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통계 비주얼라이제이션을 위한 R 프로그래머 모집. 급여: 일당 4만2000원"

지난달 말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에서 내걸은 구인공고 내용이다. 언론을 비롯해 많은 IT관련 커뮤니티에서 질타의 대상이 된 내용이기도 하다. 이유인 즉, 업무 내용에 비해 급여 수준이 형편없어서다. 'R 프로그래머'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몇 안되는 전문가에 속한다.

R 프로그램은 공개 통계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으로, 최근 빅데이터가 이슈가 되면서 뜨고 있다. 통계분석 분야에 주로 쓰이지만 배우기가 쉽지 않아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마스터급은 찾기 힘들다. 쉽게 비유하자면 5성급 호텔 쉐프를 일당 4만2000원에 쓰겠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논란이 일자 한국은행측은 "구인 글에는 R프로그래머라고 언급했지만 직원과 함께 R관련 통계보조업무를 할 사람을 뽑으려는 의도"라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사실 개발자들 사이에서 계속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이 궁색한 변명 때문이다. 많은 개발자들은 '우리는 여전히 천대받고 있다'라는 현실을 인지하면서도 다시한번 처연해진다.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백은 "당연히 비싸겠지"하며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구입한다. 벤츠와 BMW도 마찬가지다. 비싸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혀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개발자는 이와 반대로 "당연히 싸겠지" 라는 일종의 고정관념 비슷한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한국은행의 구인 해프닝은 하나의 상징적 사례인 셈이다. 

구직을 원하는 개발자는 많이 받길 원하고 구인을 원하는 곳은 적게 주길 원한다. 물론 어느 분야든 상위 클래스와 하위 클래스의 수입 차이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개발자 만큼 그 격차가 별로 없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결국 시간이 갈 수록 관련 인재는 줄어들고 있다.

국내 한 IT보안업체의 경우 PHP(C언어 기반 웹 프로그래밍 언어)개발자를 구하고 있는데 몇달째 못뽑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때, 그 현실을 더욱 실감한다. 

요즘 정부에서 '창조경제'의 기치를 내걸고 그 일환으로 소프트웨어 산업과 IT 기반 지식 인재 양성에 열정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워 보인다. 장기적으로 볼때 개발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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