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는 블록체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림출처: Flickr).
WEF는 블록체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림출처: Flickr).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블록체인을 주제로 세계경제포럼(WEF)과 공동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야기 된 내용이 바로 오라클 문제다. 사회 쟁점으로는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리스크 측면에서 사업화하는 게 맞을 지 고민했었다.

 

인바운드로 생기는 오라클 문제

오라클은 블록체인 외부와 내부 간에 데이터를 공유하는 중간 미들웨어를 뜻한다. 외부에서 내부로 데이터를 전송(인바운드 오라클)하거나 내부에서 외부로 데이터를 전송(아웃바운드 오라클)할때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것.

 

여기서 오라클 문제는 내부로 데이터를 전송할때 발생하는 신뢰성 침해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이다. 블록체인 내의 데이터 신뢰성은 강력한 합의 알고리즘으로 보장받지만 블록체인 밖의 외부 데이터는 신뢰성 보장 범위의 밖에 있다. 신뢰받지 못한 데이터가 블록체인 내에 생성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블록체인에서 강조하는 ‘신뢰성’의 가치가 의미 없어진다.

 

그럼 오라클 문제는 어느 요인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오라클은 4가지 유형이 있다. 합의 기반 오라클(Consensus Based Oracles)은 말 그대로 합의로 인바운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거(Augur)가 대표적인 예다. 어거는 시장 예측 정보를 합의에 따라서 해당 정보를 끌어온다. 여러 사용자가 시장 예측에 관해서 베팅하면 베팅 수와 REP(Reputation) 코인 보유량을 기반으로 어디가 옳을 지를 판명한다. 물론 해당 판명은 예측이므로 틀릴 수 있다.

 

합의 기반 오라클은 이미 블록체인의 합의 방식으로 외부 데이터를 검증해서 내부로 가져오므로 오라클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다.

 

오라클 문제는 블록체인을 벗어난 문제

오라클 문제는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의해서 발생한다. 하드웨어 오라클은 물리 세계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방식을 말하는 데 대표적인 예가 사물인터넷(IoT)의 블록체인 데이터 전송이다.

 

해당 방식의 오라클 문제는 하드웨어의 오작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는 데 기능상의 문제 혹은 해킹으로 IoT가 현실의 정보를 잘못 측정할 수 있다. 결국, 잘못된 정보가 블록체인으로 그대로 전달되어 신뢰성을 훼손한다.

 

소프트웨어 오라클은 가상환경에 이미 놓여 있는 데이터를 가져오는 방식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다. 데이터 제공 기관에서 유효하지 않은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는데 가장 익숙한 예로는 가짜 뉴스가 블록체인에 저장되는 것이다.

 

사실 이 외에도 제공 기관에서 유효한 데이터를 주지 않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가령 URL 관련 정보, 이메일 주소 정보 등을 구매해 API로 받을 때, 유효하지 않은 데이터가 많다.

 

끝으로, 사람이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정의돼 있지 않은 방식이지만 사람이 직접 수기로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다. 이 때 고의 및 과실로 잘못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오라클 문제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국한해야 할까? 물론 아니다.

IoT로 인한 오라클 문제는 블록체인에 문제라기보다는 IoT 보안 및 구현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블록체인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클라우드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IoT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실제로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는 IoT에서 추출하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IoT 문제로 보고, 이에 관한 해결책을 조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오라클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문제는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 산업에서 자주 나타난다. 그러므로 해당 문제는 데이터 분석 산업에서 봐야 한다. 수기로 인한 오라클 문제 또한 블록체인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발전소에 내부자가 발전 설비에 이상한 정보를 고의 혹은 실수로 주입할 수 있다. 산업 전반에 발전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드웨어 오라클 문제는 보안 산업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림출처: Pixabay).
하드웨어 오라클 문제는 보안 산업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림출처: Pixabay).

사업화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

오라클 문제는 전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인데도 블록체인에 국한해 제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블록체인에 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신뢰성과 무결성은 블록체인에서 아주 중요한 장점이다. 물론 다른 산업에서도 시스템에 관한 신뢰성과 무결성은 존재한다. 가령, 작업자는 발전 설비 동작에 관한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해당 분야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신뢰성과 무결성을 제공한다. 따라서 블록체인 종사자는 이러한 특성이 인바운드 방식으로 인해서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오라클 문제는 블록체인의 쟁점으로 논의할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블록체인의 신뢰성을 오라클의 인바운드 방식으로부터 지켜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화 관점에서 논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오라클 문제의 비중이 큰 분야에는 적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보안 산업을 생각해보자. 완벽한 보안이 있을까? 없다. 그러나 보안 산업은 완벽을 위해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방화벽, 침입탐지시스템(IDS), 침입차단시스템(IPS), 보안웹게이트웨이(SWG), 위협 사냥(Threat Hunting) 등 여러 단계를 밟으면서 발전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보안 산업은 보안 홀이라는 위협을 안고 시장을 형성해왔고 더욱 더 진화해왔다.

 

블록체인도 보안 산업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현실과 타협할 필요가 있다. 오라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IoT 보안 솔루션을 출시해도 하드웨어 오라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IoT 보안 솔루션이 완벽한 보안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록체인의 제공할 수 있는 가치 범위와 고객 수요에 맞춰서 사업화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오라클 문제를 가지고 블록체인 사업화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오라클 문제는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문제도 아니다. 이를 고려할 게 아니라 그때그때 시장 환경에 맞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오라클 문제를 안고도 블록체인 신뢰성에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많고 블록체인은 신뢰성외에도 공유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가치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사업화를 할 수 있다. 오라클 문제가 있다고 해서 블록체인 사업화를 못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스타벅스에서 선보인 블록체인 기반 원두 생산 이력 정보 제공을 생각해보자. 구매자는 스타벅스에서 제공한 이력 정보를 믿는다. 오라클 문제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믿기 때문이다. 회사 브랜드가 오라클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손자병법에 무지하면 바보가 되고 생각이 많으면 겁쟁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블록체인 사업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술적인 쟁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너무 고려하면 어떠한 것도 이룰 수 없다. 현재 오라클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블록체인 만의 문제가 아닌 것을 블록체인 문제로 끌고 오는 것은 사회적 쟁점으로는 좋으나 사업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라클 문제가 너무 크다면 다른 방면으로 사업화를 고려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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