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패소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재판을 마친 뒤 SK브로드밴드 측 변호인인 강신섭 변호사가 소송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패소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재판을 마친 뒤 SK브로드밴드 측 변호인인 강신섭 변호사가 소송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넷플릭스가 25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넷플릭스가 사실상 불복 의사를 밝혀 2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만약 2심에서도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할 경우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들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Contents Provider)에게 정당한 망이용료를 요구하는 협상 테이블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에 대해 SK브로드밴드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측은 재판부가 넷플릭스가 망이용대가를 내야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판이 좀 더 진행됐다면 반소를 제기해 망이용료를 받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2심에 갈 경우, 반소 제기를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와 법률 대리인인 세종이 반소 제기를 통해 망이용료 청구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망이용료에 대한 반소는 2심에서 같이 진행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김형석, 박상인, 김태진)는 25일 1심에서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은 각하하고,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망 사용 대가 지급과 관련해 계약 자유의 원칙상 계약을 체결할지,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는 당사자들의 협상에 따라 정해질 문제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 원고가 피고에 대해 협상의무와 대가지급의무 확인을 구하는 사건 협상 의무에 관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협상의무의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명, 대가 지급의무 관해 보면 원고들과 또는 현재 ~홍콩에서 직접 연결하고 있는데 합의하에 연결하고 있고 합의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을 체결 할지 말지, 어떤 대가 를지급할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해야 하고 법원이 나서서 체결하라 마라 그렇게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사실상 불복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측은 판결 이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CP(콘텐츠사업자)는 콘텐츠에 투자하고 제공할 의무가, ISP(통신사)에는 소비자가 요청한 콘텐츠를 원활히 전송할 의무가 있다”며 “ISP가 콘텐츠 전송을 위해 이미 인터넷 접속료를 지급하고 있는 이용자들 이외에 CP에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두고 ‘무임승차’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사실의 왜곡”이라며 “오히려 소비자가 이미 ISP에 지불한 비용을 CP에도 이중 청구하는 것으로, CP가 아닌 ISP가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측은 항소 여부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판결과 관련해, 법원의 판결문을 검토해 향후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며  “항소여부도 판결문을 본 뒤 판단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사실상 불복 선언을 했기 때문에 항소를 통해 2심으로 갈 확률이 매우 높다.  

이날 오후 SK브로드밴드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강신섭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의 소’의 패소 판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의 동경과 홍콩에서 들어오는 해외망, 부산에서 서울·동작 서초로 들어오는 국내망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망이용대가가 있다고 하는 것이 우리(세종,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었고,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게 원고(넷플릭스, 김앤장)의 주장이었다”면서 “재판부에서 자세히 언급 안했지만 (우리 주장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기각한 것이지 반드시 망 이용료를 지급하라고 한 것이 아니긴 하다. 이에 대해 강 변호사는 “재판 기일은 3번이었는데, 좀 더 진행됐다면 반소를 제기해 망이용료를 받으려 했다. 만약 넷플이 불복해 고등법원에 간다면, SK브로드밴드의 경영 판단이겠지만 반소 제기를 진지하게 고려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심으로 이어질 경우 SK브로드밴드가 반소 제기를 통해 넷플릭스로부터 망이용료를 직접 받는 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넷플릭스는 피고(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재공받고 있다”며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와 같이 보는 것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SK브로드밴드의 한국 내 전용회선을 거쳐 이용자에게 도달하는데, 이에 비춰볼 때 SK브로드밴드로부터 인터넷망 접속과 연결이라는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신용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연회비를 받고 가맹점에 수수료를 받는 등 양 당사자로부터 대가를 수령하는 다면적 법률관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가입자에게 이용료를 받더라도 넷플릭스에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2심에서도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은 물론, 법원이 망이용료를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된다. 2심에서도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할 경우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가 글로벌 CP에 정당한 망이용료를 요구하는 협상 테이블이 이어질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는 물론, 넷플릭스에게 망이용료를 사실상 하나도 못받고 있는 KT·LG유플러스도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이용료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특히 넷플릭스 외에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해외 OTT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예정된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패소 판결이 망 이용료 협상의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는 구글까지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일평균 트래픽 점유율 자료(2020년 4분기 기준)에 따르면 국내 트래픽에서 구글(유튜브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25.89%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넷플릭스(4.81%)와 비교해도 5배 이상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강신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ICT그룹장)는 “이번 판결은 꾸준히 논란됐던 망이용대가와 관련해서 사업자 간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국내 인터넷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는 “과기정통부는 판결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부가통신사업자와 기간통신사업자가 긴밀히 협력해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1심 판결문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1심 판결문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