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결국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의 ‘넥서스4’ 공동구매는 실패로 돌아갔다. 높은 하드웨어 스펙을 갖췄는데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폰이었지만 국내는 출시되지 못했다. 게다가 구글과 국내 제조업체 LG전자의 합작품이기에 여운이 더 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이번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각이 여럿 제시됐기 때문이다. 특히 ‘넥서스4’ 대신 소니 ‘엑스페리아Z'로 우회한 전국통신소비자협의 방향성은 향후 신규 유통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청신호가 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대부분의 외산 업체들이 줄줄이 짐을 싸고 제 집으로 날아갔다. 다소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HTC나 모토로라마저 등을 돌렸다. ‘외산 스마트폰 무덤’라는 문구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함을 입증해준다.

문제는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 패배의 쓴맛을 겪은 해외 제조업체도, 라인업이 줄어든 이통사도 아닌 바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됐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선택폭은 예전과는 다르게 크게 줄어든 형국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의 제품들이 줄을 이어 출시되는 반면 외산폰은 애플만이 명맥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제품은 예전보다 한정적이다.

가끔 쓸 만한 외산폰이 눈에 띌 때가 있다. 물론 이통사에 문의하면 출시 계획이 없는 스마트폰이다. 이통사에서도 답답하다는 눈치다. 괜찮은 제품이 나오면 항상 제조업체와 협의를 하는데 번번히 연결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외산폰을 이통사에서 찾기는 힘들 전망이다.

선택폭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알뜰폰(MVNO)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렴한 통신비를 앞세우고,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도 있지만 정작 이 둘을 이어주는 스마트폰은 그리 많지 못하다.

미래창조과학부 최문기 장관도 이를 염두한 듯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알뜰폰 단말기를 늘려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야 가계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며, “어디서 사야할지 모르니 유통업체가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살 수 있듯이 우체국에서 위탁판매 하도록 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을 비집고 들어온 업체들도 많다. 국내 정식 출시된 제품이 아닌 대부분 해외구매대행방식으로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언락폰을 다소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해외 온라인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가 거래선 중심으로 옮겨 법인을 만드는 등 예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오픈마켓에서도 판매량을 한정해 이벤트 형식으로 외산폰을 들여오는 한편, 최근에는 소셜 커머스에서도 외산폰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해외구매대행 채널이 늘어난다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폭을 늘려주기는 하지만 그만큼 우려되는 점도 많은 게 사실이다. 우선 해외구매대행 제품은 글로벌이나 특정 출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언락폰이다. 국내 이통사가 운영하는 주파수, 즉 3G 또는 LTE를 잡아 쓸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이 부분을 이해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또한 한국어 지원 여부나 자판 문제, MMS 미지원, 유심 지원 등 여러 호환 문제도 따져봐야 하는데 속시원히 알려주는 곳이 적은 실정이다.

더우기 국내가 아닌 해외 모델이기 때문에 가격이 때에 따라 다르다. 배송료와 부가세, 관련 액세서리 판매 채널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후 서비스도 생각해야 한다. AS를 받을 수 있는지, 받을 수 있다면 어떤 경로로 지원되는지 살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국통신소비자협의 ‘엑스페리아Z' 공동구매 건은 다소 난항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방향성은 확실해 보인다.

우선 ’엑스페리아Z'는 통신협의 의지가 아닌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실현됐다. 또한 통신협이 소비자와 해외구매대행업체 사이에서 가격 협상을 통해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공동구매 방식을 선택해 보조금이 없는 외산폰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키울 수 있게 배려했다. 여기에 A/S 채널을 별도로 구축해 안내하는 등 마무리까지 신경 쓴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단발적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이통사와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통 시스템을 선보이려는 여러 사업자들을 통해 단말기가 보다 확대되려면 이에 따른 제반 사항이 구축돼야 한다.

해외구매대행을 통해 구매한 사용자와 국내서 이통사를 통해 구매한 사용자들에게 서비스 차별이 없어야 하며, 만약 있더라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면 이를 지원해줘야 한다. 특히 정부는 알뜰폰을 위한 단말기 확대뿐만 아니라 사후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강구해도 이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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