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의 대표주자인 세컨드라이프가 마침내 국내에도 진출한다. 현재 베타버전으로 한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 정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질 전망이다.

전세계 5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세컨드라이프에는 전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홍보 및 판촉활동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IBM, 도요타, 로이터통신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세컨드라이프에 입주한 상태이다. 삼성도 최근 섬 하나를 분양받아 건물을 짓고 있다고 알려졌다.

기업들만이 분주히 움직이는 게 아니다. 정치활동도 활발하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몇몇 정치가들에 의해 선거 유세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미 미국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위원은 세컨드라이프 안에서 유세활동을 벌여 유명세를 떨었다.

세컨드라이프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유저가 직접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창작 아이템의 저작권이 유저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웹2.0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3차원, RMT(Read Money Trade)와 같은 적당한 요소들이 배합되어 발빠른 블로거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점이 미디어를 통해 퍼져 나가면서 회원들을 끌어 모았다. 사람들이 모이니 기업들이나 정치가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상반기 중 한국 본격 진출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세컨드라이프가 국내에서도 과연 성공 가능할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세컨드라이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미지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한 온라인 게임업체 관계자는 "콘텐츠 자체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또한 주된 사용자층이 10대에 집중되고 있어 비즈니스에 이용하고자하는 마인드가 부족하다. 특히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세컨드라이프가 새롭게 다가오지는 못할 것이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아바타의 디자인과 이름이 매우 미국식이라는 것이다. 아바타에 붙일 수 있는 성은 100개 이상이지만, 한국적 요소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세컨드라이프는 이름은 자신이 정할 수 있지만, 성은 자신이 원하는 데로 할 수 없다. 정해진 틀안에서 골라야 한다. 이는 국내 사용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라며,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을 짓게되면 애정을 갖기 어렵고 이용하려는 의욕도 감소된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의 경우 국내 사용자들은 일본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고 있다. 국내 수많은 온라인 게임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상황에서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온라인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인 전민수 씨는 "NC소프트의 시티오프히어로가 매우 좋은 예"라며, "미국적 디자인을 채택한 이 게임은 미국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온라인 게임이 활성화되어 있는 국내시장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인기있는 게임들의 대부분은 일본의 디자인 요소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국내 게임사용자에게 익숙한 리니지 캐릭터>

두 번째로 조작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로그인 후, 초보자 지역인 오리엔테이션 섬(Orientation island)에 도달했다 해도 조작이 문제다. 아바타를 전후좌우로만 움직이려면 간단히 조종할 수 있지만 달리거나, 날거나, 앉거나, 시선을 바꾸거나, 손으로 물건을 잡는 등의 행동은 조작 방법이 어려워서 영어로 된 오리엔테이션 섬의 도움말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컨드라이프의 브라우저는 웹브라우저처럼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어, 메뉴가 다양하다. 각 메뉴의 기능과 조작에 익숙해지까지는 상당한 공부가 필요하다. 조작이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사용자들이 흥미를 잃는데 걸리는 시간이 빨라진다는 것을 말한다.

< 웹브라우저처럼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어, 메뉴가 다양하여 각 메뉴의 기능과 조작에 익숙해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세 번째는 사용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문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싸워야 할 적도 없고, 미션 수행 임무도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공간이다. 처음에는 유명한 장소나 기업 SIM등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둘러볼 수 있겠지만, 이를 끝마치면 할 일이 없어진다. 거리를 걷고만 있어도 빈번히 다른 유저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된다고는 하지만, 영어권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국내 사용자들이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네 번째로 무엇을 하던지 돈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세컨드라이프에서는 아바타의 옷을 갈아 입힐수도 있고, 아이템을 만들 수도 있고, 집을 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을 하더라도 린든 달라(사이버머니)가 필요하다. 어디를 가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L$라고 가격을 써 놓은 간판이다.

물론 웹2.0에 기인했기 때문에 사용자가 만든 것은 사용자에게 저작권이 있다. 이를 판매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시 린든랩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 개인계정을 만든 뒤 사업이 가능한 정회원이 되기 위해선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매달 9.95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토지사용료는 또 다른 얘기다. 사업을 위해서는 개인 소유 토지가 있어야 하며, 사업을 크게 벌리기 위해서는 토지를 더 많이 사야한다. 기본적으로 9.95달러를 내면 512㎡(평방미터)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이를 확장하기 위해선 돈을 내야 한다. 512㎡당 일정금액이 추가된다.

사업을 해서 돈을 벌면 이는 다시 린든달러를 달러(미)로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수수료가 붙는다. 마치 한국 돈을 미국 달러로 바꾸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세컨드라이프의 토지이용료>

여기서 다섯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현금이 오고가는 비즈니스라는 점이 여러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세법상 2400만원 미만의 매출을 거두는 사람에게는 세금이 없다. 하지만, 국내 한 오픈마켓 담당자에 따르면, 오픈마켓에서 지속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개인사업자등록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사업자등록을 오픈마켓들이 대행해주고 있는 추세이다. 즉, 세컨드라이프는 사업을 위해선 최소 한달 이상은 진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며, 이는 반드시 개인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린든랩이 이러한 서비스까지 해줄지 의문이다.

여섯 번째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재미가 없다. 실생활에서는 집에서 쉬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때문에 세컨드라이프에서도 쉴 수 있는 집을 지을 수 있으며 취미생활을 위해 각종 게임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하지만, 실제 자리가 좋은 곳엔 집을 지을 수 없다. 이미 누군가의 개인소유다. 게임들도 재미가 없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평이다.

세컨드라이프의 한 사용자는 "집을 짓기 위해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아봤지만, 이미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어 외곽에 있는 섬 밖에는 없었다. 또한 둠(1인칭 온라인 게임)과 같은 방식의 게임이 있지만, 속도가 매우 느려 박진감이 없고 재미가 없다. 그 게임을 10여분간 실행해 봤는데 이용자는 2~3명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인기장소는 성인물과 카지노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트래픽이 많은 장소는 카지노와 누드비치(NUDE BEACH), 섹스샵과 같은 곳이다. 세컨드라이프에서는 아바타끼리의 성행위도 가능하며,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내 사용자들에게 충분히 관심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정서상 법률적으로 서비스 허용여부가 가능할지가 문제로 남는다.

카지노 역시 린든 달라를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카지노를 이용하는 것은 실제로 돈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불법도박이란 말이다. 실제로 린든랩 본사에서도 불법카지노를 우려하여 최근 FBI에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 서비스가 분명 논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린든랩 측은 이 서비스를 국내에서는 선보이지 않을까? 우리나라 환경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 해 선보일까?

용어설명/세컨드라이프란?

세컨드 라이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IT기업인 ‘린드 랩스’가 개발한 3D 가상세계 서비스로써,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시작된 커뮤니티이다.

사용자가 직접 창조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온라인 가상세계에서 모두 가능하여 사용자는 자신이 꿈꾸던 모든 것을 실행할 수 있다. 실제 이 커뮤니티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단순한 게임뿐 아니라 채팅(메신저), 강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를 사용자가 직접 제작하여 수익을 목적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유진상 기자 jin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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