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넷플릭스로 통하는 왓챠가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전략을 위해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프로토콜 프로젝트를 승부수로 들고 나왔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콘텐츠 공급 업체, 그리고 서비스 회사가 윈-윈 구조로 맞물려 돌아가는 역동적인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왓챠의 행보는 그냥 하던대로 해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었던 회사가 판을 좀더 세게 흔들기 위해  블록체인을 전진배치하는 케이스.

왓챠는 지난해 말 월기준으로 손익분기점(BEP)들 돌파했고, 영화 평가 서비스 왓챠와 VOD 서비스 왓챠 플레이를 합쳐 400만 회원, 월 사용자수 100만명을 보유한 중량급 서비스다. 넷플릭스와 비교해 한국에서 만큼은, 크게 밀리지 않는 사용자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왜 블록체인인가?

왓챠가 콘텐츠 프로토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것은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생태계로 확장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사용자에게는 참여에 따른 보상을, 콘텐츠 공급 회사들에겐 플랫폼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을 제공해 생태계 전반에 걸쳐 지금과는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왓챠는 스스로를 콘텐츠나 미디어 회사가 아니라 개인화된 데이터 추천 역량으로 무장한 테크 기업으로 규정한다.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핵심 역량이라는 것이다.

왓챠는 현재 4억개에 달하는 콘텐츠 평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왓챠 플레이서 재생된 영상 관련 데이터들도 다량 확보, 데이터 중심적인 콘텐츠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원지현 왓챠 COO

콘텐츠 프로토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왓챠의 원지현 COO는 "콘텐츠 서비스 산업의 경우 직관에 의한 의사 결정이 많은데, 왓챠는 왓챠플레이에서 어떤 콘텐츠가 얼마나 소비될지 사전에 분석할 수 있고, 과도한 내용을 내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에 콘텐츠를 구입해 최적의 사용자들에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왓챠는 자사 비즈니스 모델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인 생태계 관점에서 좀더 보완해야할 것들이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데이터 공유다. 왓챠나 넷플릭스 같은 VOD 콘텐츠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시청한 데이터는 플랫폼 사업자가 독식하는 구조다. 콘텐츠 공급 업체는 자신들의 콘텐츠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데이터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들 데이터가 콘텐츠 공급 업체들에게도 공유된다면 생태계 측면에선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원지현 이사는 "데이터들이  소니나 디즈니, 폭스 같은 스튜디오들에게 미리 제공됐다면  좋은 콘텐츠가 더 많이 나왔을 것이다"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공급 업체가 매출을 공유하는 방식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콘텐츠 서비스 회사와 공급 업체는 콘텐츠가 사용된 양을 기준으로 매출을 나눠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콘텐츠 서비스의 내부 데이터는 외부 업체들에게는 블랙박스다. 투명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콘텐츠 회사들이 개발도상국 콘텐츠 플랫폼과 거리를 두려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용자의 존재감도 대형 변수다. 그동안 사용자가 서비스를 무료로 쓰기 위해 개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당연시됐다. 기브앤테이크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인터넷 시장 판세가 소수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프라이버시 침해 이슈가 수시로 불거지면서 사용자들이 제공한 개인 정보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들어 부쩍 커졌다. 

왓챠 역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원 이사는 "내부 논의를 거치면서 1~2년 후에는 사용자가 보상을 받는게 것이 당연한 흐름이 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구상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데이터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소액 결제에 초점을 맞춘 사용자 보상 체계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콘텐츠 프로토콜 프로젝트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콘텐츠 프로토콜은 블록체인 플랫폼에 왓챠 플레이 서비스를 올리는 것이 1차 목표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뀐다고 해서 비즈니스 로직은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앞으로도 계속 사용자가 사용료를 법정화폐로 내면 내부 기준에 따라 일정 금액이 콘텐츠 공급 업체의 몫으로 돌어간다.

사용자가 1만원을 냈고 수익 배분구조가 플랫폼이 3, 콘텐츠 공급 업체가 7이라면 7000원이 법정 화폐로 콘텐츠 회사에 가고, 나머지 3000원을 왓챠가 챙긴다.

달라지는 것은 왓챠의 몫인 3000원에 대한 부분이다. 왓챠는 자신들의 몫인 3000원을 그냥 가져오지 않고 콘텐츠 프로토콜판 토큰인 CPT를 거래소에서 시장 가격에 전환한다. 왓챠의 몫인 3000원이 토큰화되는 셈이다. 이건 서비스 오픈전 CPT가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 이사는 "토큰 변화과 관련해 주요 거래소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3000원어치의 토큰은 왓챠 플레이 사용자들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 부분 재분배된다. 원지현 이사는 "예전에는 없었던 가치다. 사용자는 토큰으로 왓챠플레이에서 영화보는데도 쓰고, 현금화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공급 업체들의 경우 토큰화의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옵션으로는 참여 가능하다. 참여시에는 혜택이 주어진다.

원 이사는 "콘텐츠 공급 업체들이 법정 화폐가 아니라 CPT로 정산을 받으면 왓챠가 보유한 고품질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리려고 한다"면서 "이를 통해 토큰 유통이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왓챠는 올해 왓챠 플레이 서비스를 콘텐츠 프로토콜 위에 올릴 계획이다. 사용자 입장에선 올해안에 보상으로 CPT 토큰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왓챠는 당분간은 자사 서비스를 콘텐츠 플랫폼위에 올리겠지만 사업성이 검증되면 외부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플랫폼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원지현 이사는 "영상외에 음악, 이북,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해외 진출도 올해말부터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B2C 서비스에서 쓰기 불편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일 수 있다. 하지만 왓챠는 사용자들이 콘텐츠 프로토콜 위에 올라가는 왓챠 플레이를 쓰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원 이사는 "사용자들이 쓰면서 이게 블록체인지 아닌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쉽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토큰이 포인트처럼 쌓이고 이걸  실생활에 활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토큰과 블록체인 서비스에 익숙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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