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과 개인들이 거대 이커머스 플랫폼 밖에서도 직접 쇼핑몰을 운영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쇼피파이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 이커머스 판에서 커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기업들과 개인들이 거대 이커머스 플랫폼 밖에서도 직접 쇼핑몰을 운영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쇼피파이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 이커머스 판에서 커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국내 소비자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름인 쇼피파이가 한국 이커머스판에서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로 부상했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이커머스 강화 전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쇼피파이 같은 모델을 키우겠다고 직접 언급하면서 쇼피파이에 대한 관심은 더욱 늘어나는 모양새다.  네이버가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 쇼피파이 모델을 전진배치하고 있다는 앵글의 얘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2006년 캐나다에서 창업한 쇼피파이가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진 건 사실 오래 전의 일이다. 최근에는 월마트나 이베이가 아니라 쇼피파이가 아마존의 대항마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매체들도 아마존과 다른 DNA로 아마존과 경쟁한다는 이유로 쇼피파이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비중 있게 다뤄왔다.

쇼피파이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쇼핑몰을 쉽게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쇼피파이는 온라인 쇼핑몰 구축 솔루션 외에 도메인 등록, 주문·배송·결제관리, 마케팅, 물류 등 온라인 쇼핑몰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들도 탑재된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쇼핑몰 운영자들은 쇼핑몰 구축 및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고 상품 제작 및 판매에 집중할 수 있다. 쇼피파이를 이용해 IT 전문 지식이 없는 창업자들도 전문화된 콘셉트와 상품을 판매하는 ‘전문 쇼핑몰’ 운영이 가능하다. 

쇼피파이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 시 필요한 아마존, 페이스북 등 마켓플레이스를 비롯해 물류, 배송, 마케팅 등 다양한 이커머스 분야 파트너들과 연동도 가능하다. 현재 전세계에서 100만개 이상의  쇼핑몰이 쇼피파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쇼피파이가 아마존 대항마로 통하는 건  기업이나 개인들이 아마존이라는 초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살짝 오버하면 다윗에 골리앗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얘기다.

쇼피파이에 쇼핑몰을 구축한 이들은 자체 쇼핑몰 외에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와 연동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쇼피파이는 쇼핑몰 운영자들이 아마존이 만든 게임의 룰을  따르기 보다 각자 사이트에서 고객들에게 물건을 직접 팔고 자신의 룰로 관계를 맺는 것을 우선으로 강조한다. 나이키가 아마존과 결별하고 독립 쇼핑몰을 오픈하면서 자주 회자 되는 D2C(Direct to Consumer) 기반 이커머스판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쇼피파이는 2019년 물류 기술 스타트업 식스리버시스템스도 4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물류 서비스인 쇼피파이 풀필먼트 네트워크 사업 강화 일환이다. 아마존은 오래전부터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중소 사업자들을 상대로 토털 물류 서비스 주문이행(FBA)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뤄진 식스리버시스템스 인수는 쇼피파이가 아마존과 자웅을 겨루기 위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됐다.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같은 서비스도 점점 쇼피파이에게 중요한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두 서비스 모두 아마존 밖에서 이커머스를 운영하는데 강력한 채널이 됐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제품에 대한 스토리를 파는 좋은 방법으로 정적인 사진을 올려야 하는 아마존과는 다른 환경이란게 쇼피파이 설명이다.

토비 뤽케 쇼피파이 CEO는 아마존과 일대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의 경쟁자들을 위한 팩토리가 콘셉트임을 강조해왔다. 쇼피파이는 최근 이커머스를 위한 운영체제로도 포지셔닝하는 모습이다. 

작은 회사나 개인이 쇼핑몰을 직접 열고 아마존 생태계 밖에서 뭔가 계속 한다는 건 현실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쇼피파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마존식 이커머스와는 다른 세계다. 쇼피파이가 아마존 대항마로 불리는 건 이같은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쇼피파이 시가총액은  현재 1400억달러 수준이다. 회사 가치가 1조7500억달러인 아마존에는 한참 못치치지만 아마존과 함께 이커버스계의 백전 노장인 이베이보다는 4배 가량 많다.  쇼피파이는 1분기에도 인상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110% 늘어난 9억8860만달러를 기록했다. 구독 사업 매출이 71%, 쇼핑몰 운영자(머천트)용 솔루션 매출도 137% 늘었다.

쇼핑몰을 개설해봤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쯤되면 쇼피파이가 바다 건너에만  있는 모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카페24나 메이크샵 같은 국내 업체들도 오래전부터 쇼피파이와 유사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업력으로 치면 국내 업체들이 선배격이다. 카페24만 해도 2000년대 초반부터 쇼핑몰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쇼피파이 모델을 강화하겠다는 네이버 메시지는 네이버 생태계에 참여하는 중소상공인(SME)들에게 쇼피파이식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쇼핑몰을 오픈하고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들에 연동할 수 있는 쇼피파이나 카페24와는 차이가 있지만 쇼핑몰 운영자들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거리'들을 늘리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커머스와 금융의 융합 측면에서도 쇼피파이는 흥미로운 회사다. 큰틀에서 보면 쇼피파이는 온라인 쇼핑 전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데 수익은 소프트웨어 판매로만 올리지 않는다. 금융에서도 적지 않은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다.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 투자 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에 따르면 쇼피파이는 SaaS와 핀테크가 버무려지고 있는 트렌드를 보여주는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쇼피파이는 자사 플랫폼을 쓰는 쇼핑몰 운영자들을 상대로한 결제 처리 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결제를 넘어 쇼피파이는 대출 상품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자사 플랫폼을 쓰는 상인들이 전통적인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파고드는 전술이다.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역량을 이미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쇼피파이의 행보는 네이버가 가고 있는 방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도 자회사인 네이버 파이낸셜틀 통해 스마트스토어에 참여하는 SME들을 위한 금융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쇼피파이와 마찬가지로 결제와 대출이 핵심이다.

쇼피파이는 기존 거대 이커머스 플랫폼들과는 결이 다른 비즈니스 DNA에, 금융과 커머스의 융합 파워를 앞세워 존재감을 점점 키우고 있다. 네이버가 최근 쇼피파이라는 이름을 직접 불러주었고 카페24 등 이미 쇼피파이 같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감안하면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에서  쇼피파이 모델이 갖는 중량감은 점점 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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