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와 무관하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와 무관하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가격은 폭락했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암호화폐의 겨울 속에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은 원년으로서의 틀이 만들어지는 판세다. 더비체인은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에 담긴 다양한 메시지와 기업들의 행보를 분석하고 블록체인이 기업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꿀지, 블록체인 혁신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는 무엇인지 분석했다.<편집자주>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외 기업 가릴 것 없이 기업들이 블록체인 관련 신규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중이다. 이름 만으로는 반은 먹고 들어가는 대기업들이 블록체인판에서 갖는 존재감도 커졌다. 월마트, 페이스북, JP모건, SK텔레콤, KT, 삼성SDS, LG CNS, SK C&C, 하나은행, 네이버, 카카오 등 굴지의 회사들이 블록체인과 인연을 맺었다. 

블록체인을 둘러싼 불확실성이나 리스크가 여전히 크고, 참고할 만한 사례 또한 별로 없는 상황인 데도 그렇다. 하지만 실행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걸림돌들이 수시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재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처한 현실이다. 한때 후발 주자들이 선두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한 카드로 신기술에 적극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블록체인에서는 각 분야의 선도 업체들이 오히려 더 공격적이라는 것도 주목할만한 흐름이다.

현 시점에서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성장을 이끄는 큰 축은 두 가지다.  블록체인을 통해 기존 IT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또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모델 기반 사업을 구현하는 비즈니스 이네이블러(enabler)로서의 역할이 그것이다.

 

인프라로서의 블록체인 확산 주목

 

IT인프라 관점에선 우선 위변조를 방지하는 무결성 DB로 블록체인을 쓰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오라클이나 마이SQL 같은 기존 관계형DB(RDB)를 일부 대체하고 보완하는 데이터베이스로의 블록체인은 지금도 투자대비효과(ROI)가 있다고 기대되는 영역이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 글로스퍼의 김보규 엔터프라이즈 사업본부장은 "회계나 재무 관련 분야처럼 악의적인 접근 때문에 데이터가 변경돼 서비스 투명성이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블록체인이 비용 효율적인 DB 솔루션이 될 수 있다"면서 "별도 보안 솔루션 투자를 하지 않고도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그 기반 데이터 관리와 수정과 삭제 등을 제한할 수 있는 블록체인은 기존 IT인프라 구축에 비해 비용과 기능 면에서 장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여러 기업과 협력할 때 데이터 정합성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블록체인이 괜찮은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이라는 평가도 많다.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기술로 기업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크래프트이더의 신연성 CTO는 "다른 회사와 연동되는 데이터베이스의 경우 각 사가 보고 있는 데이터들이 맞다는 보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위해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인데, 블록체인은 이같은 데이터 정합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정합성 문제가 '해결 과제'인 것은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R3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플랫폼인 '코다'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창업한 하재우 전 R3 한국 대표는 "금융에서는 나와 누군가가 거래할 때 정보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중개인 없이도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코다는 해결할 문제를 먼저 찾고 이를 풀 수 있는 수단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고성능 컴퓨터 기반으로 돌아가는 은행 계정계 시스템도 블록체인이 파고 들만한 영역으로 꼽힌다. 아이콘루프의 김항진 이사는 "중앙화된 시스템은 한 곳에서 기록하고 트랜잭션 별로 각각 복제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틀리게 기록할 수 있다"면서 "블록체인은 블록 단위로 복제를 하므로 가볍고 정합성 체크도 쉽다"고 말했다. 또 블록체인이 중앙화된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화에 따른 문제를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면서 "현재 기업에서 진행하는 블록체인 사업은 대부분 분산원장(DLT)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중앙화된 형태로 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운용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별도 보안 솔루션 투자를 하지 않고도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

 

대형 IT서비스 업체들도 데이터베이스로서의 블록체인을 주목하고 있다.

SK C&C는 올해 무결성 DB용 블록체인 플랫폼 상품화를 적극 검토 중이다. SK C&C의 최철 블록체인 유닛장은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는 분산보다 무결성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면서 "무결성 DB용으로 저렴하게 노드를 구성할 수 있다면 고가용성 시스템이나 재해복구 시장에도 블록체인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DB 플랫폼으로서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개별 서비스 기업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 업사이드는 미래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전략으로 RDB와 블록체인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관계사인 스마트콘이 운영하는 디지털 상품권 거래를 지원할 인프라로 RDB와 블록체인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념검증(PoC)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보고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것. 업사이드의 임지순 CSO는 "블록체인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 감사 대응 분야"라면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기존 RDB의 보완재로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급망관리(SCM)도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에서 중량급 변수로 부상했다. 특히 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 기업 월마트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월마트와 산하의 샘스클럽 부문은 IBM과 협력해 올해 9월부터 녹색 채소 등 신선식품의 원산지와 유통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는 계획이다. 월마트는 과일이나 채소 공급망으로도 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유통업체 까르푸도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추적 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까르푸는 33개국 1만2000개 거점에서 푸드 트러스트 렛저 기반 공급망 추적 환경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초기에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2022년까지 전세계적으로 모든 브랜드 제품에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까루프 측은 "고객들에게 안전하고 확실한 추적성을 제공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통합을 확대하고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로는 삼성SDS의 행보가 주목된다. 삼성SDS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물류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물류 플랫폼 ‘첼로 스퀘어(Cello Square) 3.0’은 삼성SDS의 글로벌 물류 운영 노하우와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IT기술을 접목한 물류 플랫폼이다.

글로벌 판매자는 첼로 스퀘어 3.0이 자동으로 선정해주는 최적의 배송수단과 실행회사를 이용해 배송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로 국제화물 원산지를 증명할 수 있어 배송 제품의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다. 구매자는 스마트폰을 수입명품에 부착된 NFC(근거리무선통신) 태그에 대면 수출국, 수출 및 수입 업체명, 유통이력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삼성SDS는 설명했다.

인증 인프라로서의 블록체인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추진한 블록체인 기반 그룹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통합인증 서비스 '신한통합인증'도 사례 중 하나다.

기존에는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 회사별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사용자 역시 각각 인증앱을 깔아야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통합인증시스템 구축으로 신한금융 4개 계열사(은행, 카드, 금투, 생명 등) 모든 앱 서비스를 별도 로그인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따로따로 운영하는 데 따른 비효율성 문제를 해소했다는게 프로젝트를 진행한 블로코의 박헌영 CTO 설명이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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