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알뜰폰이 주목을 받으면서 중소사업자들의 전략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은 낮은 인지도와 빈약한 유통망을 극복하기 위해, 특색있는 상품 구성이나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력 등으로 알뜰폰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부터 대형마켓, 우체국, 새마을금고까지 알뜰폰 노출 기회가 급격하게 늘면서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쉽게 알뜰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 프리텔레콤의 알뜰폰이 진열돼있는 모습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예전에는 알뜰폰 하면 무조건 싸고 품질이 안좋다는 이미지였는데 최근에는 알뜰폰 업체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알뜰폰 단말기도 최신 LTE폰으로 다양해지고 이통사 못지 않은 특색 있는 요금제로,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소비자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알뜰폰 업체는 27개 사업자이다. 이통3사와 경쟁하고 27개 업체 중에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 각자의 강점이 다른 만큼 틈새 시장을 공략하거나 과감한 승부수를 띄우는 등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다 같은 유심요금제? 'NO'
알뜰폰 요금제의 백미는 다양한 ‘유심(USIM, 범용가입자인증모듈) 요금제’라 할 수 있다. 기존 사용하던 단말에 유심만 꼽으면 최대 60%까지 저렴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는데, 추가 단말기 부담금이 없어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요금 절감 혜택은 더욱 크다.

이는 알뜰폰 업체가 주로 중소 사업자들이기 때문에, 대량으로 단말기를 수급하는 대신 유심만 꼽으면 사용가능한 유심요금제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작용하기 때문. 이러한 유심 요금제 운영을 살려 주요 업체들은 상황에 맞는 유심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우선 온세텔레콤은 알뜰폰 업체 중에 가장 종류가 많은 유심 요금제를 구비하고 있다. 총 19종의 유심 요금제를 출시했는데, 기본료 5500원의 표준요금제부터 최대 7만원 정액 요금제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나 음성 등 한 쪽만 사용하는 소비패턴의 고객을 위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 CJ헬로비전의 LTE 유심 반값 요금제

에버그린모바일은 ‘최저가’에 올인하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MVNO를 포함한 국내 이동전화 요금제 중 최저가는 에버그린의 ‘제로요금제’다. 기본료가 0원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소비자가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내면 된다. 음성통화는 초당 1.8원을 과금하고 문자 메시지는 건당 20원 과금이다. 단, 가입비로 1만4400원을 내야 한다.

이 요금제는 출시 후 입소문만으로 1만여명의 가입자를 모은 바 있다. 에버그린 모바일은 이에 힘입어 지난 4월 가입비와 약정이 없는 제로요금제 5종을 출시한 바 있다.

CJ헬로비전은 반값 LTE 유심 요금제 3종을 지난 7월 말에 내놨다. 이 요금제는 기존 이통사의 정액 요금제와 동일한 음성통화, 메시지, 데이터를 제공하면서도 요금은 반값만 내는 것이 특징. 게다가 약정도 없다. 홈페이지만 가입이 가능한데도 불구, 입소문을 타고 가입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CJ헬로비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가입자가 7월 말 대비 2~3배가 증가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단 LG유플러스의 LTE 주파수가 타 이통사와 달라, SK텔레콤과 KT 단말끼리만 LTE 유심을 호환할 수 있다.

◇편의점 효과 톡톡히...피쳐폰 효자 아이템으로 등극
최신 스마트폰 속에서 3G 피쳐폰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알뜰폰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SK텔링크와 프리텔레콤이다. 해당 업체는 ‘편의점 폰’ 후광 효과를 톡톡히 봤다.

SK텔링크는 지난해 선불 이동전화 사업 업체 ‘프리피아’와 함께 국내 최초 ‘세컨드(2nd)폰을 출시한 바 있다. 세컨드는 8만4900원의 기존 피처폰보다 3분의 1 저렴한 가격으로 날개돋힌 듯이 판매됐었다. 출시 초기 서울 중구 지역 세븐일레븐 20개 점포에서만 판매를 시작했으나 인기에 힘입어 곧 전국 3000여개 매장으로 판매 범위가 확대했다.

▲ SK텔링크와 프리피아의 2nd 폰.

세컨드 폰을 구매한 고객은 SK텔링크의 알뜰폰 요금제 ’세븐모바일‘ 유심 요금제를 이용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세컨드 폰의 히트로 당시 SK텔링크와 프리피아는 쇄도하는 문의전화를 받으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판매 시작 당일에 초도 물량인 200개가 모두 판매됐으며, 지난 6월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만 1만2000대를 돌파했다. 현재도 입소문을 타고 세컨드를 찾는 고객을 위해 SK텔링크는 지난 4월 세컨드를 CU와 GS25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프리텔레콤은 CU, GS슈퍼마켓과 GS25와 손잡고 5종의 알뜰폰을 판매, 가입자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이 중 편의점 CU에서 판매한 ‘리하트폰’으로 인기 몰이를 한 바 있다. 리하트 폰은 국내 제조사의 중고 단말기를 선별해 세척, 수리 등을 통해 재상품화한 3G 공단말로 2만9800원의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다.

리하트 폰의 요금제는 프리텔레콤의 유심 요금제로, 특히 양사는 CU 매장 내 BGF 캐시넷 CD기 등 자동화기기를 통해 본인인증만 거치면 바로 프리텔레콤에 가입할 수 있게 해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 당시 리하트폰은 서울 400여개 CU점포에서만 판매됐는데도 불구, 1500대가 넘게 팔리면서 초도물량이 모두 매진됐었다.

◇“이통사, 부럽지 않아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이통사와 정면승부를 택한 업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이통사 못지 않은 유통망이나 뛰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과감한 승부수를 띄워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에넥스텔레콤. 그간 유심요금제에 강점을 보여온 에넥스텔레콤은 우체국에 입점하면서 최신 스마트폰을 파격가에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알뜰폰 업체가 피쳐폰이나 구형 단말만 판매한다는 인식을 씻기 위함인 것.

이 회사는 자사 유심 요금제인 ‘훔(WHOM) 망내 무한 55‘ 사용 조건으로 3년 약정에 LG전자의 'G2'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4 미니‘를 월 할부금 0원에 제공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최신 인기 스마트폰 ’갤럭시노트3‘는 같은 조건에 월 할부금 2750원에 내놓았다. 단말기 할부금만 따지면 9만9000원으로 원 출고가인 106만7000원과 비교시 거의 ’공짜‘ 수준이다. 단, 중간에 약정을 해지하면 위약금을 물어내야 한다.

현재 업계 할부금으로는 에넥스텔레콤의 갤럭시노트3 가격이 최저가다. 소비자들의 호응도 뜨겁다. 우체국에 입점한 3일 동안 120~130대의 갤럭시노트3를 판매했으며, 계속되는 주문에 갤럭시노트3 공급량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에넥스텔레콤은 이에 힘입어 지난 7일부터 전국 3000개의 GS25 편의점에도 ’갤럭시노트3‘를 포함한 10종의 단말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 에넥스텔레콤은 편의점에서도 갤럭시노트3를 판매한다

유니컴즈와 CJ헬로비전은 요금제 경쟁력으로 이통사에 맞선다. CJ헬로비전은 특색 있는 요금제로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빵을 좋아하는 가입자를 위한 ‘헬로유심뚜레주르’, 영화 마니아를 위한 ‘무한수다CGV요금제’ 등의 다양한 알뜰폰 콘텐츠 결합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9월 알뜰폰 업계 최초로 문자와 데이터, 통화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청소년 전용 요금제 ‘헬로LTE청소년 윙 요금제’를 출시 했다. 향후 자사 음원 서비스인 엠넷이나 티빙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뮤직폰, 영상폰도 차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유니컴즈는 이통사보다 최대 39.5% 저렴한 3G/LTE 망내 음성 무제한을 적용한 ‘우리끼리’를 출시했다. 유니컴즈의 해당 요금제는 SK텔링크와 더불어 알뜰폰 업계 최초 3G와 LTE 모두 적용되는 상품이다.

이 외에 후발주자인 홈플러스와 이마트는 전국에 분포한 자사 매장을 이용해 가입자를 넓혀 간다는 전략이다. 양사는 이통사 못지 않게 전국에 분포된 지점들을 알뜰폰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적극 이용한다. 기존 알뜰폰 업체의 상품의 판매처만 제공하는 편의점이나 대형 슈퍼마켓과 달리 양사는 직접 브랜드를 런칭해 이통3사 서비스와 맞붙는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부터 전국 134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사 서비스 ‘플러스모바일’을 선보이고 있다. 가입자 확보 추세도 괜찮다.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뒤 한 달만에 2만명을 모집하며 꾸준히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7일 ‘이마트알뜰폰(가칭)’을 자사 130여개 매장에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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