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는 국내 PC방 점유율 1위, 게임일간검색어 1위 등 각종 인기순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다. PC게임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지난달 29일 금요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 생겼다.

오후 7시부터 조금씩 접속 불안정 상태가 지속되면서 급기야 오후 8시부터 대기자 수가 9000명을 넘어섰다. 표시되는 대기자 수는 9000명을 넘어서면 더이상 표시되지 않는다. 9000번 뒤로 대기하는 사람 숫자는 확인조차 불가능하다. 예상 접속시간은 무려 1시간 20분. 그러나 1시간 20분을 기다리자 이번엔 접속 불가 메세지가 나타났다.

리그오브레전드 홈페이지조차 접속자 폭주로 인해 제대로 접속할 수 없었다. '소환사광장' 게시판에는 글 한줄 올리는 것도 힘들었다. 결국 오후 9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긴급 임시점검에 들어간다는 공지가 올라왔지만 자정이 넘도록 여전히 게임에 접속할 수가 없었다. 이같은 상황은 계속됐고 30일 새벽 1시 45분 홈페이지 접속 불가 상태와 함께, 연장 점검 공지가 새로 올라왔다. 유저들의 아우성을 뒤로 한채 새벽 3시반이 돼서야 겨우 복구됐다.

그동안 홈페이지에 올라온 욕설과 항의글은 수십페이지에 달했으며 점검관련 공지글은 순식간에 조회수 30만에 달했다. 주말에 마음편히 게임을 즐기려는 바람은 산산조각났다. 아마 수십만명의 '리그오브레전드' 유저들이 같은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처럼 서버 사고(?)가 한번 터지면 수백건에 달하는 욕설섞인 항의글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개xx','씨xxx' 등의 욕설과 함께 자신이 게임을 하지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글들이 수십페이지씩 올라온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서버 증설 작업을 해왔다. 이번 긴급 점검 사태도 내부 데이터베이스 증설 작업 과정에서 접속 서버에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런 사실에는 아랑곳하지 않을뿐더러 관심조차 없다. 원활한 게임 환경을 위한 제작사의 노력에도 자신이 게임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만이 있을 뿐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무료게임이다. 자신의 챔피언에 입힐 '스킨'을 유료로 판매하긴 하지만 게임을 즐기기 위해 고정적으로 내는 비용은 없다. 냉정히 말하면 이와같은 서버 점검 사태가 생겨도 유저들은 제작사를 욕할 자격이 없는 셈이다.

유독 폭력적이고 욕설이 난무하는 '리그오브레전드' 내의 커뮤니케이션은 게임속으로 들어가면 더 가관이다. 서로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다섯명이 팀을 이뤄 포지션을 나눈후 5:5로 게임을 시작한다. 각자 맡은 포지션에 따라 탑, 미들, 정글, 봇, 서폿 등으로 나뉜다.

자신이 아무리 잘해도 다른 포지션에서 잘하지 못하면 게임은 패배하기 쉽다. 유저들 사이에선 이를 '똥을 싼다'고 표현한다. 유저들 표현을 빌리자면 같은 팀원이 실수를 반복하면 결국 자신이 잘해도 '남이 싸놓은 똥을 치우다 끝나는 상황'이 생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로간의 비방이나 욕설이 오고 가기 쉬운 환경이 된다. 본인 스스로는 잘했지만 같은 팀원이 못하는 이유로 자신이 패배한다면 본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하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이같은 심리가 남을 비방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구조다. 평소에 욕설과 거리가 먼 플레이어도 자연스럽게 비방과 욕설에 동참하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요소들이 반복되고 쌓이다보니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게임환경이 돼버렸다. 타 게임과 달리 유독 게시판에 욕설이 가득한 이유중의 하나다. 온라인 상의 매너나 예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적 없는 '저연령층' 유저들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도 이같은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매너캠페인', '배심원 제도' 등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언어폭력' 때문에 유입되지 못하고 초기에 포기하는 유저들도 많다. 아무리 제재를 가해도 상황은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제재의 강도가 터무니 없이 약하기 때문이다. '탈주'나 '욕설'때문에 제재를 받아도 '계정 일시정지' 등 정도에 그친다. 그나마도 최종 제재조치가 내려지기까지 시간도 일주일 이상 걸린다.

라이엇게임즈 소셜 시스템 총괄 디자이너 제프리 린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처벌'은 능사가 아니며 '보상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레이어가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때 이에 대한 '보상'을 높혀 긍적적인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부분 욕설과 비방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플레이어는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오히려 못하는 것에 대한 비방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보상'을 높혀도 이를 당연하게만 받아들일 뿐이다. '영구정지' 등 확실하고 강도 높은 제재를 통해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조속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리그오브레전드'는 불량식품이라는 이미지만 높아갈 뿐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