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산업이 식었다고 말지만 이는 오해다. 블록체인 산업은 여전히 뜨겁다. 특히, 많은 블록체인 기업이 사업화에 집중을 많이 하는 듯하다. 결국,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 성공 요인은 적합한 수익 모델을 그리는 것이다. 그런데 수익 모델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느 시장을 노린 것일지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시장만을 노린다면, 블록체인으로 크게 성공할 수 없다. ‘경쟁 밀집도’와 ‘시장 규모’ 때문이다.

 

국내에도 KT, 삼성SDS, SK텔레콤, 블로코, 더루프, 삼성SDS, 글로스퍼 등 우수한 블록체인 기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국내의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처가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 시장 비율을 41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27위였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7.49%이다. 이는 일본 (14.33%) 대비 2.5배가량 높은 것이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은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러한 추세를 계속 유지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다만, 한 국가에만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해당 국가의 상황에 따라 경기가 바뀌기 때문이다.

 

국내 블록체인 시장 역시 확대 전략으로 수출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해외 역시 블록체인 시장 경쟁이 만만치 않다. 코다, 이더리움, 하이퍼렛저, 아이오타, 에이다 등 쟁쟁한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이 버티고 있다.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알리바바, 오라클 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은 블록체인 수출 전략으로 어떤 곳을 목표로 해야 할까? 답은 가까이 있는 북한에서 찾을 수 있다. 좀 더 풀어쓰면, 북한이 블록체인 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면 수출 대상 국가를 찾을 수 있다.

 

국내 블록체인 시장 파이는 크지 않을 것이므로 수출을 고려해야 한다 (그림출처: Max Pixel)
국내 블록체인 시장 파이는 크지 않을 것이므로 수출을 고려해야 한다 (그림출처: Max Pixel).

 

블록체인으로 국가 신뢰도를 높일 수 있어

작년 11월 블록체인 산업에서 ‘북한’이라는 핵심어가 떠올랐다. 이유는 북한이 4월 22일부터 4월 23일까지 블록체인 컨퍼런스를 개최한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참가 신청을 받고 비용은 3300유로(약 420만원)로 알려졌는데 한국, 일본, 이스라엘 여권을 소지한 사람과 언론인은 참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산주의 국가로 해외와의 교류가 많지 않은 북한이 이처럼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아서이다. 북한은 해외와의 국제 무역을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국제무역 화폐로 달러보다는 암호화폐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는 네트워크 상에서 익명으로 거래될 수 있어 그만큼 북한으로서는 해외와의 국제 무역이 쉬워진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아직 암호화폐의 신뢰도가 낮다. 암호화폐의 가치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처럼 신뢰가 낮은 국가 기관에 경우, 대상 국가의 화폐보다는 암호화폐에 더 신뢰를 가질 것이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신뢰 보증을 암호화폐로 사용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국민에게 자국 화폐의 신뢰성을 주지 못해서, 암호화폐가 더 보편화 된 경우도 있다.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VES)’가 대표적인 예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1볼리바르의 가치는 0.01258달러였다. 그런데 5월에는 0.00017달러이다. 볼리바르 가치가 5개월도 안되어 100분의 1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는 비트코인의 하락 가치보다 매우 큰 폭이다. 1비트코인의 가치는 같은 기간 사이에 2배 증가했는데, 볼리바르와 비교하면, 안정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베네수엘라 국민은 지폐를 종이 취급하고 암호화폐에 열광하고 있다.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화폐 신뢰성이 없는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암호화폐가 주목받고 있다. 베네수엘라처럼 변동성이 크지는 않지만 아르헨티나의 화폐가치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락세다. 따라서 아르헨티나 국민 입장에서는 화폐를 보유하는 것이 손해이다.

 

 

비트코인 가치 변동은 볼리바르와 비교하면 매우 안전하다 (그림출처: Flickr).
비트코인 가치 변동은 볼리바르와 비교하면 매우 안전하다 (그림출처: Flickr).

 

북한으로부터 얻는 비즈니스 교훈

북한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정부의 낮은 신뢰성을 블록체인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다. 이는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에서도 적용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는 화폐에 국한된 것이다. 앞의 내용은 자국 화폐를 암호화폐로 대신해 신뢰를 보증한 것이다. 토지 대장을 국가가 아닌 블록체인으로 대신하는 예도 있다. 조지아공화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적용 범위 또한 정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의 낮은 신뢰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다. IBM이 월마트와 함께 블록체인을 적용해 중국의 식품에 관한 신뢰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신흥국은 블록체인을 제안하기 좋은 영역이다. 국가의 체계가 선진국보다 덜 잡혀있기 때문에 신뢰가 낮은 영역이 있고 이러한 부분에 블록체인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도 선진국보다 덜 갖춰 있다.

 

국내에는 식품 유통 이력 체계가 잘 잡혀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적용할 부분이 적다. 반면 중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IBM은 블록체인을 해당 분야에 쉽게 제안할 수 있었다. 북한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국내 블록체인 기업은 수출 전략으로 신흥국을 노리는 것이 좋다. 기존 시스템과의 경쟁을 피해서 소비자의 전환 비용이 없는 특성이 있고, 신뢰성이 필요하므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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