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글로스퍼가 올해를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원년으로 보고, 시장 점유율 50%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글로스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IBM이 주도하는 오픈소스 기반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인 하이퍼렛저를 앞세워 기업 시장을 공략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자체 개발한 ‘하이콘 엔터프라이즈 플랫폼(HYCON Enterprise Platform)’으로 국내 공공 및 기업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글로스퍼는 분야별로 역량 있는 솔루션 회사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미 대보정보통신, 케이엘넷, KCC정보통신 등을 포함해 14개 업체와 채널 계약을 맺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스퍼는 상용 제품으로서의 블록체인 개발에 주력하고 실제 비즈니스는 솔루션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위변조 방지 데이터베이스로서의 역할 확산될 것"

글로스퍼는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 공략과 관련해 데이터베이스로서의 블록체인에 초점을 맞췄다. 악의적인 접근에 의해 데이터가 변경돼 서비스 투명성이 흔들릴 수 있는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회사 측은 "회계나 재무 관련 데이터는 물론 대국민 설문조사, 투표, 민원, 평가 시스템, 콘텐츠(음원) 유통 등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볼만하다"면서 "수정, 삭제 등 기능이 제한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투명한 서비스를 가능케 하기 때문에, 전통 IT시스템 인프라 구축에 대비 비용과 기능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보안이나  제품 생산 라인 에서 발생하는 주요 이벤트 로그 관리 서비스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스퍼에 따르면 지역화폐도 블록체인이 통할만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스퍼에서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김보규 본부장은 "지역화폐 등 이중지불 방지 기능이 필수적인 서비스에서 블록체인은 기존 IT환경보다는 유리한 인프라 구축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면서 "블록체인이 갖는 특성을 통해 전통방식 IT대비 복잡하지 않으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 인프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스퍼는 지난해부터 블록체인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특히 공공 관련 프로젝트들이 눈에 띈다.

글로스퍼가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에 구축한 블록체인 기반 제안평가시스템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평가(제안서 평가위원회 등) 절차에서 위∙변조를 방지하고 참가업체와 구민이 가질 수 있는 입찰과정의 의구심을 차단해 투명성을 강화한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다.

영등포구는 지난해 12월 홍보전산과에서 진행된 ▲2019년 영등포 행복소식 제작용역 ▲2019년 홈페이지 유지보수 용역 ▲2019년 탁트인 영등포 TV 운영 용역 ▲2019년 정보시스템 통합유지관리 용역 등 4개 사업의 제안서 평가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영등포구청은 이번 사업으로 발주부서 등 업무 연관 부서의 결과 보고와 같은 제안서 평가 업무의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 하고 절차의 투명성과 신뢰성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청내 모든 제안평가 사업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다른 지자체에도 보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블록체인 제안서 평가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적용하면서 영등포 행정의 청렴도와 신뢰도 향상에 한발 더 다가섰다”며 “시스템 보완 및 안정화를 통해 영등포구 전 부서뿐만 아니라 타 지자체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를 상대로 진행한 '블록체인 기반의 컨테이너 부두간 반출입증 통합발급 시범사업'도 글로스퍼가 꼽는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레퍼런스다.

회사 측에 따르면 그동안 부산항만공사는 컨테이너 반출시 일일이 확인이 필요했지만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개별 컨테이너 이동시 발급되는 다수 전자원장을 블록체인으로 공유해 화주와 터미널, 운송사의 업무 효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컨테이너 물량 확인에 하루가 소요되던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글로스퍼는 블록체인으로 효과를 볼만한 프로젝트로 부산항만공사 사례를 꼽는다.
글로스퍼는 블록체인으로 효과를 볼만한 프로젝트로 부산항만공사 사례를 꼽는다.

부산항은 세계 3대 환적항만으로 환적 컨테이너 처리 증가율은 연평균 6%고, 부산 신항 터미널간 이송 증가율은 연평균 25%에 달한다. 

하지만 터미널간 이송을 위해서는 반출입 정보가 기재된 인수도증이라는 서류가 필요한데, 선사, 운송사, 터미널 간 반출입 정보 공유가 원활치 않아 인수도증 발급을 위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반출입 정보에 오류가 발행해 업무가 다소 지연되는 경우에는 시내 도로까지 차량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

발급되는 인수도증도 전자문서 비중이 10%로 비효율적이다. 사용되고 있는 전자문서 역시 7~8개의 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운송기사들이 불편해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선사, 운송사, 터미널은 서로 다른 시스템을 이용해 반출입 정보를 교환하고 있지만, 동일한 항목을 다르게 표현하는 등 정보 표준화돼 있지 않아  교환된 정보를 각 기업에 맞게 재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해 이번 사범 사업은 정보를 표준화하고 재처리 과정을 없애 오류율을 제로화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 전자문서 발행율을 높이고 운송시간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글로스퍼와 부산항망공사는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해운물류가 지금보다 훨씬 효율화될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발판으로 해외 사업에도 도전

글로스퍼가 다양한 프로젝트들에 적용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플랫폼 제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한국 외에 해외로의 확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이 아직 초기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번 해볼만 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김보규 본부장은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국내 레퍼런스를 발판으로 해외 시장 공략도 가능하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블록체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이 확산되려면 업계 표준 제정 및 개인정보보호 등에 관한 규제 정비 등 풀어야할 숙제들도 많다고 글로스퍼는 지적한다.

회사 측은"기존 IT인프라에 유연한 통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인터페이스 모듈 생성 및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환경의 표준 제정을 통한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 심리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장용량, 처리속도에 대한 확장성을 고려하면서 기존 클라이언트 서버모델에서 신뢰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한 부분에 먼저 적용시키는 노력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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