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DEX) 거래소 유니스왑(Uniswap) [사진: 유니스왑]
탈중앙화(DEX) 거래소 유니스왑(Uniswap) [사진: 유니스왑]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미국 유력 매체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암호화폐거래소를 기획 기사로 다뤘다.  코인베이스로 대표되는 중앙화 거래소는 조연이었다. 주연은 유니스왑이 주도하는 탈중앙화 거래소(DEX)들이었다.

WSJ에 따르면 수십억달러 가치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는 지금은 사라진 P2P 프로그램인 냅스터처럼 보이는 새로운  거래소들과의 경쟁에 직면했다.

WSJ은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 업체 메사리를 인용해  암호화폐들을 교환할 수 있는 P2P 네트워크인 DEX들에서 지난달 1220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1년전엔 10억달러에도 못미쳤음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현재 DEX 시장을 대표하는 아이콘은 유니스왑이다. 4월 한달 유니스왑 거래 규모는 366억달러에 달했다. 1100억달러 규모인 코인베이스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몸집이 매우 커졌다.

유니스왑을 개발한 인물은 하이덴 아담스다. 27세인 아담스는 지멘스 AG 엔지니어로 있다 회사에서 해고된 뒤 유니스왑 첫 버전을 개발했다.

증권 거래와 유사한  개념인 전통적인 암호화폐거래소들과 달리 DEX는 사용자들에게 거래를 위해 암호화폐를 건내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DEX에선 누가 거래하고 어떤 토큰들이 거래될 수 있는지 결정하는 중앙화된 주체가 없다. 유니스왑은 3만개 이상의 고유한 토큰들을 거래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지난해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함께 유니스왑에 투자한 벤처 캐피털인 버전원벤처스(Version One Ventures)의 보리스 워츠 설립파트는 "유니스왑은 이베이 같다. 누구나 무언가를 팔고 싶으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DEX들은 미들맨으로부터 자유로운 암호화폐의 초기 비전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일부 변호사들은 DEX들이 규제 당국과 충돌하는 코스를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DEX를 둘러싼 우려는 정부 규제에 맞출 수 있는 통제 장치가 없다는 것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일반적으로 DEX들에는 자금세탁방지(AML)나 고객 신원 확인(KYC)과 관련한 안전 장치가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변호사 출신인 애슬리 에버솔은 "DEX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정부 우려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범죄자들이 탈중앙화 거래소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해외 암호화폐거래소 쿠코인에서 2억8100만달러치 토큰들을 훔친 공격자들은 이중 1050만달러치를 이더로 교환하기 위해 유니스왑을 활용했다.

하지만 정부가 DEX들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유니스왑은 중앙 서버가 없는 구조다.  정부 입장에선 폐쇄하고 싶어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 KYC가 필요하면 누구에게 하라고 할지와 관련해서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하이덴 아담스가 이끄는 유니스왑랩스는 유니스왑 프로젝트에서 많은 부분을 개발했다. 하지만 유니스왑랩스는 프로토콜 운영에 대한 거버넌스를 광범위한 사용자 커뮤니티에 넘겼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유니스왑 프로토콜에 대한 주요 정책들을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유니스왑랩스가 유니스왑에서 뭔가 바꾸고 싶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유니스왑이 지난해 공개한 토큰인 유니(UNI) 보유량에 근거해 투표권을 행사한다. 

현재 UNI 토큰 희석 가치(거래 가능하고 발행될 총 토큰의 수)는 총 240억달러 수준이다. UNI 토큰 중 21%는 유니스왑 팀에 할당됐고 18%는 투자자들에게 배정됐다. 이것은 하이덴 아담스와 현재 및 미래 유니스왑랩스 직원들은 24일 기준으로 50억달러가 넘는 가치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니스왑랩스는 4년 동안 할당된 토큰을 건들 수 없어, 당장 현금화는 힘든 상황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DEX가 나온게 유니스왑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초창기 DEX들은 좋은 가격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데 애를 먹었다. 지속적으로 금융 자산을 사고 팔아 다른 시장 참여자들에게 견적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마켓메이커들을 끌어들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WSJ은 전했다.

하이덴 아담스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된 마켓 메이커(AMM, automated market makers) 시스템을 디자인했다. 그는 이더리움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이 블로그에 올린 내용에서 AMM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AMM은 유니스왑 사용자들이 기여하는 토큰 풀(pools)을 구축하고  풀로 유입되는 토큰 공급과 수학적인 공식을 사용해 가격을 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 풀에 토큰들을 넣는 조건으로 유니스왑 사용자들은 거래 가치에서 일부를 보상으로 받는다. 현재 10만명 이상이 유니스왑에서 이른바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s)로 활동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DEX들이 중앙화된 거래소들에 어느 정도 위협을 안겨줄지는 정확하게 가늠하기가 어렵다. DEX들은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간 거래에 사용된다. 법정 화폐로 암호화폐를 바꾸려는 이들은 코인베이스 등 전통적인 거래소들을 계속 써야 한다. 이같은 제약이 있음에도 중앙화 거래소들은 이미 DEX들의 부상을 주목하는 모습이다. 코인베이스도 상장 전에 잠재적인 비즈니스 리스크 리스트에 DEX를 올렸다.

하이덴 아담스는 메이저 중앙화 거래소들이 결국은 유니스왑 유동성 풀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화된 거래소들은 거래를 강화하기 위해 유니스왑에 의존하는 멋진 앱과 웹사이트를 가진 프론트엔드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상황은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 코인베이스 암호화폐 지갑은 유니스왑 등 DEX들과 연결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코인베이스 거래소에서 이용할 수 없는 암호화폐를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로짓 차터지(Surojit Chatterjee) 코인베이스 최고 제품 책임자는 "중앙화 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소는 둘다 성장할 공간이 있다. 크립토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DEX들을 사용자들이 기회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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