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둘러싼 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출신 성분의 회사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B2B SaaS 업계 판세는 오라클이나 SAP 같은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구글이나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형 인터넷 기반 서비스 업체, 세일즈포스처럼 처음부터 B2B SaaS로 출발한 SaaS 네이티브 업체들이 시장을 분할 통치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쟁 구도가 확 달라지는 모습이다. 고정관념의 잣대를 들이대면 B2B SaaS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회사들 이름도 종존 눈에 띈다. B2C로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B2B SaaS로 확장하는 케이스를 넘어 컴퓨터 그래픽(CG), 제조 산업용 솔루션 등 특정 분야에서 주특기를 가진 기업들의 B2B SaaS 시장 진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숙박 공유 서비스로 유명한 야놀자는 최근 B2B SaaS 사업을 전담할 신규 법인인 야놀자 클라우드를 설립했다. 야놀자는 야놀자클라우드 설립과 함께 글로벌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을 본격 확장한다.

올해는 모든 호텔 운영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연결해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와이플럭스(Y FLUX)’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서 포지셔닝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개인 사용자들 입장에서 야놀자가 B2B SaaS로 영토를 확장하는 장면은 이색적인 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야놀자 B2B 사업은 나름 역사가 있다. 야놀자는 2017년부터 호텔, 레저시설, 레스토랑 등 여가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SaaS 플랫폼을 개발해왔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숙박 분야에서도 비대면 기술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호텔 대상 B2B SaaS 사업이 갖는 잠재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취업 서비스 원티드를 운영하는 원티드랩도 B2B SaaS 사업을 키우는 대표적인 서비스 스타트업 중 하나다.

원티드랩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활용한 ‘지인 추천 채용’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채용 플랫폼 ‘원티드(wanted), 구직자 커리어 주기에 맞춰 다양한 교육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HR 솔루션 '커먼스페이스(Commonspace)' 서비스를 인수하고 B2B SaaS도 신성장 동력으로 전진배치하는 모습이다. 원티드랩은 8월 코스닥 상장과 함께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HR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강화할 예정이다.

야놀자와 원티드랩 모두 기업과 개인이라는 양면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2B SaaS는 이미 갖고 있는 기업 네트워크를 신규 사업에 활용하는 성격이다. 그런 만큼 양면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먹고 사는 다른 회사들도 유망 신규 사업으로 B2B SaaS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특정 분야에서 한우물만 파온 회사들의 B2B SaaS 시장 진출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세계적인 시각 효과(Visual effects) 전문 업체인 웨타 디지털이 대표적이다. 영화 감독 피터 잭슨도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웨타 디지털은 3D 설계 및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토데스크와 제휴를 맺고 내부용으로만 사용해온 컴퓨터 그래픽(CG) 솔루션 중 일부를 클라우드 기반 SaaS로 판매한다. 오는 4분기 프라이빗 베타 버전을 공개한다.

웨타 디지털이 핵심 기술 일부를 경쟁사들도 쓸 수 있는 SaaS로 선보이는 것은 시장성이 나름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프렘 아카라주 웨타 디지털 CEO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전쟁으로 콘텐츠 제작 관련한 소프트웨어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CG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고 자연스럽게 이들이 쓸 수 있는 솔루션 시장도 판이 커질 것이란 얘기다. 웨타 디지털의 B2B SaaS 시장 진출은 이같은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산업 자동화 분야에서 거물급 회사로 통하는 로크웰 오토메이션도  B2B SaaS 공략을 위해 최근 대담한 카드를 뽑아들었다.

제조 분야 B2B SaaS 사업을 위해 이 분야 전문 업체인  플렉스 시스템스를 22억2000만달러 규모에 인수하기로 한 것. 로크웰 오토메이션의 행보는 자동차 제조사부터 창고 및 물류 회사들에게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 일환이다. 이를 기반으로 로크웰 오토메이션은 소프트웨어 매출을 확대하고 연간 반복되는 매출 흐름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얼핏 '이단아'로 비춰지는 회사들의 B2B SaaS 시장 진출기를 보면 나름 그럴듯한 명분을 갖고 있다. 이들 기업 고객 관점에서 보면 특히 그렇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 다양한 기업들이  B2B SaaS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잘만 하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SaaS가 갖는 속성이 지속 가능성 확보에 목마른 많은 기업들에게 거부하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