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이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이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주식취득(인수)에 대해 2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조건부 승인했다.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등 7개의 시행 조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이 시장 점유율 31%를 넘는 1위 사업자인데다가, 현대HCN 인수시 시장점유율 35%가 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다는 점에서 공정위 시행조치(조건)는 KT입장에선  크게 부담될 것은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측은 유료방송 시장의 경우 가입자 전환이 IPTV로 상당수 빨리 이뤄지고 있다며 지역·방송권역에서의 유선방송(SO) 사업자들의 지배력 남용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국민의 61% 이상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고 있다며 유료방송(SO, IPTV, 위성)과 경쟁이 심해지기 때문에 지역 방송권역에서의 지배력 남용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즉, IPTV 가입자 전환 가속화와 OTT 등장으로 경쟁이 활성화됐기 때문에 공정위가 현대HCN을 인수하는 KT스카이라이프에 대해 사실상 조건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유료방송시장은 종전에 케이블TV 중심이었지만 2005년부터 IPTV가 시작되면서, 가입자 전환이 IPTV로 상당수 빨리 전환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방송권역에서의 SO 사업자들의 지배력 남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최근에 OTT 서비스가 출현이 된 상황에서 OTT 서비스로 방송을 대체해서 보는 그런 가입자들도 많다. 61% 정도는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답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PTV 서비스의 경쟁 압력이 굉장히 크다는 점과 OTT 서비스도 향후에 대체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로 자리 잡게 되면 지역·방송권역에서의 지배력 남용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유료방송시장의 시장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하지만 디지털 및 8VSB(별도 셋톱박스 없이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해주는 주파수 전송방식)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단체가입 수신계약 체결 거부 및 해지 금지, ▲전체 채널 수 및 소비자 선호 채널 임의 감축 금지, ▲신규가입·전환가입 시 불이익 조건 부과행위 금지, ▲수신계약 연장 전환 거부 금지, ▲고가형 상품 전환 강요 금지, ▲채널 구성 내역과 수신료 등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사전 고지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7개 시행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앞서 설명한 7개의 행태 조치를 이행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수신료 인상, 채널 수 등을 변경한 경우에는 14일 이내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한 기업결합 완료 후 1년 후부터 이 시정명령을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자료 : 공정위]
[자료 : 공정위]

공정위는 지난 LG유플러스-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때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방송시장을 디지털케이블TV, IPTV 및 위성방송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8VSB 케이블TV는 별도의 방송시장으로 획정했다. 

8VSB 방송은 방송 요금이라든지 화질, 채널 수 등 디지털 유료방송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8VSB 방송은 정부의 디지털 방송 전환 시책 과정에서 종전 아날로그 방송 상품과 유사하게 가격이 책정된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실시간 채널형 OTT 서비스는 방송 품질, 이용기기, 소비자 인식 및 실제 이용행태 등 측면에서 유료 방송과 달라서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번 결합은 KT 계열의 방송과 유무선 통신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한 현대HCN 계열 역시 SO사업, 그다음에 콘텐츠, 유선통신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양 계열 간 결합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평 결합 외에 수직·혼합결합이 함께 발생한다. 

유료방송시장은 KT IPTV 서비스, 그다음에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과 현대HCN의 디지털케이블TV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으므로 수평결합이다. 현대HCN이 제공하는 8VSB 케이블방송은 디지털 유료방송시장과 별개의 시장으로 혼합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시장에서는 스카이TV, 현대미디어 등이 수평결합 외에 방송사업자가 콘텐츠를 구매하므로 수직결합에 해당한다. 홈쇼핑 방송채널 전송권 시장은 채널을 제공하는 방송사업자 간 수평결합 외에 홈쇼핑 사업자에게 채널을 판매하므로 역시 수직결합이 발생한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통신망 보유 및 서비스를 하는 KT, 재판매하는 KT스카이라이프 및 자가망을 이용하여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HCN이 직접 경쟁하므로 수평결합에 해당한다. 그 외의 시장 간에도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이동통신 도소매 등 비경쟁 서비스 간 결합상품 구성이 가능하므로 혼합결합 효과가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10개 관련 시장 중 디지털 유료방송과 8VSB 방송 등 2개 시장에서는 결합으로 인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초고속인터넷시장 등 나머지 8개 시장에서는 안전지대에 해당하거나 결합으로 인한 시장점유율 증가분이 미미한 점을 종합 고려할 때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고 정책관은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서는 결합으로 인한 합산 시장점유율, 경쟁 압력의 약화, 경쟁자들과의 생산능력의 격차, UPP 분석 결과 등을 종합 고려 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며 “8개 구역별로 결합으로 인한 합산점유율이 59.8~73% 정도 1위이며, 2위 사업자의 격차도 35.4%p에서 59.3%p까지 확대된다. 가장 치열하게 경쟁해오던 KT 계열과 결합함으로써 해당 구역에서 케이블TV 요금 인상을 억제하던 경쟁압력이 크게 약화된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설문 결과, 현대HCN이 디지털 케이블TV의 요금을 10% 인상할 경우에 KT계열 방송으로의 전환율이 43.6%로 가장 크게 나타났고, 이러한 전환에 따른 추가 이윤은 KT계열로 가게 된다. 결합으로 결합상품 구성 등 서비스 제공 능력 격차가 커져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등이 견제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디지털 시장의 경우 전국시장 기준으로 마켓셰어는 KT 계열이 약 41%, LG유플러스가 26%, SK브로드밴드가 24.9%, 딜라이브가 5.2% 정도로 전국시장 기준으로도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된다. 공정위가 방송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 UPP 분석을 실시한 결과, UPP 지수가 +의 값으로 디지털 케이블 TV에 대한 가격인상 유인이 존재한다. 

8VSB 방송시장의 경우 8개 각 방송구역별로 잠재적 경쟁의 약화, 진입장벽의 증대 및 UPP 분석결과 등을 종합할 때 경쟁제한 효과가 크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8개 방송구역 8VSB 유료방송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100%로 독점사업자다.  

KT 및 KT스카이라이프는 8VSB 유료방송시장이 가격인상 등을 억제해 오던 잠재적 경쟁자로서 결합 후 잠재적 경쟁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 

고 정책관은 “모든 방송구역에서 인접 시장인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사업자의 점유율이 증가함에 따라서 8VSB 상품의 채널당 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며 “해당 방송권역에서 100% 독점사업자임에도 채널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KT 등 경쟁사업자로부터의 경쟁압력에 직면해 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결합으로 KT계열이 모든 방송플랫폼을 구비함에 따라 결합상품 제공 능력 등 시장진입에 더욱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 측은 UPP 분석 결과 +값이 도출되어 가격인상 유인이 존재하다고 봤고 8VSB 상품에 대한 소극적인 마케팅, 인센티브 축소 및 요금 할인 축소 등 소비자 피해 소지가 있고 IPTV 등 고가상품으로의 전환유도 가능성도 예상했다. 

고 정책관은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결합상품 위주의 경쟁이 이루어지면서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3사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는 한편, 케이블TV 플랫폼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범용 인터넷망을 이용한 동영상 서비스인 OTT의 이용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미디어 이용행태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등 시장 경쟁의 외연이 확장되는 추세에 있다. 공정위는 신속한 심사를 진행하되, 경쟁제한에 따른 폐해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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