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마치 같은 공간에서 있는 듯 눈앞에서 얘기 나눌 수 있고 느낄 수 있습니다"

텔레프레즌스가 처음 소개될 때 모두들 눈이 번쩍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영상회의 시스템 하고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아니 영상회의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쓰기가 송구스러울 정도였다. 텔레프레즌스는 단순 영상회의가 아닌 하나의 가상 공간을 연출해 최대한 현실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환경을 구현해 준다. 주변 인테리어까지도 철저하게 이런 가상 환경을 꾸미는데 최적화돼 있다.

이처럼 텔레프레즌스는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또 그만큼 비싸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제품만으로는 ’액설런트(Excellent)’다. 하지만 국내 소개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고객은 포스코 한 곳에서 멈췄다.

포스코는 시스코의 텔레프레즌스 솔루션을 도입해 국내 1호 텔레프레즌스 사용자로 통한다. 하지만 아무리 선진적인 IT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곳으로 알려진 포스코일지라도 텔레프레즌스 만큼은 ’포스코화’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임원 대상으로 활용하고자 도입했다. 그런데 임원들간에서도 직급에 따라 어느 정도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돼 있는데, 텔레프레즌스 환경에서는 완벽한 수평 구조로 돼 있다 보니 임원들이 회의 분위기를 상당히 어색해 한다"고 말했다. 즉, 임원들 간의 회의일지라도 면대면으로 대화하는 것이 꺼려진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최근 임원들 뿐 아니라 직원들도 함께 공유할 있도록 텔레프로즌스의 장소를 변경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임원실 가까이에 있다 보니 직원들 역시 발걸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문화나 한국의 보편적인 정서와는 아직 텔레프레즌스가 맞질 않는다는 방증이다.

몇 년 전 대우일렉트로닉스와 LG전자는 중동지역에 진출할 때 자물쇠가 있는 냉장고, 대추야자를 별도로 저장할 수 있는 냉장고 등 현지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시장 진출했다. 물론 이들 전략이 100%로 맞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배려는 보여야 한다.

텔레프레즌스는 심지어 인테리어와 책상높이 등도 모두 서양인에 맞춰져 있어 국내에서 도입시 다시 조율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시장 진출 초기에서는 현지화 제품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 국내 기업 환경이나 문화적인 요소에 대한 이들의 배려심이 보여야 국내 고객들도 움직일 것이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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