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는 힘들다. 사회는 1위 업체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잘하면 본전치기이고 못하면 지탄을 받는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듯, 영향력이 큰 업체일수록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도 커진다.

카카오톡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명실상부 국민 모바일 메신저이다. 전세계 가입자 8300만명 중 50% 이상이 국내 이용자로, 국민 5명 중 4명은 카톡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카톡을 악용한 불미스런 사건과 각종 청소년 범죄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카톡 왕따’ 같이 메신저나 채팅방 등의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왕따가 청소년 자살로까지 번지면서 이에 대한 방안이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 상의 청소년 왕따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얼마 전 카톡 채팅 플러스에 ‘카카오톡 뒷테’라는 앱이 등록됐다가 삭제됐다. 해당 앱은 특정인의 성격과 외모, 능력 등에 대한 질문을 만든 뒤 타인의 평가를 익명으로 받는 설문 조사 앱이다.

앱 개발사 관계자는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솔직하게 평가함으로써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든 앱이라고 밝혔으나, ‘카톡 뒷테’ 앱으로 인한 청소년 왕따 조장을 걱정하는 누리꾼들이 다음 아고라를 통해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면서 결국 카카오는 해당 앱을 삭제했다.

기자가 취재할 당시 카카오측에서는 인터넷 상에서 해당 앱이 이슈가 되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사태 파악에서 나선 카카오 관계자는 “뒷테 앱은 카톡 채팅 플러스에 입점되기 전에 이미 인기를 끌었던 앱으로, 단순 오락용 앱이라고 생각했다”며 “해당 앱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미쳐 고려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철저하게 신경쓰겠다”고 해명했다.

뒷테 앱은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후 73만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오락용 앱으로 인기를 끌었던 서비스다. 내용도 형식도 모두 카톡에 입점하기 전과 비슷하지만 이제 와서 왕따 조장 앱이라고 논란이 된 것은 카톡에 입점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해당 앱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라인’이나 ‘마이피플’에 입점했다면 논란의 크기가 달랐을 것이다. 그만큼 카톡의 책임이 막중해졌다는 방증이다.

범죄가 일어났다고 해서 범죄에 쓰인 총이나 칼을 만든 제조사에게 혐의를 둘 수 없듯, 카톡 채팅을 통한 청소년 왕따, 성범죄, 스미싱 등은 카카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 메신저 카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기업의 윤리적 책임 관점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이는 1위 업체의 숙명이기도 하다.

카톡은 게임하기로 대박을 내고, 흑자전환 성공으로  올해 터닝포인트를 맞고 있다. 카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팀원 4명에서 현재 300명 이상으로 모바일계의 ‘네이버’로 불릴 만큼 성장했다. 1위 포털 업체 네이버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처럼 카톡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각과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톡이 사회적 책임과 이익창출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며, 벤처 성공신화를 계속 써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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