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월요일 오전 8시, 이른 시간이지만 가산역과 구로디지털단지역은 발디딜 틈이 없다. 지하철 1호선, 2호선, 7호선이 각각 교차하는 이 역에 내리는 사람이 한번 몰릴때마다 수백명씩 몰린다. 구로디지털단지의 경우 출근시간대에 전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기까지 족히 10분 이상이 걸린다. 움직일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옛날 쪽방으로 암울한 현실을 보여줬던 구로지역이 이제 디지털밸리로 부활하면서 나온 데 따른 현상이다. 이제 구로를 가보지 않고 이전의 ‘구로’를 얘기했다가는 시대에 뒤처진 사람으로 인식되기 딱 좋다. 이러한 구로가 벤처의 상징으로 불리던 테헤란밸리를 드디어 제쳤다. 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서울지역 벤처 인증 업체들의 위치를 분석했다.  <성현희 기자, 송영록 기자 reporter@ittoday.co.kr>

  

더 이상 구로 아리랑으로 불리던 구로가 아니다. 2001년(왼쪽)과 2006년(오른쪽) 똑같은 장소에서 헬기를 타고 찍은 사진이다.   5년동안 아파트형 공장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구로디지털밸리로 불릴정도로 이제 벤처 메카로 떠오른다.<자료:한국산업단지공단>             

 벤처지형도가 바뀌었다. 2000년대 초부터 벤처 메카는 역삼, 삼성동으로 이어지는 강남 테헤란로였다. 그곳에는 벤처의 꿈이 있었으며, 코스닥 상장으로 이어지는 희망이 넘실거렸던 때가 있었다.

그러한 강남 테헤란로를 불과 10년전만 해도 ‘구로 아리랑’으로 알려졌던 구로 디지털밸 리가 완전히 앞섰다. 금천, 구로 디지털밸리가 서울 지역의 가장 벤처가 많은 지역이 됐다. 금천, 구로 디지털밸리의 현재 벤처수는 966개로 서울지역의 25.8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부산 775개, 인천 830여개보다 많은 수치다. 테헤란밸리의 벤처수는 689개로 2006년에 비해 70여개가 줄어들었다.

구로디지털밸리는 통상적으로 불리는 이름이다. 원래 명칭은 서울산업단지공단이다. 1단지는 구로구 관할이고, 2~3단지는 금천구 소속으로 돼 있다. 이 두 지역에는 현재 공장형 아파트라 불리는 집적형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이 곳에 있는 업체수만 해도 무려 6000여개에 달한다. 이 중 벤처인증을 받은 업체가 1000여개가 있는 것이다. 기획취재팀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12월 서울지역 벤처 명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금천, 구로 지역의 벤처수가 강남 테헤란로 벤처수를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06년부터 가시화됐다. 2006년 말 금천, 구로지역의 벤처수는 756개로 테헤란로 벤처수보다 4개 적었다. 전체 차지하는 비중이 20.13%로 불과 0.1%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2004년만 해도 테헤란밸리가 구로지역보다 300여개 이상 앞섰다. 테헤란밸리에서 많은 업체들이 빠져나간다는 말이 들렸지만 벤처 인증을 받은 업체의 경우에는 테헤란밸리를 그래도 벤처 메카로 인정하고 자리를 옮기지 않았던 것이다. 2005년도 말에도 역시 테헤란밸리에는 구로지역보다 200여개가 많은 벤처들이 있었지만 2006년부터 서서히 중심이동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강남지역 위주에서 구로로의 급전환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테헤란밸리 뿐만 아니라 서초, 반포 등의 서초구 벤처수를 다 합쳐도 구로 지역 벤처수보다 적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이러한 결과에는 구로지역의 집적화 효과와 연관된다. 구로지역에 IT업체들이 특히 몰리기 시작하면서 구로로의 이전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영등포 지역의 경우 벤처수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전체 벤처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10.31%에서 2007년 말에는 6.62%로 크게 줄었다. 특히 여의도 지역의 IT기업들이 구로로 많이 옮겼다.

여의도의 경우 현재 벤처 업체들이 들어섰던 건물들의 공실이 꽤 많이 남아 있다. 임대료 자체도 불과 2~3년 전에 비해 크게는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의도로 이전을 생각하는 벤처기업들은 차츰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삼성 테헤란밸리 못지 않게 인기를 누렸던 곳이 양재, 포이동의 벤처밸리다. 당시만 해도 벤처기업들이 스스로 양재, 포이를 중심으로 한 협의회 등을 만들어 코스닥 상장을 주도했던 것에 비하면 비중이 많이 적어졌다. 양재, 포이, 도곡동으로 이어지는 삼각벨트는 2005년과 2006년 반짝 벤처 수가 늘어나는 듯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줄어들어 2004년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락동, 방이동을 중심으로 한 송파구의 벤처 수도 줄었다. 2004년 170여개 벤처가 있던 송파구는 2005년과 2006년 200여개를 넘어섰다가 지난해 말 절반으로 크게 떨어져 100개 를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구로를 중심으로 한 곳에 몰리는 현상은 벤처 집적도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는 곳이 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주요 벤처 집적지역의 비중이 2004년도만 해도 60%를 조금 넘었으나 2007년에는 70%를 넘어섰다. 즉 몰리는 곳으로만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2004년 양재, 포이에서 벤처 상징으로 불렀던 지역의 비중도 크게 줄었다. 업체수로는 210여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비중에서는 9.68%에서 5.71%로 크게 줄었다.

마포, 서대문구 역시 비중이 크게 줄었다. 상암동 지역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 벤처의 움직임이 크지는 않은 것 같다.

2006년 12월말 벤처기업협회가 구로디지털밸리로 이전한 것도 구로가 벤처메카로 부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로로 벤처가 몰리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구로 디지털밸리의 기업수만 해도 6000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벤처의 상징으로 불리는 IT기업수만 해도 4000여개를 넘어섰다. 단지 양적으로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2006년부터는 이름을 대면 알만한 벤처기업들이 하나둘씩 구로로 몰리고 있다. 진기우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지사장은 “양적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집적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기 위해 구로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따져봤을 때는 2008년 4월 현재 경기지역이 4028개(28.33%)로 가장 벤처가 많았으며, 그 다음 서울지역이 3639개로 25.59%의 비중을 차지했다. 수도권에서만 50% 이상의 벤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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