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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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기업과 공공 분야에서 암호화폐와 무관하게 이런저런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진행됐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딱 이거다'할 만한 사례는 많지 않다.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성격의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다. 블록체인 기반이라고 하는데, 블록체인이 왜 들어갔는지 설명하기 애매모호한 것들도 많다.

이런 가운데 행전안전부가 연말까지 모바일 운전면허증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 분산 신원 시스템(DID) 형태로 구현한다. LG CNS와 라온시큐어가 프로젝트를 맡아 구축을 진행 중이다.

주민등록증과 함께 신분증 역할을 하고 3000만명이 넘게 소지하고 있는 운전면허증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것인 만큼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암호화폐와 무관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로는 국내에서 가장 중량급으로 꼽힌다. 블록체인이 들어가서 뭐가 다른지, 향후 어떤 변화를 몰고올 것인지와 관련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우선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어떻게 쓰는지 살펴보자. 운전면허증 소지자들은 기존 물리적 형태 면허증과 모바일 운전면허증 둘다 받을 수 있고, 처음부터 모바일 운전면허증만 발급받는 것도 가능하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면 이를 보관하기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지갑앱을 설치해야 한다. 지갑 앱에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말고 국가 유공자증 등 다양한 것들을 담을 수 있다.

지갑 앱에서 운전면허증은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지가 아니라 데이터다. QR코드, NFC(Near Field Communication), BLE(Bluetooth Low Energy) 등을 지원한다. 지갑 앱은 디지털 신분증 저장 외에 이들 다른 신분증을 검증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은 인프라 노드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중요할 변수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경우 합의 노드는 일단 경찰청, 행정안전부, 조폐공사가 운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경찰청 위임을 받아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발급하면 이들 노드가 합의해서 관련 내용을 기록한다.  

운전면허증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정부기관들이 노드로 참여하면서 보안을 강화하려는 접근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시스템에는 합의 노드와 별개로 검증 노드도 배치된다. 검증 노드는 쓰기는 안되고 읽기만 가능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합의 노드에 기록돼 있는 데이터와 비교해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A라는 사람이 B은행에 신원 증명을 위해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제출하면 B은행은 검증 노드에서 해당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A라는 사람 것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합의 노드는 노드 운영기관들 전용 네트워크에 있지만 검증 노드는 인터넷 상에 공개돼 있다. 또 합의 노드에서 발급 정보가 추가되면 검증 노드로 전파된다. 검증 노드는 초반에는 정부기관들이 먼저 운영하지만 향후에는 민간 업체들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검증 노드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이동통신 3사가 운영하는 본인인증앱 '패스'(PASS)도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지원한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패스 앱 운전면허증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돌아가는 방식은 다르다.

김태진 라온시큐어 전무는 "패스 앱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는 경찰청에 있는 정보를 확인만 하는 것이다. 신원 인증용으로 제3의 기관에 제출할 수는 없다. 행안부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카피본을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지가가 지갑 앱에 직접 보관하고 있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다양한 곳에 비대면 신원 확인 수단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블록체인이라서 크게 다르게 느껴질 것은 없다. 그러나 김태진 라온시큐어 전무는 자기주권신원(Self Sovereign Identity) 측면에서 보면 모바일 운전면허증 시스템은 기존 공공 IT시스템과는 접근법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 전무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발급기관이 발급 이후에는 소지자가 그걸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파악할 수 없다. 검증노드의 경우 합의노드에서 개인 신원과는 전혀 무관한 형태 데이터를 확인할 뿐"이라고 말했다. 자기주권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행정안전부 주도 모바일 운전면허증 프로젝트는 사용성은 어떨지, 이미 사용자들이 여러 지갑 앱을 쓰고 있는데 정부가 제공하는 또 하나의 지갑 앱을 깔아 쓰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등 지켜봐야할 부분들이 여전히 많다. 그럼에도 3000만명이 넘는 사용자 기반, 다른 것도 아니라 디지털 신분증 프로젝트임을 고려하면 킬러 앱에 목마른 블록체인 판에서 나름 가능성을 가진 사용 사례(Use case)가 등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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