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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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기업들이 점점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른바 멀티 클라우드 전략에 무게를 두면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양강 구도인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 판세에 다른 업체들이 파고 들어올 공간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기사를 통해 이같은 트렌드를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업과 공공기관들 사이에서 좋은 기능만 골라 쓰거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클라우드 업체들을 경쟁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섞어 쓰는 사례가 늘었고 이로 인해 AWS와 애저 외에 구글 클라우드, 오라클, IBM에게도 기회의 문이 넒어지는 모양새다.

물론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는 여전히 클라우드 시장에서 원투펀치를 형성하고 있지만 멀티 클라우드 트렌드 확산 속에 후발 업체들이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확대됐다. 기업 부서들마다 각기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면서 우연히 멀티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상황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용 평가 보고 회사인 엑스페리언은  2014년부터 AWS로 IT인프라를 옮기기 시작했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구글 클라우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도 추가했다.

엑스페리언의 글로벌 최고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는 "더 많은 옵션들은 좋은 것이다"면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경쟁적인 압력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업체들 경쟁이 심해지면 클라우드를 쓰는 쪽 입장에선 유리해진다는 얘기다.

엑스페리언 외에  AT&T 같은 회사들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을 포함하는 클라우드 업체들과 협력해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클레이 마고요크 오라클 OCI 담당 부사장은 "일부 워크로드들을 보다 잘 돌리고  다양한 클라우드를 활용해 비용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많은 고객들이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채택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업체 플렉세라 연례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조사 대상 기업 92%가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81%에서 증가한 수치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전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지출은 지난해 32% 증가한 592억달러 규모에 달했다. 2022년에는 1068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클라우드 시장을 둘러싼 판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각각 27일(현지시간)과 29일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이번에도 클라우드 사업에서 고성장이 예상된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아마존은 AWS 사업으로 30%,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클라우드로 40% 이상 성장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들 외에 정부 기관들도 멀티 클라우드 전략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13년 AWS를 도입했고 지난해 계약 시간이 종료되면서 여러 클라우드 업체들을 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국방부(펜타곤)도 마이크로소프트가 2019년말 단독 수주한 100억달러 규모 JEDI(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 프로젝트를 없던일로 하고 여러 클라우드 업체들에게 참여를 오픈한 JWCC(Joint Warfighter Cloud Capability) 사업을 추진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기업 입장에선 멀티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일 수도 있다. 관리 측면에선 특히 그렇다. 운영에 따른 복잡성이 커지면 보안 위협에도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체별 클라우드 서비스들 특징도 저마다 제각각이다. 클라우드 간 데이터를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WSJ에 따르면 샌안토니오 소재 보험 회사인 USAA도 필요할 때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클라우드 서비스들에 걸쳐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이게 도전적인 일임을 알게 됐다.

마이클 윌레테 USAA 클라우드 운영 담당 부사장은 "모든 클라우드 업체들은 겉으로는 아니라고 해도 락인(lock-in, 공급 업체에 종속)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좋아졌다고는 해도 클라우드는 한번 쓰면 다른 걸로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들 밖에서 멀티 클라우드 사용을 주특기로 하는 테크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멀티 클라우드를 둘러싼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 잠재력이 실제로 점점 커지고 있다. WSJ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웨어하우스(DW) 업체인 스노우플레이크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기업들이 여러 클라우드들에 걸쳐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들이 복수 클라우드 업체들에 걸쳐 클라우드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아비아트릭스 시스템스의 스티브 뮬라네이 CEO는 "2년반전에는 모든 것이 AWS였다. 지금은 모두가 멀티 클라우드"라고 말했다.

주요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들도 자체적으로 고객들이 클라우드 간 연결을 지원하는 툴을 갖췄다. 하지만 클라우드 업체는 가능한 기업들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는 만큼, 많은 고객들은 자신들 옵션에 조심스럽다고 WSJ은 전했다. 멀티 클라우드를 쉽게 쓸 수 있게 해주는 인프라 소프트웨어 업체인 하시코프의  데이브 맥재닛  CEO는 "기업들을 독립적인 멀티 클라우드 공급 업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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