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후덥지근한 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 뒤로 땀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더위를 쫓기 위해 차가운 음식을 먹고, 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다. 또는 온 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호러 영화에 심취하기도 한다. 그 중 좀비 영화는 하루에 한 개 이상 빼놓지 않고 각종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중이다.

좀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 때로는 분노 바이러스 등의 돌연변이 현상으로 - 이유로 발생한다. 죽어 있는 시체가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인다. 특히 좀비는 식탐에 특화돼 있어 산 사람을 물어뜯고 먹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물리게 된 산 사람은 좀비로 변하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좀비를 운운하는 이유는 한 여름 좀비와 비슷한 영향력으로 소비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휴대폰 보조금 때문이다. 보조금은 표면적으로, 또는 일시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요금 상승 및 불평등한 소비를 야기시킨다.

게다가 최근 OECD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통신비는 전 세계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과도한 보조금이 통신비 인상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이통3사가 가입자 확보를 위해 다소 수그러들었던 보조금 싸움을 다시 재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LTE-A를 지원하는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는 일부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스팟성으로 30만 원대에 팔렸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방관하진 않았다. 지난해말 방송통신위원회는 '17만원 갤럭시S3' 등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이통3사에 과태료 및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방통위는 최근 벌어진 보조금 논란에 대해서도 오는 18일 이통3사에 철퇴를 내릴 방침이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지난 5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최문기 장관이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계 통신비 내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주요요 내용으로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 개편과 가입비의 단계적 폐지, 알뜰폰 활성화가 꼽힌다.

이 중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내용은 알뜰폰이다. 통신비 자체가 낮기 때문에 가입만 한다면 이통3사보다 저렴하게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미래부는 이달부터 8월말까지 기존보다 최대 40% 가량 저렴한 요금제를 알뜰폰을 통해 대거 선보이고, 가계 통신비 경감 방안을 가시화해 소비자와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자급제폰도 연내 5종 이상 출시될 예정이다.

문제는 보조금이 또 다시 거세게 기승을 부리면 정부의 지원도, 알뜰폰의 다양한 요금제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예를 들어 조만간 자급제폰으로 모습을 드러낼 ‘갤럭시S4 미니’의 가격은 해외구매대행을 통해 6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최근 이슈화된 ‘갤럭시S4 LTE-A'가 보조금으로 인해 30만 원대로 판매됐는데, 비교하자면 자급제폰이 스펙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2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통사의 요금제보다 알뜰폰 요금제가 더 저렴하더라도, 보조금으로 진입 장벽 자체가 이통사 쪽이 더 낮은 결과를 낳는 셈이다. 

즉, 알뜰폰을 물어뜯고 다시 이통사로 가입자를 돌아서게 만드는 주범인 과도한 보조금은, 산 사람을 물어 자신과 같게 만드는 좀비와 다를 게 없다. 

올 초 이통3사는 더 이상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겠다며 서비스 품질로 승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음성 무제한 등 다양한 요금제를 통해 보다 많은 사용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하는 한편 데이터 프로모션 등을 통해 사용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초심을 끝까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도 가계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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