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란 단어를 빼고 ‘게임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우리가 신임 협회장에게 정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게임 산업을 대변하는 단체의 협회장이 아닌 그저 정치인의 모습일 뿐입니다.”

지난달 23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협회 명칭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orea Internet & Digital Entertainment Association·약칭 K-IDEA)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게임에 국한된 소극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동시에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추진했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최종 결정은 이번달에 열릴 예정인 협회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협회의 이같은 명칭 변경 추진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감하는 여론도 있지만 상당수 업계 종사자와 게이머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게임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단체가 게임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어떤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얘기부터 게임 업계의 후원금을 노리고 협회장 자리를 맡은 것이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명칭 변경을 막기 위한 서명 운동까지 진행하려고 하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사실 게임업계가 이렇게까지 명칭 변경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신임 협회장이 산업 차제의 현안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남경필 회장은 명칭 변경안을 추진하면서 자신이 속한 새누리당을 전례로 들며 어려운 시국에 명칭 변경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당과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단체는 그 본질적인 성격부터 다르다는 데 있다. 물론 아직까지 게임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가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이미지 개선은 남경필 회장이 취임했을 당시 언급했던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의 수동적인 규제가 아닌 업계 내 스스로의 자율적인 규제 등을 통한 지속적이고 꾸준한 실질적인 대책으로 가능한 사안이었다.

명칭 변경이 당장 단행해야 할 만큼 시급하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게임업계는 기존 셧다운제 적용 시간을 더 확대하고 게임사에 중독 예방 기금 징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손의춘 의원(새누리당)의 ‘인터넷게임중독예방법안’,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 고포류(고스토 포커)에 대한 사행성 규제 시행안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개월이라는 시간이 업계 현안을 모두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손의춘 입법 발의안의 경우 이미 올 1월, 온라인 고포류 시행령 규제안은 문광부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추진했던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협회장으로서 취임 전에 어느 정도 인식하고 취임 이후에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사 결정 절차에 대한 업계의 불만도 적지않다. 이번 명칭 변경 추진은 남경필 회장이 결정하고 협회 실무진과 협회 이사회에 통보됐다.중요하다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협회 명칭 변경안을 회원사들의 의견 수렴 과정없이 외부로 전달한 것이다.

여기에 남경핑 회장이 명칭 변경의 명분으로 내세운 게임 산업 업계의 위상 제고도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남경필 회장이 정치인으로는 최초로 한국게임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업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사실 기대가 더 컸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부처를 막론하고 나오는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정책을 남 회장이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원활이 처리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업계는 이번 일로 남 회장에 대해 불안감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남경필 회장이 취임한지 이제 2개월. 게임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의 수장으로서 남 회장에 대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앞으로 게임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정책를 원활히 해결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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