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 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국내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 1997년 4월 체결된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무관제로 제품이 거래돼왔기 때문에 특별한 악영향이 적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소프트웨어 유통방식과 금융IT시장의 변화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정부의 IT지원정책 축소도 우려된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온라인 소프트웨어 거래시 관세를 부과하지 않게 돼 중장기적으로 온라인 판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금융기관의 정보기술 시스템 해외 이전이 허용돼 국내 금융 IT시장의 축소가 우려된다.

SW제품, 온라인 판매 늘 전망

소프트웨어 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패키지 판매가 주류로 이루던 방식에서 온라인 판매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객 사이트에 대한 커스터마이징 작업 등이 필요한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FTA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CD롬 1장으로 판매가 가능한 개인용 패키지 제품의 온라인 판매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소프트웨어를 수입할 때 생기는 비용에는 라이선스 비용, 부가세(10%), 운임비, 관세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비해 온라인으로 소프트웨어를 수입(구매)하게 되면 라이선스 비용을 제외하곤 관세 등 일체 비용이 사라지게 돼 온라인 판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포시에스, 안철수연구소 등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해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판매 방식을 추진했던 사례도 있다.

이번 FTA 체결에 따라 미국 현지 소프트웨어 기업이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현지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해 국내 고객에게 판매가 가능해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번 한미 FTA 체결 내용에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 기간도 50년에서 70년까지 연장됐고 저작권 침해 범위도 확대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저작권 위반업체에 대해서 처벌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품 판매 증대로 인한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 확대도 점쳐진다.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이 미국 정부 조달시장 진출확대를 노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보안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보안 솔루션과 서비스 업체의 미국 진출에 기대가 된다. 그러나 조달규모가 훨씬 크고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미국 주 정부 조달시장이 개방 확대 대상에서 빠진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임차식 정통부 소프트웨어진흥단장은 "이번 FTA 체결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미국 진출을 활발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FTA 체결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금융IT시장이다. 국내 금융IT 시장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한미 FTA 협상으로 상당히 많은 금융기관들의 데이터센터가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금융기관의 정보기술시스템 해외 이전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금융기관의 정보기술시스템 해외 이전이 사실상 어려웠다. 대부분의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두고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에 금융서비스시스템을 운용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따로 두고 금융시스템을 운용해왔다.

금융기관의 정보기술시스템 해외이전이 허용되면서 한국IBM, 한국HP 등 다국적 IT업체들의 국내 금융기관 IT아웃소싱 사업도 활발해 질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기관들이 IT분문 예산이 매년 급증하고 있어 IT아웃소싱에 상당히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도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요인 중 하나다.

남기찬 서강대학교 교수는 "한미 FTA 협상에서 금융기관의 정보기술시스템 해외 이전이 허용됐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금융기관들의 IT아웃소싱이 활발해 질 것"이라며 "외국계 지분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들의 정보시스템 해외 이전을 조금이나마 막기 위해선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의 정보기술시스템 운용, 관리 능력을 더욱 향상시켜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계 글로벌 업체 입지 강화

이번 FTA 체결로 인한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ISD, Inventor -state claim)는 미국계 글로벌 IT업체의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T업체들이 우리 정부를 제소하는 것이 이전에 비해 손쉬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계 IT회사가 우리 정부를 대상으로 각종 IT 지원정책을 문제 삼기도 쉬워진 셈이다.

한 다국적 기업 지사장은 "WTO 가입 등으로 GS 인증 우선 구매제 등 국내 업체만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문제 삼을 수도 있었지만 절차상의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ISD가 도입될 경우 이전에 비해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문제제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성규 기자 sky

 

 

 

■표 한미 FTA 협상 내용 중 IT관련 영향 분석

부분

결과

내용

SW저작권

보호기간 50년에서 70년

- 저작권 침해 범위 확대, 저작권 위반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 인터넷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기업들의 서비스 형태 변화 예상됨

온라인 SW

온라인으로 SW거래 무관세

- 미국계 SW기업들 SW 제품의 온라인 거래 많아질 것으로 전망됨

- 향후 SW 유통 구조에 변화 예상됨

조달시장

미국 정부 조달시장 개방

- 국산 SW 기업이 미국 정부 조달시장 진출 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됨

ISD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받아들임

- 글로벌 IT기업들이 우리 정부를 제소 가능

- 미국계 IT기업들이 우리 정부를 대상으로 각종 IT지원정책을 문제삼을 가능성 있음

금융기관 IT

금융기관 IT시스템 해외 이전 허용

- 씨티은행, SC제일은행, HSBC 등 외국게 은행이나 제2금융권의 외국계 보험, 증권사들이 정보기술 시설의 해외이전 가능

- 국내 금융IT시장 축소 우려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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