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안전행정부가 1인당 연간 전기료를 '13만895원'을 아낄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실천 요령을 소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재미있다. 다름아닌 PC 사용을 자제하라는 것.

간단한 인터넷 검색, e메일 확인은 스마트폰으로 하고 PC는 미사용시 전원을 차단하거나 절전모드로 놔두라는 식이다.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자.

▲간단한 e메일 확인 및 인터넷 검색은 스마트폰 활용▲전력소비 피크시간대(오후2시~오후5시) 모바일 기기 충전 자제▲미사용시 PC절전모드 설정▲불필요한 프로그램 데이터 주기적 삭제▲모니터 밝기 50%이하로 조절▲1시간 이상 미사용시 PC전원 차단▲모니터 부팅은 PC부팅이 끝나는 시점에 시작▲PC주변기기(스피커 등)는 사용할때만 연결▲PC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배치하고, 주기적으로 먼지 청소하기▲PC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배치하고, 주기적으로 먼지 청소하기 등이다.

이를 100만명의 국민이 동참하면 연간 71만5300MWh의 전력소비가 절감돼 여름철 전력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이다.

결국 전력난에 대비하고자  PC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것인데, 국민들 중에 하루 종일 PC를 켜두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 국민들은 '필요할 때만' PC를 부팅한다. 게다가 PC가 소비하는 전력이 올라갈 때는 CPU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과열되는 경우일 때가 대부분이다.

CPU의 과열도 PC 운영체제 상에서 사용되는 '프로세스(Process)'가 많아질때 올라가는 것이며, 사용하는 '프로그램(Program)'이 많다고 해서 PC의 소비전력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또한 PC는 오히려 부팅할때 가장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하고 미사용시 전원을 차단한다고 해서 기대이상의 전력 소비를 막는다고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차라리 13만원 투자해서 SSD 장착해서 쓰는게 더 전기를 절약하는 지름길이다.

게다가 모니터 밝기가 부족한 상태로 장시간 사용하면 시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전기료 아끼자고 썼다가 병원비 부담으로 이어지면 안될 노릇 아닌가.

물론 '불필요한 PC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아주 틀린 논리는 아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하루 종일 PC를 켜둘 수 밖에 없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 내용들이 전력난에 대비하고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전력 사용에 대한 비율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전력이 매달 내놓는 전력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전력 사용량 중 산업용 전기가 절반이 넘는 55.3%를 차지한다. 일반용은 21.9% 가정용은 13.9%에 불과하다. 전력난에 대비하고자 한다면 '산업용 전기'에 대한 대책이 더 시급한 것이지, PC 사용을 자제하라고 나설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올해는 특히 원전 3기 정지 여파로 인해 전력 예비율도 1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산업용 전기'와 관련된 이렇다할 대책이나 발표도 없다. '에너지 절약', '전력난 대비' 등과 관련된 내용은 매번 '대국민 절전'에 그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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