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KT가 이석채 회장이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특히, 이번 수사는 이명박 정권 때 KT-KTF납품비리 혐의를 받고 검찰 수사 끝에 불명예 퇴진한 남중수 전 KT 사장의 모습과 겹쳐, 이석채 회장의 향후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양호산)는 지난 22일 오전 10시께부터 KT본사와 계열사 이 회장 자택 등 16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관련 임원들을 출국 금지시켰으며,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재무회계 장부 등 각종 사업 보고서를 집중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표면적으로 이번 수사가 참여연대의 이석채 회장의 고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남중수 전 KT사장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이명박 정부 때 선임된 이석채 회장의 퇴진 종용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분위기다.

▲ 이석채 KT 회장

특히 참여연대의 고발이 있은 뒤 2주일이 채 안돼 압수수색이 진행된 점을 두고, 검찰이 구체적인 혐의를 포착한게 아니냐는 추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신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휴대폰, 수첩 등도 모두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고발 혐의뿐만 아니라 개인 비리쪽으로도 수사 중이라는 후문이다. 

현재 이석채 회장이 받고 있는 주요 혐의는 ▲수 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한 점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만 받아 회사와 투자자에게 최대 869억원의 손해를 끼친 점 등이다.

이에 대해 KT측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전혀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러 계열사와 이 회장의 자택까지 압수수생 대상이 되면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미 민영화가 된 기업을 정권 교체기마다 CEO를 입맛대로 바꾼다며 지적하고 있지만, 상황은 이석채 회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KT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94% 급감했고, 올해 2분기에도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약 40% 줄었다. 이 회장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광대역LTE 주파수 확보에 성공하며 상황 역전을 노렸으나, 가입자는 8개월째 순감이다. 또 노동자 탄압 문제와 친인척 및 전/현직 정권 인사 낙하산 배치로 그동안 정치권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끊임없는 질타를 받아왔다.

실제 지난 14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측은 “KT의 전/현직 인사 36명의 이석채 회장의 낙하산 인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으며, KT새노조와 참여연대 등은 압수수색이 시작된 날 성명을 내고 배임 혐의를 확신하며 이 회장의 사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이 회장에 출국 금지를 내려, 31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확률도 커졌다.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업무 배임, 불법적 노무 관리 등에 대한 의혹 해명을 위해 이석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여야 할 것 없이 '이석채 국감'을 벼르고 있는 상황.

업계 관계자는 “수사 도중 그간 언급돼온 각종 비리나 혐의에 대한 사실이 밝혀지면 이 회장이 자연스럽게 물러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며 “이번 검찰 수사 향방이 이석채 회장의 임기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증거물을 분석하고 조만간 관련 인사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그간 사퇴설이 나올 때마다 정면돌파로 상황을 타개했던 이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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