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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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올해 들어 암호화폐 판이 커지면서 변화에 맞추려는 각국 규제당국의 행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규제 범위도 넓어졌다.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나 암호화폐공개(ICO)를 넘어 채굴과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등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인프라와 관련 활동들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스스로를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하는 세계 최대 암호화페 거래소 바이낸스도 각국 규제당국으로부터 견제구를 받기 시작했다. 일본, 캐나다, 태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바이낸스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규제의 명분은 바이낸스가 허가 없이 자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미국 등에선 현지 법인을 설립했지만 다른 나라들 대부분에선 별도 조직을 두고 있지 않다. 조직은 없어 서비스는 현지 언어로 제공하는 식이다. 

한국도 바이낸스에 접속하면 한글 페이지가 뜬다. 물론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거래소들처럼 원화로 거래가 가능한 건 아니다. 바이낸스는 코인 투 코인(C2C) 거래에 기반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있지만 국내선 지원하지 않는다. 여러 거래소들에 상장돼 있는 바이낸스 거래소 토큰인 BNB을 구입하면 바이낸스에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법인은 없이 서비스만 현지어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바이낸스가 현지 법체계에 따르지 않을 경우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현지어로 된 서비스를 못하도록 하거나 바이낸스 웹사이트를 아예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낸스를 근본적으로 각국 정부 규제의 틀 안에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이낸스는 국적이 좀 불문명한 거래소다. 일부 보도들을 통해 케이먼제도와 세이셀제도에 본사가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바이낸스측은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본사 소재지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본사가 어딘지도 명쾌하지 않은 바이낸스가 각국 정부 요구들 눈높이에 맞게 맞춤형으로 대응할지 여부는 '글쎄'다. 태국 규제당국도 바이낸스에 기간을 정해 놓고 답변을 요구했는데, 무응답이어서 직접 고소하는 카드를 뽑아들게 됐다. 

한국의 경우 금융 당국이 바이낸스를 규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바이낸스 웹사이트에 대한 접근 자체를 막을 경우, 해외보다 국내서 비트코인와 이더리움 같은 주요 암호화폐이 비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있다.

바이낸스는 중앙화된 거래소 외에 디파이에 최적화된 블록체인 플래폼인 바이낸스 스마트체인(BSC)도 운영하고 있다. BSC는 중앙화된 웹서비스인 바이낸스와 달리 P2P 네트워크여서 정부 규제가 먹혀들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럼에도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등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에서 돌아가는 서비스들을 겨냥한 각국 규제당국의 레이더망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증권 감독기구(IOSCO, 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ecurities Commissions​) 주최로 각국 금융 규제 당국 관계자들과 디파이 스타트업들간 비공개 화상 회의도 열렸다.

이번 모임에는 미국 대표적인 금융 규제 당국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증권거래위원회(SEC) 대표들도 참석했고 디파이 진영에선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DEX)인 유니스왑, 파생상품 거래소 dYdX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번 회동은 각국 금융 규제 당국이 디파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CFTC의 댄 베르코비츠(Dan Berkovitz) 커미셔너는 최근 한 발표에서 파상상품 거래를 위한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규제받는 곳을 통해서도 선물이 거래될 것을 요구하는 현행 상품 거래 조항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관련 디파이 프로토콜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새 가이드라인도 디파이 진영엔 대형 변수다. 아직 초상 상태인 FATF 새 가이드라인은 암호화폐거래소 중심의 가상자산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디파이를 포함한 탈중앙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직접 겨냥하고 있다. 

FATF 규정에 따르면 VASP로 지정된 곳들은 자금세탁방지(AML)이나 테러자금조달방지(CFT)를 위해 고객신원확인(KYC)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디파이 프로토콜도 가상자산서비스사업자(VASP) 규제를 받을 경우 유니스왑 같은 탈중앙화 기반 서비스들도 고객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물론 FATF 가이드라인 초안을 보면 디앱이나 디파이 프로토콜 자체가 VASP로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디앱을 소유하고 있거나 운영하는 이들은 VASP로 지정될 수 있다. 디파이 프로토콜 자체는 아니지만 프로토콜 소유자나 운영자들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디파이 프로토콜은 FATF가 정의하는 가상자산서비스사업자(VASP)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디파이 프로토콜의 경우 중앙화된 거래소들과 달리 사용자 자산을 위탁 보관하지 않을 뿐 더러  사람들 개입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으로 자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FATF VASP 규제에 적용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탈중앙화(DEX) 거래소 유니스왑(Uniswap) [사진: 유니스왑]
탈중앙화(DEX) 거래소 유니스왑(Uniswap) [사진: 유니스왑]

마음은 있다고 해도 정부당국이 디파이들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유니스왑을 예로 들어보자.

우선 유니스왑은 중앙 서버가 없는 구조다. 정부 입장에선 폐쇄하고 싶어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 KYC가 필요하면 누구에게 하라고 할지와 관련해서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유니스왑은 유니스왑랩스가 많은 부분을 개발했지만 유니스왑랩스는 프로토콜 운영에 대한 거버넌스를 광범위한 사용자 커뮤니티에 넘겼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유니스왑 프로토콜에 대한 주요 정책들을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유니스왑랩스가 유니스왑에서 뭔가 바꾸고 싶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유니스왑이 지난해 공개한 토큰인 유니(UNI) 보유량에 근거해 투표권을 행사한다. 

그럼에도 각국 정부와 국제 기구 행보를 보면 현실성 여부를 떠나 스마트컨트랙트 기술을 적용해 자동화돼 있고, 거버넌스도 탈중앙화된 디파이까지 직접 규제하려고 하는 모습이다. 규제에서 자유롭게 성장해온 디파이 프로토콜이 달라진 환경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FATF는 10월 이후 새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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