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농사지을 땅 받습니다. 목숨 걸어야죠.”

[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화두인 롱텀에볼루션(LTE) 신규 주파수 할당 경매가 19일 시작한다. 올해 주파수 경매는 ‘주파수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통신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감 있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그동안 주파수 경매와 관련, 이통3사 노조까지 가세해 정부에 항의하는가 하면, 특정 대역 낙찰가가 수 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도대체 주파수가 뭐길래 이처럼 이통사들이 사활을 걸고 나서는 걸까? 소비자와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백령도에 위치한 SK텔레콤의 전파 기지국

◇주파수가 뭐길래...
주파수란 쉽게 전파가 지나 다니는 통로라고 이해하면 된다. 주파수는 여러 분야로 쓰이는데, 특히 무선통신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다. 주파수라는 통로를 이용해 음성통화, 데이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파수는 공공재로 국가에서 소유하고 관리하며, 수요 여부에 따라 국가가 통신사업자에게 할당 및 재배치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정부가 일정 심사를 통해 주파수를 통신사업자에게 할당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지난 2011년부터 주파수 경매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즉,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뀐 셈이다.

주파수에 따라 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도 큰 차이가 난다. 통신사업자가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주파수가 좋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아무리 성능 좋은 벤츠라도 비포장 도로에서는 잘 달릴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최근들어선 스마트폰의 대중화 등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 양질의 주파수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도로(주파수)는 한정돼 있는데, 자동차 수(데이터 트래픽)가 많아지면 교통체증이 심해 속도(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통신사업자가 좋은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은 곧 시장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주파수 최종 할당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핫'한 주파수 따로 있다
흥미로운 점은 주파수 특성과 시대별로 이통업계가 선호하는 주파수 대역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과거 2G시절에는 고주파 대역에 비해 주파수 도달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저주파수의 인기가 많았다. 국내서는 저주파인 800MHz 대역을 확보한 SK텔레콤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기도 했다. 

현재는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이동통신서비스 기술이 좋아짐에 따라 1.8GHz 대역과 2.6GHz 대역이 인기다. 이번 경매에도 두 대역이 매물로 나왔다. 그 중에서도 1.8GHz 대역이 ‘황금주파수’라고 불릴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서도 널리 쓰이는 대역이어서 호환성도 높다. 효율성 또한 고주파인 2.6GHz 대역보다 더 낫다는 평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KT 인접대역(D블록) 역시 1.8GHz 대역이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1사업자당 1개의 대역만 낙찰받을 수 있다. 낙찰받은 대역의 이용 기간은 최대 8년이다. 대역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문제가 있다고 해서 중간에 함부로 바꿀 수도 없다. 통신사들이 자사에 유리한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따라서 이번 경매에선 이통사가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황금주파수 1.8GHz 대역을 가져갈 수 있을지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 LG유플러스는 지난 1일 주파수 경매 신청서를 가장 먼저 접수했다.

◇"주파수 할당, 국민편익과 산업진흥 우선 고려"
주파수 경매에 직접 관련있는 것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이지만, 주파수의 주인은 국민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파수는 공공재로 한정된 자원이다. 정부가 주파수를 할당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국민 편익과 공익이다.

주파수 경매에 앞서 KT 인접대역을 경매 할당안을 포함하는 문제로 이통사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을 때도, 미래부는 결국 국민에게 가는 혜택과, 효율성 등을 고려해 해당 대역을 경매에 붙이는 방안으로 확정했다.

당시, 미래부는 “국민편익과 산업진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주파수 이용 효율성, 공정경쟁 및 합리적인 할당대가 확보 등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주파수의 최종 주인은 국민이라는 뜻이다.

이통사는 이번 경매에서 광대역 LTE 주파수를 확보해 기존 LTE보다 품질을 한 단계 더 높인다는 전략이다. 기존 대역과 함께 이번에 확보한 주파수를 이용,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을 묶어  지금보다 3배 또는 그 이상 빠른 LTE까지도 구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개의 다른 주파수 대역을 묶어 기존 LTE보다 2배 빠른 속도를 내는 LTE-어드밴스드(LTE-A)를 상용화하고 있다.

이번 주파수 경매 결과에 따라 이동통신시장의 판도에도 큰 영향을 초래할 전망이다. 또 소비자 입장에선 주파수 할당에 따른 통신 서비스의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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