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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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IT인프라 시장에서 퍼블릭 클라우드가 갖는 지분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기업들 사이에선 IT인프라로 퍼블릭 클라우드를 쓴다는 것은 최신 트렌드에 올라탔다는 의미로 많이 통한다.

새로 시작하는 기업들은 특히 그렇다. IT인프라에 들이는 품은 줄이고 필요할 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혁신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클라우드발 메시지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장점들이 많지만 비용 측면에선 클라우드는 미묘한 존재다. 한때 클라우드는 서버를 직접 운영하는 것에 비해 저렴하다고 알려졌지만 지금은 비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에 공감대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경우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클라우드가 비쌀 수도 있고, 잘못 쓰면 비용 폭탄을 맞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써야 한다는 것도 요즘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클라우드 쓰다 비용 문제로 다시 옛날처럼 자체 인프라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기업들도 꽤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옛날로 컴백하는 것은 아직까지 일부 사례일 뿐 보편적인 트렌드는 아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작이란 인식 아래 많은 기업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최근 추세다.

이런 가운데 기업이 성장하면서 클라우드 지출 비용이 매출원가(cost of revenue: COR)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옛날로의 컴백은 전략적으로 검토해 볼만 하다는 주장이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 투자 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에 의해 제기돼 눈길을 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클라우드에 들어가는 돈이 회사 실적 차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수 있고, 또 옛날로의 컴백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게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설명이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리포트를 웹사이트에 공유했다. [원문 보기]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규모가 커지고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선 클라우드 지출이 수익성에 가하는 압박이 클라우드가 주는 혜택을 능가하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은 기업 성장 단계 후반부에 일어나기 때문에 클라우드 쓰다 예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만만치 않다. 리스트럭처링에만 몇 년이 소요될 수 있다. 내부 전문가 풀도 필요하다. 그러나 보니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나와 옛날로 돌아가는 기업들이 꽤 등장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드롭박스, 클라우드 보안 업체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 지스케일러(CrowdStrike) 등은 퍼블릭 클라우드로 시작했다가 온프레미스(내부에 구축하는 방식)로 옮겨 나름 효과를 본 기업들이다. 드롭박스는 워크로드 대부분을 자체 인프라로 옮겼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지스케일러는 퍼블릭과 온프레미스를 버무려 쓰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인프라 전략을 바꾼 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드롭박스는 2017년 IPO에 앞서 제출한 자료에서 2년간 누적 비용 절감 규모가 7500달러 수준에 달했다고 밝혔다.

인프라 최적화 덕분이었다는게 회사측 설명. 핵심은 퍼블릭 클라우드에 있던 워크로드 대부분을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쓰는 이른바 코로케이션 시설로 이전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드롭박스 총마진은 33%에서 67%로 늘어났다. 매출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인프라 최적화가 미친 영향 또한 적지 않다는게 드롭박스 설명이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비용 절감 효과는 드롭박스 외에 광범위한 기업들에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최적화 업체 옵티마이즈를 설립한 토마스 둘리엔의 발언을 인용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상장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근거로  매출 원가에서 연간 약정 클라우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추정치를 계산했다. 도표는 팔란티르, 슬랙,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독, 아사나에 대한 수치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상장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근거로  매출 원가에서 연간 약정 클라우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추정치를 계산했다. 도표는 팔란티르, 슬랙,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독, 아사나에 대한 수치다. 

그에 따르면 퍼블릭 클라우드에 들어가는 비용 1억달러를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치면 서버 랙, 부동산, 냉각에서 네트워크 및 엔지니어링 비용까지 포함하더라도 연간 총 소유 비용 (TCO)은 절반 수준 밖에 안 된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여러 전문가들과 나눈 대화를 근거로 "비용 절감 효과는 회사들마다 다를 수 있지만 리페이트리에이션(Repatriation, 여기선 클라우드에서 온프레미스로 되돌아 오는 것을 의미)을 하면 클라우드에서 같은 워크로드를 돌리는 비용은 절반이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전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다양한 수치들을 들어 규모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고 성장세가 둔화되면 리페트리에이션은 상당한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에게 클라우드에 올린 워크로드를 다시 빼는 것은 거기에 투입한 엄청난 품을 고려하면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주변에서 울려퍼지는 클라우드 대세론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과도한 클라우드 비용은 이익 마진을 낮춰 기업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면서 "광범위한 충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클라우드 비용 이슈와 관련해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클라우드 관련 의사 결정 프레임워크에서 비용 절감 측면은 고려해 볼 만 하다는 입장이다. 리페이트리에이션 만이 대안인 것도 아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보고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몇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크게 KPI 차원에서 클라우드 비용 관리, 적절한 행동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최적화, 리페이트리에이션에 대한 선제적 검토, 점진적인 리페이트리에이션으로 요약된다.

KPI 차원에서 클라우드 비용을 관리하는 것과 관련해선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사례로 나왔다. 스포티파이는 자체 개발한 크라우드 비용 지출 관리 솔루션인 '코스트 인사이트'(Cost Insights)를 통해, 클라우드 지출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재무 팀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들도 클라우드 지출에 대한 오너십을 갖도록 하고 있다.

동기 부여의 경우 한 유명 기업 CTO의 발언이 인용됐다. 이 회사는 영업팀에 적용하는 단기 인센티브를 클라우드 비용 지출 관리에 적용한다. 최적화 또는 워크로드를 폐쇄함으로써 클라우드 지출 비용을 일정 수준으로 줄인 엔지니어들에겐 인센티브로 보너스가 주어진다.

리페트리에이션와 관련해서는 선제적 검토 및 점진적인 접근이 강조됐다. 클라우드 지출 비용이 매출 성장을 추월하기 시작했을 때 옛날로 컴백을 검토하는 것은 너무 늦다. 그런만큼 기업들은 시스템 아키텍트들이 초창기에 잠재적인 리페트리에이션에 대해 인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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