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최근 카카오의 투표 앱 ‘카카오폴’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IT 업계의 ‘베끼기’ 관행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개발한 온라인 투표 앱 ‘카카오폴’이 리서치 앱 개발사 두잇서베이의 서비스 ‘오백인’ 모델을 도용했다는 것. 두잇서베이 측에 따르면 카카오폴의 구성이 지난 2011년 카카오측에 서비스 제휴를 위해 두잇이 제시한 제안서의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 

▲ 표절논란에 휩싸인 카카오폴.

이에 카카오측은 “당시 제안서에는 구체적인 서비스 모델이나 기능은 제시되지 않았다”며 “실제 카카오폴과 오백인을 비교해보면 전혀 다른 서비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일축하고 있다.

두잇서베이는 카카오폴 서비스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무단 도용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증명서를 발송한 상태다. 카카오가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폴 뿐만이 아니다. 앞서, 카카오는 카톡 게임하기의 게임 표절 논란에도 시달린 바 있다. 선데이토즈가 개발한 애니팡의 경우 일본 게임 ‘다이아몬드 대쉬’를 베꼈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CJ E&M 넷마블의 ‘다함께 차차차’도 소니의 `모두의 스트레스 팍 레이싱'과 유사하는 비난에 시달렸다.

◇대기업 베끼기, 벤처 업계 속수무책
IT업계의 베끼기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의 벤처 아이디어 모방 사례는 업계의 해묵은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모바일 중고 마켓 ‘헬로마켓’과 유사한 ‘판다마켓’을 출시했다. NHN의 경우 모바일 업계에서는 경계 대상 1호로 꼽힐 만큼 표절 논란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NHN의 메신저 라인은 카톡 게임하기, 카톡의 플러스 친구 등 닮은꼴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지인 기반의 SNS ‘네이버 밴드’의 경우 중소기업 유디아이디에서 출원한 특허 내용을 무단 도용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에는 이달에 출시 예정인 패션 SNS ‘원더’가 기존 스타트업이 출시한 ‘스타일 쉐어’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소벤처업체들은 특히는 NHN의 자회사 ‘캠프모바일’ 설립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캠프모바일이 막대한 자금력과 마케팅을 앞세워 물량공세를 펼치면 당해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캠프모바일’은 NHN의 모바일 신규 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로 이람 네이버 서비스 2본부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돼 진두지휘한다. 150명의 인력과 400억원의 자본금이 투입됐다. 강남역 인근 빌딩의 3개의 층을 임대해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현재 사내벤처 개념인 캠프팀에서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 개발 에 들어갔다. NHN은 캠프모바일을 필두로 모바일 사업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한 앱개발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NHN에 맞서 개발사간 합종연횡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염려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벤처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는 모습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분야 특허받기 어려운 구조
모바일 게임에 대한 표절 논란까지 거세지면서, 모바일 분야에 대한 저작권과 법규 개정에 대한 필요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으로 표절과 모방을 판정하는 뚜렷한 기준이 없어 베끼기 관행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소셜 댓글 라이브리를 운영하는 시지온 김미균 이사는 “A+B+C란 내용으로 특허 등록을 해놓으면, 대기업에서는 A+B+C+D란 내용으로 모방을 한다”며 “서비스 출시를 앞둔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는 바람에 회사 문을 닫은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참의 이동구 변호사는 “현재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특허 출원은 없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며 “부분적으로 기술에 관한 특허를 받을 수는 있지만, 분쟁으로 들어가면 특허가 소용없는 것으로 간주돼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설명했다.

설사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기본이 6개월에서 2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소요기간, 비용 부담 등을 중소벤처업체가 견뎌내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1심에서 이겨도 항소를 통해 뒤집히는 등 승소하기까지 여러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이동구 변호사는 “표절의 경우 법적 문제라기 보다 윤리적인 문제에 가깝다”며 “그러나 모바일이 핫이슈인 만큼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을 보호하는 관련 법이나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헬로마켓 한상협 이사는 “사실 모방과 표절은 종이 한 장 차이다”라며 “대기업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내면 중소벤처기업은 유연함을 무기로 서비스를 개선해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대기업은 아이디어 도용보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처럼 벤처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인기 서비스를 따라하는 것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콘텐츠 문화가 하루빨리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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