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60여명 정도 되는 스탭들과 배우들이 멋진 밥상을 차려놓아요. 그러면 저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한 때 화제가 됐던 영화배우 황정민의 청룡영화상 수상 소감 중 일부분이다. 보조금 해법을 둘러싸고 현 정부 상황과 묘하게 겹쳐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지난 6일 하이마트 17만원 갤럭시S4 사태가 터지면서 보조금 규제 실효성 문제가 또다시 대두되고 있다. 방통위는 조사 후 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놨지만, 이를 비웃듯 이틀만에 갤럭시S3, 갤럭시S4 미니 등이 공짜로 풀렸다. 이에 참여치 못한 수많은 소비자들은 ‘호갱’ 대열에 합류했다.

통신업계는 방통위가 진상 규명을 해도 기간이 짧은 만큼, 경고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아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조치가 반복되는 상황. 이에 업계서는 “방통위가 뒷짐만 지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에 무임승차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단통법은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단말기와 요금서비스를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도 규제 대상이라는 점이 과거와 다른 부분이다. 그러나 방통위의 태도를 보면 무임승차론은 전혀 근거 없지 않다. 방점을 찍은 것은 지난 8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간담회서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답변.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지난 8일 방통위 간담회서 하이마트 보조금 사태와 관련 “지난 7월 이통사 영업정지 처벌을 내린 이후 시장은 과열 기준을 넘지 않고 전반적으로 안정화 추세를 이어갔는데, 하이마트만 특별히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불법 보조금 지급은 정부 단속을 피해 주말에 온/오프라인 몰에서 한정 특가로 진행되고 있다. 스팟성으로 진행되다보니 왠만해서 과열 기준을 넘을리 없다. 특히, 판매점 단속을 피해 전자랜드나 하이마트 등의 전자양품점에 대량의 히든 보조금이 실린지 반년이 넘었다. 

이를 고려하면 방통위원장의 이같은 답변은 궁색하고 무책임하다. 뿐만 아니라 방통위 관계자들도 “일부 온라인 몰에만 국한된 상황이다” “주말에만 잠깐 기승을 부린 것이다” “상임위원한테 물어봐라” 등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보조금 과열 문제가 터질 때마다 보조금 상한선 조절, 단말기 출고가 인하, 보조금 전면 폐지 등의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방통위는 효과없는 규제를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올해 초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시장은 얼어붙고 보조금 비용 감소로 이통사의 영업수익만 늘어났다. 정부가 왜 가격인하를 막느냐는 소비자의 원성만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하이마트 보조금 답변과 더불어 보조금 27만원 상한선 조절에 대해 “단통법이 국회서 통과된 후 확실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정책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 전에 보조금 상한액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단통법 통과 후엔 방통위가 과연 어떤 정책을 내밀까? 아니면 단통법이 실효성을 거둬 방통위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격으로 보조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방통위 출범 이래로 꾸준히 제기돼온 ‘방통위 무용론’ 논란은 피할 길이 없을 듯하다. 오늘따라 지난해 망 중립성 간담회에서 모 국회의원이 내뱉은 ‘수수방관위’ 단어가 머릿속을 맴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