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는 법이다. 최근 이통사의 LTE속도 경쟁을 보면,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먼저 발만 담궈보자는 식이다. 통신3사 모두 아직은 반쪽짜리인 LTE-A•광대역LTE를 내세워 가입자 유치에만 급급, 소비자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앞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A를 상용화 한데 이어 9월부터는 이통3사가 모두 광대역 LTE 상용화 계획을 밝히며 속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통사는 앞다퉈 TV, 언론 등에 서비스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심지어 경쟁사를 내리깎는 광고도 서슴치 않고 있다. 특히, 14일부터 KT가 광대역LTE를 서울부터 개시하면서 2배 빠른 속도 대결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2배 빠른 서비스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대신 과장 광고로 소비자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모 통신사는 2배 빠른 LTE를 홍보하려는 급한 마음에 속도 사진을 합성해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TV를 켜면 “가질 수 없는 속도”, "100% LTE", "국내 최초 광대역 LTE-A 개시" 등 각종 광고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지만, 자사에게 불리한 부분은 설명을 쏙 빼놓거나 아주 작게 명시하는데 그치고 있다.  

실제 LTE-A의 경우 수도권, 주요 광역시 등 일부에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광대역LTE는 KT(서울 4개구)를 제외하고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SK텔레콤 가입자 일부와 LG유플러스 가입자는 주파수 때문에 단말기 교체없이 광대역LTE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광고를 보면 모든 가입자가 곧바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은 두 배 빠른 LTE 속도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각종 온라인 후기를 보면 사람이 많은 곳이나 건물 안에서는 오히려 LTE보다 더 느리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 약 5만원 더 비싸게 주고 LTE-A 단말을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는 빠른 속도보다, 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한데 아직은 기존 LTE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현 수준에서 2배 빠른 LTE 전용 서비스는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가 주류인데, 솔직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다. 오히려 화질이 HD에서 풀HD로 좋아진 만큼, 데이터 소모량도 LTE보다 높아져 이를 개선할 다양한 요금제 출시가 더 시급하다.

게다가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는 불완전한 해당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있다. 대리점에서는 3G 신규 가입자를 더 이상 받지 않으려는 분위기이며, 보조금도 LTE-A전용 단말에 실리고 있다. 연말까지 출시가 예정된 단말은 모두 LTE-A 전용 단말이다. 3G와 기존 LTE 가입자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3G보다 LTE-A 사용자(광대역LTE 포함)가 가입자당 월 평균 매출액(ARPU)이 높으므로, 그쪽으로 유도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손발을 묶어놓고, 불완전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끔 하는 상황은 씁쓸할 따름이다.

국내 이통3사의 2배 빠른 LTE 서비스 상용화는 세계 최초이고 매우 의미깊은 일이다.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3G에서 4G를 거쳐 5G로 진화해야 한다. 단, 이통서비스의 도태 및 진화는 얄팍한 마케팅이 아닌, 시장 경쟁과 기술 개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이통사의 LTE속도 경쟁이 소비자는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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