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PC가 전 세계 시장을 압도하던 과거, 피처폰에는 현재와 같은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필요치 않았다. 운영체제(OS)도 특별하지 않았을뿐더러, 대부분 베이스밴드가 이 역할을 대신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운영체제(OS)가 탄생하고, 그에 따른 소프트웨어(SW)가 애플리케이션 형식으로 지원됨에 따라 보다 휴대폰에서도 보다 높은 성능을 요구하게 됐다. 또한 안정적인 전력을 수급받는 PC에 비해, 한정된 배터리 사용량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휴대폰의 경우 저전력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 높은 성능 대비 적은 전력을 소비하는 것이 모바일AP의 기본 요구 사항이다. (사진 : 퀄컴)
성능 대비 뛰어난 전력 소모 능력 요구
모바일 AP 경쟁 키워드로는 단연 높은 퍼포먼스와 효율적인 전력 소모를 꼽을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휴대성이 강조됨에 따라 더 얇고 더 가벼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제조업체들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과 동시에 광대역 LTE와 LTE-어드밴스드(Advence), 기가 와이파이(Giga WiFi) 등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네트워크망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베이스밴드칩을 합께 집적화한 통합칩 솔루션이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초 모바일 AP 발전의 촉매는 단연 애플 아이폰의 등장이다. 지난 2007년 6월 첫 모습을 드러낸 아이폰은 단순한 휴대폰 제품 중 하나가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IT산업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해준 지표로 작용했다. 그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운영체제(OS)인 iOS(당시 iPhone OS)다. 전세계 시장에서는 휴대폰을 단순한 통화 용도 이외에 큰 역할을 기대하지 않았으며, 제조업체들도 디자인과 카메라 등 부분적인 하드웨어 향상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모바일 운영체제(OS)의 출연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됐다. 애플은 이를 위해 2008년 앱스토어를 구축, iOS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자가 쉽게 등록할 수 있도록 애플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수십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앱스토어에 오르내리자 아이폰도 이에 맞게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하게 됐다.

안드로이드 진영도 마찬가지다. 당시 애플 iOS에 대항해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개발하고, 앱스토어와 비슷한 구글 플레이(당시 안드로이드 마켓)을 구축, 2008년 HTC를 통해 첫 안드로이드 단말을 출시했다. 특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는 아이폰4 대항마로 불린 삼성전자 ‘갤럭시S’를 만나면서부터 급속도로 생태계 팽창에 나서게 됐다.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도 더 많은 성능을 스마트폰에 요구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칩 설계 및 제조업체들은 상당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성능을 높이려니 전력 소모가 심각해지고, 그렇다고 전력을 따르자니 성능 향상을 이룰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싱글코어에 클럭속도를 높여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도 있었으나 그에 따른 전력 소모와 발열량을 감당키 어려웠다.

▲ 엔비디아 테그라2 (사진 : 엔비디아)
이를 타계하기 위한 방편으로 PC에서와 마찬가지로 ‘듀얼코어, 쿼드코어’ 등으로 알려진 멀티코어 설계 방식이 부상하게 됐다. 한 개의 코어로 처리하는 방식보다는 두 개의 코어가 낮은 클럭속도로 구현되는 동시에 성능은 높게 전력 소모는 낮출 수 있어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싱글에서 듀얼로, 쿼드에서 옥타로
듀얼코어 모바일AP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업체는 그래픽카드로 유명세를 떨친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는 2011년 듀얼코어 프로세서인 ‘테그라2’를 LG전자 ‘옵티머스 2X’에 장착시킴으로써 모바일 듀얼코어 바람을 일으켰다.

이어 삼성전자,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의 듀얼코어 모바일AP가 실제 제품에 탑재돼 세상에 나왔다. 삼성전자는 2011년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모바일AP에 ‘엑시노스(Exynos)라는 브랜드명을 부여하고, 듀얼코어 프로세서인 엑시노스4210을 선보였다. 이 모바일AP는 ‘갤럭시S2’에 탑재돼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퀄컴은 클럭속도를 1.5GHz로 높인 듀얼코어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MSM8660을 팬택 ‘베가레이서’와 KT테크 ‘야누스’ 등에 장착하면서 국내시장에 모바일AP를 알렸다. 퀄컴 스냅드래곤은 독립 AP가 아닌 통합 원칩으로 AP와 베이스밴드를 하나의 칩에 집적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AP 가격을 낮추는 한편, 내부 여유 공간 확보 측면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특히 퀄컴 모바일AP의 코어는 비동기식으로 작동해 당시 두 개 코어가 동시 작동하는 AP와는 달리 싱글코어로 처리할 수 있는 명령어가 들어오면 코어가 하나만 작동함으로써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두 개 코어가 필요한 경우는 약 40% 정도였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도 탁월한 전력 효율을 보여줬다.

▲ 엔비디아는 지난 1월 열린 CES2013서 차세대 모바일AP인 테그라4를 공개했다. (사진: 엔비디아)
2011년 벌어진 듀얼코어 경쟁은 곧바로 2012년 쿼드코어 경쟁으로 확대됐다. 이 때도 엔비디아가 발 빠르게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테그라3’를 발표하고 이를 2011년말 태블릿PC에 선탑재하면서 첫 상용화를 이뤘다. 특히 엔비디아는 대기 전력 소모를 낮추기 위해 테그라3부터는 4개의 코어 이외에 쉐도우 코어인 컴패니언 코어를 추가 ‘4+1’ 구조로 설계했다.

태블릿PC와 달리 스마트폰은 2012년 봄 시즌부터 쿼드코어 AP 탑재 모델이 우루루 쏟아졌다. HTC는 엔비디아 테크라3가 탑재된 ‘원X’를, 삼성전자는 엑시노스4412를 ‘갤럭시S3’에 탑재시켰다. 특히 ‘갤럭시S3’는 LTE 베이스밴드를 결합시켜 세계 최초 LTE 쿼드코어 스마트폰 타이틀을 가져가기도 했다.

하반기부터는 퀄컴의 독무대가 이어졌다. 퀄컴의 원칩 솔루션을 기반으로 탄생한 스냅드래곤APQ8064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3G와 LTE 네트워크 간의 원활한 연결을 보장해주고, LTE 네트워크가 지원되지 않는 지역에 진입하더라도 통화나 데이터가 끊기는 일이 없도록 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이통사의 보이스오버LTE(VoLTE)를 지원하는 한편, 그래픽 성능을 향상시킨 아드레노(Adreno) 320을 장착해 HD 디스플레이 지원 사격까지 겸했다. 국내는 대표적으로 LG전자의 야심작인 ‘옵티머스G’에 장착됐으며, 100만여 사용자가 선택한 팬택 ‘베가 R3’에도 탑재됐다.

▲ 삼성전자 엑시노스5 옥타에는 ARM의 빅.리틀 프로세싱이 활용됐다. (자료 : 삼성반도체)
올해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3을 통해 이례적으로 모바일AP 대전이 벌어졌다. 많은 관심을 받은 곳은 ARM이다. ARM은 옥타코어를 활용 가능한 빅.리틀(big.Little) 프로세싱을 알리는 한편, 삼성전자가 이를 활용한 옥타코어 프로세서 ‘엑시노스5 옥타’를 선보이면서 급격하게 관심이 쏠렸다.

빅.리틀 프로세싱은 높은 성능의 A15 코어 4개와 탁월한 전력 효율을 보이는 A7 코어 4개를 엮어, 성능과 전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프로세싱을 활용해 ‘갤럭시S4’에 엑시노스5410을 장착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미디어텍, 르네사스모바일 등도 빅리틀을 활용한 모바일 AP를 실제품에 장착할 예정이다.

빠르게 진화하는 LTE, 한 발 앞서는 ‘통합 AP’
스마트폰 성능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처럼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1년 7월 4세대통신(4G)으로 불린 롱텀에볼루션(LTE)을 상용화한데 이어 2012년에는 두 주파수를 넘나들 수 있는 LTE 멀티캐리어(MC)가 개시되고 올해는 두 주파수를 엮는 LTE-어드밴스드(Advenced)까지 서비스가 이뤄졌다.

▲ 퀄컴 스냅드래곤 800은 LTE-A를 지원하는 모바일 통합AP이다 (사진 : 퀄컴)
이에 따라 모바일AP에서도 베이스밴드의 연동성이 중시됐는데, 베이스밴드와 독립 AP가 따로 구분된 구성보다는 하나의 칩에 AP와 베이스밴드를 모두 갖춘 통합 AP, 원칩솔루션이 자연스럽게 부상하게 됐다. 특히 퀄컴의 ‘스냅드래곤’은 AP와 베이스밴드 등을 결합시킨 LTE원칩을 유일하게 확보하고 있는 업체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 영향력을 과시했다.

퀄컴의 LTE원칩 영향력은 삼성전자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삼성전자는 국내 첫 LTE모델인 ‘갤럭시S2 HD LTE’에 엑시노스가 아닌 퀄컴 LTE원칩을 탑재시켰다. 갤럭시S3의 경우 3G 모델은 엑시노스4412를 넣었지만 해외 LTE모델의 경우 퀄컴 스냅드래곤S4 MSM8960을 장착해 내놓은 바 있다. 국내는 특이하게 엑시노스와 LTE 베이스밴드의 조합으로 출시했지만 이는 통합AP가 아닌 독립AP로 구성된 사례다.

LTE-A 시대에 진입한 최근 국내 상황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앞서 LTE모델은 엑시노스5410과 LTE 베이스밴드 조합으로 구성했지만 이후 LTE-A 지원하는 ‘갤럭시S4 LTE-A’는 퀄컴 스냅드래곤 800을 탑재시킨 바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지난해 퀄컴 스냅드래곤S4 MSM8960의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LG전자와 팬택 등 퀄컴 LTE원칩을 주로 사용하는 국내 업체의 경우에도 이 사태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는 곧바로 주가에 영향을 끼쳐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줄줄이 떨어지는 현상까지 빚어졌는데,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LTE 시장에서 퀄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 퀄컴은 LTE원칩을 확보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다 (사진 : 퀄컴)
종합해보면 향후 모바일AP는 차세대 네트워크를 수렴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 통합 AP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대다수 모바일AP 관련 업체들은 모뎀업체 또는 무선사업부 인수에 대대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인텔은 인피니언 무선사업부를, 엔비디아는 아이세라 등을 인수했으며, 삼성전자도 향후 통합AP 설계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통합AP는 기판을 적게 차지함과 동시에 휴대성을 올릴 수 있으며, 전력 소비와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AP 경쟁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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