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알뜰폰은 오픈마켓 등 온라인 유통을 시작으로 편의점, 대형마트까지 판매 영역이 넓어지면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도 과자 고르듯 휴대폰을 구입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특히, 이들 편의점 알뜰폰 단말은 10만원 미만의 초저가에 이통사 약정에 묶일 필요가 없어 일부는 매진행렬을 보이고 있다. 요금제도 선불, 후불, 유심 요금제 등 다양하다. 백문이 불여일견. 편의점 스마트폰은 실제로 쓸만한지 기자가 직접 구매해서 개통해봤다.


◇알뜰폰 파는 편의점, 도대체 어디에?

“알뜰폰요? 저희 매장에서는 안 파는데...”
편의점에서 알뜰폰을 도입한지 약 4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알뜰폰을 판매하는 점포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지난달 25일 편의점폰을 구매하려고 광화문에서부터 명동 일대의 10여군데의 점포를 들렀지만, 명동역 근처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4곳에서만 겨우 알뜰폰 단말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알뜰폰이 뭐냐고 되묻는 점주도 있었다. 

▲ 명동역 주변 세븐일레븐에서 팔고 있는 알뜰폰 단말기. '옵티머스 빅'은 모두 매진됐었다. 오른쪽은 '바닐라폰' 상자를 막 개봉한 모습.

광화문 일대에서 GS25를 운영하는 한 편의점 점주는 “휴대폰 단말기 자체가 고가이고, 30여개가 넘는 단말기 재고를 보관할데도 마땅치 않아 일부러 알뜰폰 발주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알뜰폰을 판매하는 점포는 세븐일레븐 3600개, CU 860개, GS25 270개 등으로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돌아다녀보니, 서울 명동과 을지로 일대의 중구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알뜰폰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확인해보니 세븐일레븐의 피처폰인‘세컨드폰’은 전국 3000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비롯한 7종의 휴대폰 단말은 서울 중구 20개 점포에서 팔고 있었다. 지난달 27일부터는 서울 지역 200개로 확대했다. CU는 당초 피처폰인 ‘리하트폰’을 서울 400여개 점포에서 판매했는데, 1500대가 넘게 팔리면서 지금은 초도물량이 매진된 상태다. GS25는 현재 영등포의 본점을 포함한 서울 50여개의 점포에서만 알뜰폰을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 바닐라폰 상자안에는 알뜰폰 개통 안내서가 함께 들어있다. 상자를 개봉하면 바닐라폰, 화면 액정 스티커, 배터리2개, 이어폰, 스마트폰USB케이블이 들어있다.(오른쪽)

우여곡절 끝에 알뜰폰을 파는 편의점을 찾을 수 있었지만 각 점포마다 최신 기종에 해당하는 옵티머스 시리즈는 품절이었다. 특히, 인기가 가장 많은 ‘옵티머스 빅’의 경우 대기자 명단에 이름까지 올려야 했다. 

명동역 세븐일레븐 직영점 관계자는 “각 단말마다 20~30대씩 들여오는데, 옵티머스 빅은 보통 3일만에 물량이 모두 판매되어 예약 명단을 따로 받고 있다”며 “주로 쏘쏘폰, 바닐라폰, 옵티머스 빅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은 판매만...개통부터 소비자의 몫

기자는 세븐일레븐에서 4만5000원짜리 아이리버의 ‘바닐라’ 스마트폰을 구매했다. 일단 휴대폰을 구입해 포장을 뜯으면,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히 구입해야 한다. 편의점은 어디까지나 알뜰폰 판매만 대행할 뿐, 개통부터 요금납부 AS는 모두 소비자가 알아서 해야한다.

바닐라폰 포장을 뜯으면 상자 안에 휴대폰 개통 안내 방법과 요금제를 적어놓은 설명서가 들어있다. 개통은 온라인과 정해진 대리점(용산, 서울역, 영등포)에서 직접 방문해 할 수 있다. 기자는 온라인을 통해 개통했다. 온라인에 가입신청을 하면 해당 업체에서 해피콜로 확인 전화와 문자가 오고, 소비자는 부여받은 휴대번호를 입력해 재부팅하면 개통이 된다.

▲ 실제 편의점폰 개통 화면. 기자는 신용카드 인증을 통해 개통을 신청했다.

일반적으로 가입 신청을 확인하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긴 하지만, 기자의 경우 오전에 개통을 신청해서 해피콜 전화가 오는데까지 약 30분이 걸렸다.

온라인 개통방법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으나 번거로웠다. 개통시 몇 가지 유의사항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고객센터가 영업하는 10시~19시 사이에 개통 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바닐라폰은 LG유플러스 전용 3G 스마트폰으로, 개통은 LG유플러스 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사업자 ‘머천드코리아’의 홈페이지 ‘마이월드’에서 하면 된다.

▲ 알뜰폰 개통 완료 모습. 개통을 완료하면 1시간 이내로 해피콜이 신청자의 기존 스마트폰 번호로 온다.

단, 신규개통은 본인인증을 하기 위해 범용 공인인증서 또는 신용카드(체크카드, BC카드 제외)가 필요하다. 신용카드로 인증을 할 경우에는 주민등록증을 스캔하거나 캡쳐한 이미지를 메일로 추가 첨부해야 한다. 또한 바닐라폰은 LG유플러스 전용 3G 폰이기 때문에 가입자 식별모듈(유심) 요금제에는 가입할 수 없다.

'마이월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는 총 11가지가 있다. 최소 4500원(문자 50건, 기본통화료 1.8원/초) 기본 요금제부터 최대 4만6000원 스마트폰 요금제(무료통화 360분, 문자350건, 데이터 1GB)까지 준비됐다.

기자는 바닐라폰으로 카톡,  인터넷 검색 등의 기본적인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1만2000원짜리 후불 요금제(문자50건, 데이터300MB, 1.8원/초)를 선택했다. 가입비는 무료이며 약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싼 게 비지떡?...가격대비 성능 굿

4만5000원짜리 스마트폰은 사용할만할까? 실제 써보니 가격대비 성능은 합격이었다.

바닐라폰은 2011년 9월에 출시된 저가형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갤럭시S3, 옵티머스G프로, 갤럭시노트2 등플래그십 스마트폰과는 스펙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 바닐라폰 해피콜이 오면 (왼쪽부터)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부여받은 휴대폰 번호를 간편모드(simple nam mode)에서 입력하면 된다. 그 뒤 바로 개통됐다는 문자가 바닐라폰으로 온다.

그러나 바닐라폰은 출고가가 90만원대인 최신 스마트폰에 비하면 단말기 가격은 공짜에 가까우면서 기본적인 기능은 다 있다. 3.5인치 액정화면, 안드로이드 2.2 운영체제, 500만 화소 카메라, 지상파DMB, 블루투스 등 나름 구색은 갖췄다. 최신 스마트폰 만큼 탑재되어 있는 앱 개수가 많지 않지만 카톡, 페이스북, 네이버 등 필수 앱은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구형폰이기 때문에 호환이 잘 되지 않아 구글플레이에서 최신 게임들을 내려받을 수 없어 아쉬웠다. 애니팡, 다함께차차차, 윈드러너 등의 게임은 바닐라폰에서는 아예 구동자체가 불가능했다. 드래곤플라이트 등 비교적 가벼운 캐주얼 게임의 경우도 실제 실행했을 때, 약간의 버벅거림이 있었다. 대작 RPG 등 고사양 게임 구동은 무리다.

▲ 바닐라폰으로 '카카오톡'과 '드래곤플라이트'를 실행한 모습. '드래곤플라이트'는 게임을 진행한 결과 약간의 버벅거림이 있었다. '다함께차차차'는 버전이 맞지가 않아 실행할 수 없었다.

실제 바닐라폰은 중·고생을 겨냥하면서 나온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학생폰으로 가장 적절하다. 3500여개의 EBS강의가 들어있는 ‘EBS TV’, 3만개의 영어단어를 보유한 ‘능률교육 보카 트레이너’ 등의 교육 콘텐츠가 기본으로 제공되고 있다. 아이리버의 강점인 MP3와 PMP기능도 바닐라폰에 들어있기 때문에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는데도 제격이다.

다만, 바닐라폰의 메모리 공간은 4GB(외장 메모리 포함)로 요즘 스마트폰의 메모리 용량이 16GB 이상인 것에 비해 적은 편이다.

▲ 바닐라폰은 중고등학생 특화폰답게 교육용 콘텐츠가 구비돼있다.

4GB는 일반적으로 MP3 음악 1000여곡, 2만여장의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마트폰에 음악 및 사진 뿐만 아니라 앱도 다운받을 것을 감안하면, 필수 앱만 내려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고사양의 게임 경우 500MB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도 있어 앱 용량을 확인하면서 설치해야 하므로,  최신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용자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타 스마트폰도 바닐라폰과 스펙은 큰 차이가 없다. 즉,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은 통화량이 적고 데이터 이용이 적은 소비자에게 유용하다. 약정이 없기 때문에 최신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기 위한 버스폰이나 업무 용도의 세컨폰, 학생이나 효도폰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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