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언젠가는 풀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 지는 생각지 못했다. 반쪽짜리 LTE 쉐어링이 좀 더 완벽해졌다. 묵혀놨던 세컨폰과 태블릿PC가 다시 살아나는 소식이다.

오는 27일부터 SK텔레콤이 LTE 쉐어링을 최대 2회선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유심(USIM)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봉인됐던 스마트폰까지 풀렸다. LTE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사용량을 공유하게 된다. 통신비가 크게 내려가는 소식이다. 이제까지는 최대 9000원을 내고 하나의 데이터 기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해말 이통3사가 LTE 가입자 유치 전략에 따라 LTE에서도 쉐어링 제도를 도입했다. KT가 먼저 시작했다. 당시 LTE 쉐어링은 국내 음성 중심의 요금체계에서 미 이통사들이 지향하는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 체계로의 전환을 알리는 계기였다. 즉각적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따라왔다. 단, 회선별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또한 데이터 기기만이 가능했다. 스마트폰은 쉐어링 자체가 되지 않았다.

이전부터 국내는 데이터에 특화된 요금제도인 쉐어링이 특수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3G 시절 무제한 요금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체감상 데이터를 공유한다기 보다는 추가되는 방식이었다. 초기 쉐어링 제도는 54요금제 이상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돼 있으면, 쉐어링으로 묶은 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도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 쉐어링은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요금제별로 쉐어링 데이터를 제한하게 된 것이다. 34요금제는 100MB, 54요금제는 1GB 등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LTE 시대로 진입해서는 쉐어링을 원천봉쇄하기에 이르렀다. 추가도 공유도 아닌 회선을 따로 가입해야만 했다. 통신비가 크게 가중됐다.

LTE폰을 개통하고, 따로 태블릿PC를 가입해 쓰는 지인의 경우 두 기기를 통합해 할인되는 요금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매월 통신비가 10만 원이 넘는다. 기기값 할부는 별도다. 가계부담을 줄이면서도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제도가 절실했다. 그나마 지난해말 LTE쉐어링이 도입되면서 한시름 놓게 됐고, 이번 SK텔레콤의 쉐어링 무료 소식에 두 손을 번쩍 들게 된다.

국내 상황은 해외와 달리, 사용자 중심으로 쉐어링 제도가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미국의 경우 사용자가 아닌 기기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어 국내와는 사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버라이즌의 ‘쉐어 에브리띵(share everything)' 요금제를 살펴보면 음성과 문자 메시지는 무제한으로 제공하지만 데이터에만 요금을 부과한다. 데이터를 쓸 스마트 기기들을 회선 당 추가요금을 내고 연결한 후, LTE데이터 사용량을 계산해 가입하는 방식이다.

계산해보면 스마트폰은 월 40달러, 태블릿은 월 10달러다. 이 두 기기를 묶은 다음 월 2GB 데이터 사용요금 60달러를 내면, 매달 110달러를 내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총 2GB의 데이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국내보다는 다소 비싼 가격이다.

즉 해외와는 달리 국내는 접속료 이슈 등 각종 제도로 인해 사용자를 우선적으로 하는 쉐어링 제도가 탄생했으며, 진화 방향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하겠다. 이 과정 속에서 SK텔레콤 쉐어링 무료 제공 소식은 국내 사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최적화된 쉐어링 제도를 보다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사실 기자는 LTE 도입 1년이 지났음에도 고집스럽게 3G를 선호해왔다. 특성 상 다양한 디바이스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쉐어링은 버릴 수 없는 카드였다. LTE폰이 시중에 나왔어도 이를 3G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이제 안녕이다. 오는 27일 묵혀뒀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들고 가까운 매장에 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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