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

 

기업 경영의 개념조차 없던 1957년 설립, 국가·산업 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해 온 한국생산성본부(KPC)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블록체인 전초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62년 간 생산성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농업 사회에서 산업·정보 사회로의 변화를 이끌었듯,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블록체인 관련 생태계 조성과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지난 14일로 취임 1년을 맞은 노규성 회장이 있다.

서울 새문안로 KPC 본사에서 노 회장을 만나 블록체인경영협회의 역할과 계획은 물론 KPC의 사업 방향과 비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협·단체 간 힘 모은다...‘한국블록체인포럼’ 결성 추진

 

먼저 왜 블록체인경영협회를 만들었는지 물었다. 4차 산업혁명 전도사답게 노 회장의 대답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서 블록체인의 가치”였다. 그는 “빅데이터, AI, 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블록체인 기술이 중요하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인터넷을 대체하는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은 어떤 정보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금융, 물류, 공공 등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며 “산업은 물론 정치, 제도, 문화 등 사회 전반에서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 4차 산업혁명 전략 측면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는 게 노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빅데이터, 드론, AI 등 여타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선진국에서 이미 선점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격차도 비교적 큰 반면, 블록체인은 아직 우리가 주도할 여지가 충분한 기술”이라며 “미래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으로 블록체인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이 같은 중요성을 알리고 산업 활성화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민·관·학 각계 블록체인 전문가들과 함께 블록체인경영협회를 창립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는 블록체인 협·단체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암호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협·단체가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지적에 노 회장은 “힘을 합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협·단체들이 흩어져 제각각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며 “힘을 합치기 위해 현재 사단법인 중심으로 7~8개 협·단체와 연합회 구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한 차례 모임을 갖고 연합회 이름을 ‘한국블록체인포럼’(가칭)으로 정했다“며 ”대형 포럼 개최 등 조만간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자체보다 산업 활성화에 초점...KPC 차원 교육도 확대

 

블록체인경영학회의 활동 계획은 기술 자체보다는 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 발굴 ▲회원사 블록체인 도입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 ▲대·중견·중소기업 매칭 서비스를 통한 컨소시엄 블록체인 구축 지원 등을 추진한다. 또 블록체인 기술 적정성을 평가하고 왜곡된 블록체인 사업화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노 회장은 “블록체인경영협회에는 금융·기술·산업 등 각 영역의 주요 기업과 기관이 들어와 있다”며 “기술 자체보다는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업계, 학계, 연구계, 관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블록체인경영협회 회원사로는 교보생명, 농심NDS,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미래엔, 삼일회계법인, 씨앤플러스, 아노텐금산, 현대해상, 한국오라클, 한국통신인터넷기술, CJ대한통운, KB국민은행, LGCNS, NH농협캐피탈, 하모니법률사무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KPC 차원의 블록체인 교육도 확대한다. 노 회장은 “블록체인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KPC 교육 프로그램 중 블록체인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회장에 따르면 KPC의 블록체인 관련 교육 프로그램은 2017년 2개에서 2018년 4개에 이어 올해는 10개로 늘었다. 향후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KPC의 역할을 더욱 강화한다는 게 노 회장의 생각이다.

올해 블록체인 시장에 대해서는 공공과 금융 분야에서 보폭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 회장은 “올해부터 공공과 금융을 시작으로 다양한 애플이케이션들이 등장·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지역화폐 활성화와 정부의 블록체인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도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 놔야 한다는 소신도 피력했다. 그는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 자체가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암호화폐가 유통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KPC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주력...공공성 강화

 

32년 만에 돌아 온 KPC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실 KPC는 노 회장의 ‘친정이다. 그는 1986년부터 2년간 KPC 연구원으로 일했다. 

친정으로 돌아 온 소회에 대해 노 회장은 “와 보니 KPC 본연의 미션인 공공성이 크게 떨어져 있는 데다, 디지털화에 너무 뒤쳐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공공성 강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해외 진출을 3대 축으로 KPC의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먼저 공공성 회복을 위해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지역본부 4곳과 전주·천안·청주·창원 등 지역사무소 4곳을 수시로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노 회장은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에 따른 지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후 정책 건의안을 만들어 청와대와 정부에 전달했다”며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연초 정부 정책 기조 변화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 공장의 환경 개선과 설비 지원, 스마트팩토리 도입 등도 노 회장이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이 사업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KPC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모든 조직에 디지털과 혁신을 요구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4차 산업혁명 추진단을 회장 직속기구로 신설하고 사업 부문장 직속으로 사업기획단을 설치했다. 신설된 4차 산업혁명 추진단은 조직 전반의 컨트롤타워로 스마트산업, 스마트공장, 스마트도시재생, 스마트비즈니스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한다. 사업기획단은 컨설팅, 교육 등 한국생산성본부 기존 사업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고도화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도전 정신을 가지고 신규 사업을 개발해라. 실패해도 용인하겠다. 다만 고객을 비즈니스가 아닌 사회적 가치로 봐라" 직원들을 향한 노 회장의 평소 당부다.

 

향후 매출의 1/3은 해외에서 올린다...글로벌 진출 확대

 

공공성 강화, 조직 혁신과 함께 노 회장은 해외 사업 확대에 올인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KPC의 노하우를 개도국에 적극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일환으로 KPC는 최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루마니아 생산성본부 설립지원 조인식을 가졌다.

노 회장은 “개도국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함으로써 KPC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KPC 전체 매출의 1/3 이상을 해외에서 올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벨기에, 콜롬비아, 칠레, 인도 등 유럽과 남미, 동남아 등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벨기에에는 유럽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KPC의 해외 매출 확대는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민옥 기자 mohan@thebchain.co.kr

노규성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4차 산업혁명 전도사’다.  KPC와 한국신용평가, 한국미래경영연구소를 거쳐 선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20년 가량 재직하면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행정자치부 정부혁신관리위원회 위원으로, 2014년에는 서울시 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2007년부터 10년 동안은 한국소프트웨어기술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2분과 자문위원을 맡았으며,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 1기 위원으로도 일했다. 지난 연말에는 민·관·학을 아우르는 ‘블록체인경영협회’의 발족을 주도,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런 활동들로 인해 그에게는 항상  ‘혁신’, ‘혁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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