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야. 일주일 전에 내가 샀을 때는 50만 원이었는데 어제 아는 사람이 15만원에 샀대. 이거 환불해줘야 되는 거 아냐?”

 
[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오랜만에 걸려온 사촌동생의 전화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무슨 말인가 싶다가 ‘아하’ 하고 이해가 갔다. 아마도 지인보다 더 비싸게 스마트폰을 구입한게 보조금 수위가 달랐기 때문인 듯싶다. 답답한 마음이야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어쩌겠나?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인 걸.

그렇다고 보조금을 두고 타이밍 타령만할 수는 없다. 과도한 보조금은 직접적으로 스마트폰의 가격을 낮춰주기 때문에 달콤해 보이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고 많다. 소비자들의 불평등한 구매 조건을 조장하고, 가격 방어선이 무너지며, 통신비 부담을 늘리는 등 부정적인 후폭풍을 동반하는 게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스마트폰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스마트폰 가격이 내려갔다는 사실은, 겉으로는 축소된 보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통3사는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해 높은 과징금과 함께 순차적 영업정지까지 당한 바 있다. 소위 말하는 ‘17만 원 갤럭시S3'의 파장이 무엇보다 심각했음을 알려주는 단초다. 하지만 영업정지 중에도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 끝이지 않아 결국 다시 과징금을 부과받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통3사가 요금제 등 서비스 품질을 높여, 보조금 전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판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SK텔레콤의 망내 무제한 요금제인 ‘T끼리 요금’과 KT의 ‘모두다 올레’, LG유플러스 ‘LTE음성무한자유’ 요금제들이 판을 바꾸기 첨병을 자처했다.

그리고, 축소된 보조금은 그대로 스마트폰 가격 인하를 불러왔다. ‘갤럭시S4’ 32GB 모델이 89만9000원으로 출고가가 확정됐다는 게 근거중 하나다. ‘갤럭시’ 시리즈는 국내 3명 중 2명이 쓸 정도로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단말이다. 대표적인 모델의 가격이 내려갔다는 사실은 2위 싸움에 치열한 LG전자와 팬택에도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스마트폰 가격이 내려간다면 제품 별로 가격 방어선이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가 비슷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된다면 중고폰 시장 활성화도 기대해 볼만 하다.

중고폰 시장은 각 스마트폰의 성능과는 무관하게 보조금 수위에 따라 다르게 판매되고 있다. 보조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아이폰’ 시리즈 중 ‘아이폰5’는 16GB 모델이 60만 원대로 판매되고 있지만 과도한 보조금을 등에 업었던 갤럭시S3는 40만 원대, 옵티머스 G는 35만 원대, 베가 R3는 3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라 중고폰 시장에서도 제품별로 가격 차가 크며, 때마다 가격 선이 출렁거려 불규칙한 모습을 보여준다. 소비자도 헷갈리지만 제 가격을 받지 못하는 제조업체도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다.

알뜰폰(MVNO) 시장의 성장과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도 스마트폰 가격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 저렴한 통신비를 원하는 소비자는 단말도 저렴한 제품을 쓰기를 원하는데, 최근 소위 ‘착한폰’이라고 지칭된 저렴한 보급형 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그간의 갈증이 해소되고 있다. 이제야 터닝 포인트를 잡은 듯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간간히 과도한 보조금을 빌미로한 단말기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 병폐가 단숨에 뿌리 뽑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공정한 스마트폰 구매를 위해서라도 통신시장이 서비스 경쟁으로 조속히 판이 바뀌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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