는 엄벌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최근 발생한 방송통신기자재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은 이를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사후관리가 어려운 해외 제조자의 책임 확보를 위해 전파법을 개정,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를 법률상 의무로 강화한다.

대리인 지정제도 의무와 관련해 이 국장은 “대리인이 제조기업이나 또는 수입기업의 행위와 동일하게 부적합한 제품을 유통하거나 또는 부정하거나 거짓의 방법으로 적합성평가를 받는 경우에 동등한 책임을 부과하고 제재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시정·수거(리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해서는 제재처분 한다. 시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적합성평가를 받는 등 불법 기자재를 유통한 기업이나 고의·과실로 시험 업무를 부정확하게 수행한 시험기관 등에 대해서는 경제적 제재 수단으로 과징금을 도입한다. 기존에는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이럴 경우 계약한 제조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어 과징금 제도를 신설했다.

인증완료 제품을 확인해 유통하는 판매자의 의무는 완화했다. 기존에는 제조·수입·판매자에 대한 동일한 시험·인증책임을 부과했으나, 판매자는 인증제품 확인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국립전파연구원이 수행했던 인증업무는 민간에 이관한다. 이 국장은 “인증업무를 민간으로 이관하는 것은 전파법 개정을 통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이것은 법령개정 과정과 연계해서 검토할 사항이지만, 현재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사항은 인증서비스가 상당히 공공성이 있다는 측면이다. 또 그다음에 국내의 인증시장 규모(40억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사례에서 과연 인증기관들이 민간에서 어느 정도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참작을 할 계획이다. 인증시장 규모와 공공성 측면도 고려해 볼 때 초기에 많은 숫자의 민간인증기관을 지정하기는 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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