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시작을 알린 비트코인 (그림출처: Pixabay)
블록체인의 시작을 알린 비트코인 (그림출처: Pixabay)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3.0 시대’란 말이 많이 이야기 되고 있다. 블록체인 3.0은 2015년 멜라니 스완(Melanie Swan)이 자신의 저서 '블록체인: 신경제를 위한 청사진(Blockchain: Blueprint for a New Economy)'을 통해 처음 이야기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3.0이 명확한 개념 정의가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지만 최근 관련 개념이 명확해지고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3.0은 기존 세대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블록체인 1.0과 블록체인 2.0

블록체인은 2007년 비트코인과 함께 등장했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인물이 비트코인을 개발했는데, 운영 플랫폼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것이 바로 블록체인 1.0이다.

 

블록체인 1.0은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했다. 분산형 원장으로서 정보 공유의 기능만으로 이러한 정보를 인증할 수 있는 ‘작업 증명 알고리즘(POW)’을 사용했다.

 

8년후인 2013년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대학을 중퇴하고 ‘이더리움’이라는 암호화폐를 개발, 2015년 출시했다. 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의 세대교체를 불러왔다.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라는 기능 때문이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1994년 닉 재보 (Nick Szabo)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비탈릭이 이를 이더리움에 구현했다. 개념은 단순하다. 암호화폐에 조건 값을 넣어 자동으로 계약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중고 거래를 예로 들어보자. 책 구매자는 판매자에게 이더리움으로 지급하면서, ‘승인하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는 조건’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넣을 수 있다. 판매 사기에 대비한 것인데, 책을 받으면 사용할 수 있게 승인해준다. 화폐에 프로그래밍으로 기능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블 머니 (Programmable Money)’라는 개념이 유행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1.0과 블록체인 2.0의 차이는 스마트 컨트랙트 적용 여부이다. 그런데 스마트 컨트랙트가 세대를 바꿀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을 더욱 더 강화해준다. 블록체인 1.0 신뢰성을 보증하는 데 머문다면 블록체인 2.0은 운영까지 자동화 해 중앙의 의존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세대 교체를 불러온 이더리움 (그림출처: Pexels)
세대 교체를 불러온 이더리움 (그림출처: Pexels)

 

블록체인 3.0에 관한 논란의 종식

하지만 멜라니가 정의한 블록체인 3.0에는 세 가지 면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멜라니는 블록체인 3.0을 ‘기존 세대와 달리 금융 거래 분야를 넘어 전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정의했지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이전 세대의 블록체인 역시 온라인 투표, 문서 인증 등 다른 산업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또 멜라니는 블록체인 3.0 사례로 ‘네임코인(Namecoin)’을 언급하는데 네임코인 역시 비트코인을 활용한 것이다. 이외에 블록체인 3.0이 이전 세대와 어떤 기술적 차이가 있는 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블록체인은 계속 발전해왔다. 멜라니가 정의한 것처럼 거의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멜라니의 블록체인 3.0 언급은 의미가 있다.

 

다만, 멜라니가 블록체인이 금융 거래 분야를 넘어서 발전할 것으로 예측했다면, 실제 블록체인 산업은 가용성에 중점을 두고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변화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알파고 쇼크와 맞먹는다고 할만큼 크다. 

 

과거와 현재 AI의 가장 큰 차이는 알고리즘에 따른 동작 방식이다. 기존 AI가 규칙기반 알고리즘으로 동작했다면 현재 AI는 기계학습에 기반을 둔 ‘신경망 알고리즘’으로 동작한다. 이에 따라 AI는 바둑의 한계점을 넘는 것을 비롯해 영상 인식 등 여러 분야에서 큰 발전을 보였다.

 

그럼 블록체인 3.0은 어떨까? 우선 기존 세대의 합의 알고리즘을 벗어나 여러 알고리즘이 활용되고 있다. 위임지분증명(DPoS), 알고랜드(Algorand), 연합된 비잔틴 합의(FBA) 등 여러 알고리즘이 활용되고 있다.

 

플랫폼의 개발 언어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세대는 솔리디티 등 생소한 개발 언어만이 지원됐지만 블록체인 3.0에서는 파이선, 자바 등 여러 개발 언어가 지원된다.

 

거래처리속도(TPS) 면에서도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TPS에 관한 논쟁은 많지만 블록체인의 서비스 처리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는 점 만큼은 분명하다. KT, 하이퍼레저 등은 10만 TPS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4TPS~10TPS를 기록하는 비트코인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이다.

 

 

블록체인 3.0 춘추전국시대

블록체인 3.0을 겨냥한 프로젝트와 기업은 매우 많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인 셈이다. 3세대에 해당하는 주요 블록체인 플랫폼을 살펴보자.

 

이오스 (EOS): 이오스의 목표는 이더리움을 뛰어넘는 것이다. 위임형지분증명(DPoS) 및 ‘플랙티컬 비잔틴 장애허용(PBFT)’이라는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이러한 알고리즘 덕분에 처리 속도가 3,000TPS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원되는 개발 언어 또한 다양하다.

 

네오 (NEO): 중국판 이더리움으로 알려져 있다. 이더리움과는 달리 자바, 고, 파이선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고 합의 알고리즘도 ‘위임된 비잔틴 장애 허용(DBFT)’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현재 1,000TPS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0만TPS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오타 (IOTA): 사물인터넷 환경의 블록체인 적용을 위해서 개발된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따라서 처리속도를 우선시한다. 작업증명(PoW) 방식을 채용하기는 하지만 합의 알고리즘으로는 활용되지는 않는다(스팸 대응용). ‘방향성 있는 비순환 그래프(DAG)’를 착용한 탱글(Tangle)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존처럼 순환 형태가 아닌 일방향성을 가지므로 병렬처리가 가능한데, 이 역시 처리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DAG 구조도 (그림출처: 위키미디아)
DAG 구조도 (그림출처: 위키미디아)

 

이외에도 많은 블록체인 3.0 플랫폼이 있다. 블록체인 3.0 플랫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가용성에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제기된 블록체인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을 종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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