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시간선택제’가 시행됐다.

게임 시간 선택제는 앞서 ‘선택적셧다운제’라고 불렸던 제도로, 문화부는 ‘셧다운제’라는 어감이 강제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이유로 명칭을 ‘게임시간선택제’로 변경했다. 이는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접속을 강제적으로 막는 ‘셧다운제’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강제적으로 접속을 봉쇄하는 ‘셧다운제’와 달리 부모와 자녀간의 혐의를 통해 시간을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시간을 정해놓지만 않았을 뿐 ‘게임시간선택제’도 자녀의 입장에서는 강제적인 조치인 것은 마찬가지다. 게임의 시간과 탈퇴를 부모가 자녀와 합의 없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모가 자녀의 시간을 뜻대로 지정할 경우 '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인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롤플레잉 게임)는 인스턴스던전에 한번 입장할 경우 난이도에 따라 최소 30분에서 최대 4~5시간이 소모된다. 타인과 협동해서 진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인이 중간에 그만두기도 어렵다. 초기 입장 시 서로 다른 역할을 지정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게임의 난이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 없이 절대적인 시간으로 지정할 경우 2~3시간에 걸친 플레이가 아무 소득 없이 소멸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 같이 게임을 즐긴 파티원에게는 '비매너' 게이머로 낙인 찍히게 된다. 게임사의 강제적인 조치보다는 자녀와 부모가 논의를 통해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자녀가 게임 외에는 즐길 수 있는 여가 수단과 과도한 사교육 열풍으로 여가 시간이 없는 것도 문제다. 해외 청소년들과 달리 국내 청소년들은 과도한 사교육 열풍으로 인해 하교 후 학원으로 직행한다. 학원 수업까지 마치면 늦은 저녁 시간대로 밖에서 친구와 만나서 놀기는 많이 늦은 시간이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를 친구들과 함께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해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간까지 제한한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 자체를 뺏는 게 될 수도 있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청소년도 게임 외에 여가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 친구와 축구 등의 놀이를 하고 싶어도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딱히 혼자 여가 시간을 보낼 만한 수단도 없어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셧다운제’와 ‘게임시간선택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반발이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한 청소년(15·남)은 “주로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 11시가 넘어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게임시간선택제’가 시행되면서 주말에도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서울대어린이병원 김붕년 교수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일반 가정보다 게임 과몰입에 빠지기 쉽다”며 “가난한 가정에서는 학원을 보내기도 어렵고 여가 시간을 보낼 만한 수단이 게임 외에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게임문화재단이 제공하는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부모가 자녀가 가입한 게임을 확인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즐기는 게임을 자녀 동의없이 탈퇴시킬 수도 있다.

청소년들의 게임과몰입 방지라는 의도는 좋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또는 가난, 가정불화 등 현실에서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현실 도피 수단으로 게임을 선택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 단위에서 서로간의 대화와 함께 부모의 게임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김 교수는 “부모가 청소년을 강제하기 보단 아이들의 의견이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학원에서 2시간에서 6시간 넘게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은 어쩔수 없이 인내하다 보니 적응이 된 것 뿐이다. 이런 상황이 심해지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단순히 게임사 탓만 하기보다는 부모와 정부에서 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모는 ‘게임시간선택제’를 자녀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자녀가 즐기고 있는 게임과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대화로 자녀와의 합의점을 찾고 교육하기 위한 부가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정부도 과도한 사교육 문제 해소와 청소년들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른 여가 수단을 제공하는 방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화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안 없는 일방적인 강제는 청소년의 반발을 부르고, 결국 편법과 마찰을 불러 제도가 유명무실화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부자연스러운 것은 오래 가지 못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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