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월은 뜨거웠다. 찜통 더위 속에 올림픽 열기까지 가해져 뜨거운 승부를 펼쳤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금빛 메달 사냥에 나서며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들의 눈물도 뜨거웠다. 오랜만에 애국심을 한껏 고양시킨 올림픽의 열기도 어느덧 식어간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몇 번 내리더니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한기가 느껴진다. 이제 현실로 돌아왔다.

 

여름 휴가와 함께 올림픽 시즌을 맞아 IT 업계 사람들도 잠시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하기엔 다소 들떠 있었던 8월이었다. 휴가가 끝나고 일상생활로 돌아온지 꽤 됐지만 쉽게 일이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이번엔 휴가 후유증에다 올림픽 증후군까지 벗어나기 쉽지 않다. 여기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국내 경기까지, 더욱 일할 맛을 느끼지 못한다.

IT 업계에서도 8월은 잔인했다. 작년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8월만 잔인했을까. 업체 담당자들을 만나면 좋은 소리보단 힘들다는 소리를 먼저 내놓는다. 심지어 IT 업계의 위기설까지 간간이 흘러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경우 "IMF 때 보다도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정말 조짐이 좋지 않다'는 진단에 이르기까지 한 숨만 깊어간다.

 

지금쯤이면 직원들 추석 선물 준비로 분주해야 할 시점인데, 이미 선물 타령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 "추락하는 매출에 날개가 없다"는 어느 한 업체의 담당자의 말이 가슴을 애린다. 이것 또한 단순한 증후군, 후유증 단계에서 끝나길 바랄 뿐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최근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이 한국인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힘들다'라는 말이란다. 물론 현 상황이 정말로 힘든 것임은 이미 여러 지표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난 수십년간 안 힘들었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IT 강국을 만든 것,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힘일 것이다. 추락하는 매출에 날개가 없을 수는 있겠지만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우리에게 있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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