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원단 공장을 가지고 있는 이 모 사장. 한 의류 업체에 납품할 원단 샘플을 오늘까지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장은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고 오늘도 서울에 있는 사무소로 출근한다. 이 사장이 버튼을 누른자 일순간 벽걸이 TV에서는 중국 공장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중국 공장 직원과 간단히 회의를 마친 후 곧바로 원단의 질감과 색감을 점검한다. 이렇게 공장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원단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HD(High Definition) 화상 회의 시스템’ 덕분이다."

지난해 말 잇달아 출시된 HD 화상회의 시스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상반기만 해도 충남도청,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농심과 다음커뮤니케이션, 만도시스템 등 여러 기업에도 공급됐다. 대전경찰청, STX, KBS, 대한투자공사 등 활용 사이트만 20여 개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 출시당시만 해도 HD 화상회의 시스템은 수요가 적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는 상반되게 다른 결과다.

사실 지난해 초 이들이 HD 화상회의 시스템이 처음 소개했을 당시 업계는 크게 환영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HDTV 시장도 아직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는데 HD 화상회의라고 별반 다르겠느냐", "아직은 시기 상조다", "카메라만 HD로 바뀌는 것 뿐인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충분한 네트워크 대역폭이 확보돼야 하는데 일반 기업에선 무리다" 등 한동안 HD 화상회의 시스템은 ’도마 위 생선 꼴’이었다.

하지만 이런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HD급 화상회의 시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초기 우려됐던 가격 부분도 많이 저렴해진 데다가 네트워크 대역폭도 HD 방송처럼 10메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1메가면 충분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 환경에서는 크게 무리가 되는 요소가 아니다. 때문에 신규 도입을 추진하는 곳은 대부분 HD급 화상회의를 구입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기존 화상회의를 쓰고 있는 고객들도 HD급으로의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무엇보다 도입층이 다양한 것이 시장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기업, 이제는 금융기관까지 도입이 들어갔을 정도다. 업계는 기존 SD 시장을 겨냥해 수백억원대 시장까지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HD 일단 체험해보면 SD 포기해

HD 화상회의는 말 그대로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는 화상회의 솔루션이다. 보통 TV 모니터를 가까이서 보면 작은 점들을 볼 수 있다. 이 점이 화면을 구성하기 위한 최소 단위인 화소(pixel)인데 이 화소수가 많을수록 당연히 높은 해상도를 제공한다. SD급 화상회의는 해상도가 1280x720픽셀이다. 기존 SD급이 720x480픽셀을 제공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의 높은 화소수이다. 실질적으로 화상회의 화면을 비교해 보면 이 차이는 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들이 HD 화상회의 솔루션을 체험해 봤다면 굳이 보다 화질이 낮은 SD급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한다.

한편 지난해 화상회의 업체들이 HD 솔루션을 선보였을 당시에는 이 HD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업체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도 했고, HD냐 풀(Full) HD냐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현재 국내에서 선보이고 있는 대부분의 HD 화상회의 시스템은 미국디지털방송협회에서 표준으로 제정한 1280x720픽셀에 HD 규격을 따르고 있다. 아직 1920x1080픽셀의 진정한 풀 HD 제품을 내놓고 있는 곳은 없다.

올해 거침없이 성장하는 HD 화상회의

현재 국내에서 화상회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는 무수히 많지만 HD 화상회의 제품을 국내에 선보인 곳은 총 4개 업체 정도이다. 지난해 초 처음으로 HD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 라이프사이즈를 비롯해 탠드버그, 폴리콤, 소니 등이 있다. 이들 업체가 하드웨어 화상회의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화상회의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폴리콤코리아의 경우 자사의 HD 화상 협업 솔루션 HDX 시리즈를 충남도청과 경북도청에 구축한데 이어 최근 000 금융권 등 연달아 세 군데에 HD 화상회의를 구축했다.
 
전우진 폴리콤코리아 지사장은 "기존 SD급 고객들이 HD로의 전환을 적극 고려 중으로 현재 HD 화상회의의 판매 비중이 30%까지 올라갔다"며, "올해 HD 시장 성장 호조로 160억원의 목표 매출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탠드버그코리아도 최근 농심과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이어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회사인 만도시스템에 자사 HD 화상회의 시스템을 공급했다. 박종순 탠드버그코리아 지사장은 "최근 진행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모두 HD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라며, "기존 SD급 제품과 비교해 가격차이도 30% 정도로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폴리콤코리아와 탠드버그코리아에 비해 아직 국내 시장 점유율이 미진한 소니코리아도 최근 KT와 공동으로 경기도 본청과 산하기관을 연결하는 HD급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HD 화상회의만 전문으로 제공하는 업체인 라이프사이즈도 대전경찰청, STX, KBS, 대한투자공사 등 최근 다양한 산업군에서 도입 사례를 내놓고 있다.

라이프라이즈 국내 총판인 씨타운의 심경수 사장은 "고객들의 수준이 높아졌고 선명한 화질을 눈으로 확인한 이상 SD급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며, "지난 한달 동안에만 HD 사례가 10군데가 넘을 정도"라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올해 본격 개화된 HD 화상회의 시장은 업체들의 성장세만 보더라도 좋은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우진 지사장은 "카메라나 영상회의 코덱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비디오매트릭스, 동영상 기기 등 주변기기까지 모두 HD화 된다면 더욱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화상회의 영상 화질 비교표

구분

SD급 화상회의

(Standard Definition)

HD급 화상회의

(High Definition)

풀(Full) HD급 화상회의

해상도

720 x 480

1280 x 720

1920 x 1080

화면비율

4:3

16:9

16:9

선명도

아날로그 대비 2배

SD 대비 3배

HD 대비 2배

SD 대비 6배

화소수

30만

100만

200만

 

 

<박스>화상회의시스템의 진화

 

ZOOM IN

SD - HD, 앞으로는 UD급 화상회의 시장 온다

국내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은 1984년 정부종합청사에서 처음 도입됐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그때는 화상회의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했다. 흑백 TV에서 컬러 TV가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한 것만큼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대두됐다.

하지만 화상회의 시스템은 기대만큼 큰 성장률을 보여주지 못했다. 등장 시기만 놓고 본다면 오래 숙성된 시스템이지만 TV의 진화만큼 화상회의의 기술은 따라가지 못했다. 화상회의 도중 영상이 갑자기 멈춰버린다던지, 음질이 끊어져서 들리지 않는다던지 여러 기술적 한계들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신개념 시스템이라는 명맥하에 시스템 장비와 구축 비용 등도 높아 초기 시장 확산에 여러 걸림돌이 많았다. 특히 국내 문화적 특성상 직접 대면을 통해 업무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어 해외 시장에 비해 국내 화상회의 시장의 성장이 더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예전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했던 업체들의 대부분이 회의실용 단순 인테리어로만 활용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화상회의 시장이 다시금 재조명 되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장비의 가격도 급격히 내려갔고 기존에 제기됐던 기술적 문제들은 크게 업그레이드되면서 고객들의 신뢰도 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소개된 HD 화상회의는 조용했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HD 화상회의는 기존의 아날로그 대비 6배, SD(Standard Definition)급 대비 3배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고화질 뿐만 아니라 고음질에 문서 자료 공유 등 초창기 화상회의에 대한 고정관념을 일거에 바꿔놓았다.

최근 HD 시장 다음으로 UD(Ultra Definition) 시장이 TV 시장에서 서서히 언급되고 있다.

UD급은 HD급에 비해 10배 이상의 화소수와 함께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모든 색의 영역을 100% 제공할 수 있어 훨씬 자연스러운 색을 표현할 수 있다. 현재 HD는 사람이 인지하는 모든 색의 22%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이를 화상회의 시장에 접목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제 막 HD 화상회의 시스템이 소개된 시점이라 풀 HD를 거쳐 UD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적지않은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V 시장에 맞춰 화상회의 시장은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박종순 탠드버그코리아 지사장은 “고객들은 TV 화면 수준에 눈이 맞춰지기 때문에 결국은 지금의 HD 화상회의도 UD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시장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해가는 업체만이 최후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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