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제조업체의 판매실적 발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올 상반기 국내 휴대폰 시장 판매 실적을 정리하면서 고민했던 사항이다.

 
지난 2일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이 각각 올 상반기 휴대폰 판매 실적을 공개했다. 엄밀히 말하면 삼성전자가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나머지 두 회사는 필요에 따라 밝혔다. 발표 내용은 현 시장 트렌드에 맞춰 LTE폰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752만 대로 추산되는 국내 LTE폰 시장에서 501만 여 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팬택은 135만대를, LG전자는 131만 대를 판매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문제는 3개 제조업체의 올 상반기 LTE폰 판매량 합계가 767만 대로, 삼성전자가 '추산'한 시장규모 보다 15만 대가 더 많게 나왔다는 점. 시쳇말로 '판돈이 안 맞는' 것이다. 누군가가, 혹은 몇 곳에서 잘못된 수치를 내놓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수치 차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체 LTE폰 시장규모를 줄여 발표하고 있다'거나 "모 업체가 홍보를 위해 실제보다 판매량을 뻥튀기 했다"는 등의 불신 가득한 '해설'들이 나돌고 있다.

휴대폰 판매량은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제조업체로서는 민감한 사항이다. 수익뿐만 아니라 브랜드 경쟁력, 사용자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마케팅 요소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내 1위’, ‘3명 중 2명은 우리폰’, ‘우리가 대세’ 등 자신들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어필하는 데도 유리하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실상을 알아내는 일은 녹록치 않다. 전문 시장조사 업체를 통해서는 글로벌 제조업체의 동향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고 국내 리서치 기관이 조사한 내용은 베일에 싸여 있다. 실제 휴대폰을 판매하는 이통사에서도 제조업체와의 관계 때문에 판매량 공개를 꺼린다. 자연스럽게 판매 실적은 각 제조업체가 공개하는 판매량에 기댈 수밖에 없다. 급기야 이런 불신의 상황까지 초래된다.

21세기에 세계 휴대폰 시장 1위를 비롯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우리나라 휴대폰 기업들의 내수 판매 발표자료가 이처럼 부정확하고, 제조업체 스스로도 불신하는 이런 모습은 말하기도 좀 창피하다. 국내시장에서도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업체간 판매 실적 경쟁의 불똥이 소비자에게까지 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방법은 그 누구보다도 업체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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