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야심작 ‘블레이드앤소울’이 지난 21일 오후 4시부터 공개서비스(이하 OBT)에 돌입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국내 개발사 중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롤플레잉 게임)의 강자로 우뚝섰다. 이번에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로 엔씨소프트가 성공 신화를 계속 써갈 수 있을지에 게이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무서운 돌풍을 일으켰던 블리자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이어 ‘디아블로3’를 온라인 기반으로 출시하며 상승가도를 타고 있는 만큼 ‘블레이드앤소울’이 이에 맞서 국내 게임사의 희망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엔씨 vs 블리자드...올해의 승자는?
‘블레이드앤소울’의 성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게임은 한 달 앞서 출시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다.

블리자드와 엔씨소프트는 과거에는 PC패키지 게임과 온라인 게임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약해왔지만, 블리자드가 2004년 초 출시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엔씨소프트가 2003년 말 출시한 ‘리니지2’에 맞서면서 두 회사 간 '영역 다툼'이 시작됐다.

이후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을 선보이자 블리자드는 같은 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로 맞섰다. 하지만 이런 두 번에 걸친 대결은 '정면대결'로 보기는 어렵다. 두 게임이 각각 스토리와 PVP(몬스터와의 대전)이라는 명확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게이머 층이 두 갈래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이런 양사의 3번째 대결이 이번 여름 시즌에 본격화 될 전망이다. ‘디아블로3’가 현재 유료로 서비스되는 것에 비해 ‘블레이드앤소울’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만큼, 상용화에 돌입하는 시점인 7월경쯤 대결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사의 간판이자 자존심 게임인 '디아블로3'와 '블레이드앤소울'의 대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출시 전인 지난 4월 25일 클로즈베타테스트(CBT)를 통해 한차례 대결을 펼친 바 있고, 2년 전인 ‘지스타2010’에도 같이 출품해 기싸움을 벌인 바 있다. 이 중 4월 진행된 CBT에서는 ‘디아블로3’가 약간 앞서는 분위기를 보였으나, 테스트 버전이었던 만큼 명확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웠다.

▲ 블리자드와 엔씨소프트가 한달 간격으로 게임을 선보이면서 두 회사의 정면대결이 성사됐다.

이번 두 게임의 대결의 스타트는 블리자드가 먼저 끊었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는 출시 전야제에서 5000명에 가까운 관람객을 동원했고, 심지어 게임에 관심 없는 정치인까지도 ‘디아블로3’의 인기에 궁금증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출시일인 15일 한정판을 사기 위해 게이머들이 몰리면서 11번가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전국 이마트는 아침부터 구매자들이 장사진을 치기도 했다.

이런 ‘디아블로3’의 열풍으로 블리자드의 승리가 확실해지는 듯 보였으나, 출시 후 게이머가 몰리는 저녁 시간마다 발생하는 서버 장애로 열광이 한순간에 불만으로 바뀌었다. 특히, 직장인은 게임 구매 후 수일간 플레이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에 블리자드는 동시 접속자 수와 서버 증설 현황을 모두 공개하는 강수를 뒀으나,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했던 게이머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블리자드코리아를 조사하고,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와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 오과금과 잦은 서비스 장애에 보상을 요구하는 등의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초반 40%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던 ‘디아블로3’의 PC방 점유율은 30%대까지 하락했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가 서버 장애로 인해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이 게임의 초반 인기몰이에 부담을 느꼈던 엔씨소프트는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본게임에 임할 수 있게 됐다. ‘디아블로3’는 초반에는 월드컵 열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를 보였지만, 서버 장애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데다, 최고 난이도인 ‘불지옥’을 많은 게이머들이 클리어해, 즐길 거리가 아이템 수집만 남은 상태인 만큼 ‘블레이드앤소울’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두 게임인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2004년부터 8년에 걸쳐 이어진 두 회사의 대결이 어떻게 결말 날지 게이머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무협으로 뭉친 드림팀, 출시 전부터 ‘폭풍의 핵’
‘블레이드앤소울’은 출시 전부터 많은 게이머들에게 관심을 받아왔다. 이는 MMORPG 게임의 성공 신화를 이끈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를 비롯한 엔씨소프트의 개발 인력과 템페스트부터 창세기전3의 일러스트를 맡으면서 게이머들에게 실력을 각인 시켰던 김형태 AD이 만나 드림팀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블레이드앤소울’은 엔씨소프트가 10년 넘게 쌓아온 MMORPG의 노하우에 김형태 특유의 일러스트가 만나 보는 재미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블레이드앤소울’은 6년 간의 개발 기간, 약 50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제작됐다. ‘디아블로3’와 비교하면 개발 기간은 비슷하지만 개발비는 절반 수준이다. 비록, ‘디아블로3’에는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전작인 ‘아이온’에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며, 국내 게임 중에서도 가장 많은 개발비로 개발됐다. 이전까지는 400억 원의 개발비를 들인 ‘테라’가 국내 게임 중 가장 많은 금액이었으나, 엔씨소프트가 거액을 들여 ‘블레이드앤소울’을 제작하면서 순위가 뒤바뀌게 됐다.

▲ 김형태의 일러스트로 인해 ‘블레이드앤소울’은 게임성과 함께 보는 재미까지 확보하게 됐다.

드림팀이 만나 거액의 개발비를 들여 제작한 게임인 만큼 ‘블레이드앤소울’은 첫 공개부터 반응이 남달랐다. 2009년 지스타에서 게이머들에 첫 선을 보인 게임 동영상은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벽타기, 상대를 넘어뜨리고 공격하는 마운트 등 화려한 액션으로 이목을 집중시켰고 이로 인해 많은 게이머들이 클로즈베타테스트(CBT)만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관심으로 인해 첫 CBT에서는 테스터 계정이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통해 약 10만원에 달하는 고가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첫 공개 후 4년이라는 기한이 지나고 총 3차례의 CBT를 거치면서 초반 분위기와 달리 혹평도 등장했다,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게이머들에게 다가왔던 신선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무협판 아이온'이라는 말로 폄하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엔씨소프트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게임 마니아층인 하드코어 게이머를 비롯해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라이트 게이머에게까지 공평하게 즐길 수 있도록 플레이 시간에 따라 패널티를 부여하는 활력 시스템을 추가한 점도 ‘블레이드앤소울’이 혹평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이 시스템은 활력을 모두 소모하면 경험치의 10% 밖에 얻을 수 없다. 라이트 게이머와 하드코어 게이머의 평균 플레이 시간이 다른 만큼 서로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주 고객인 하드코어 게이머들 사이에서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결국 공개서비스에서는 활력 시스템을 제외시키게 됐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블레이드앤소울’의 CBT는 약 33만 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면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기존 온라인 게임들의 CBT 테스트 선정 규모가 만 단위였던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비록, ‘디아블로3’도 20만 명이라는 많은 인원을 동원하긴 했지만, 출시 전 약 20일간 진행한 체험판 형태의 CBT였던 만큼 그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 벽을 타고 오르는 등의 화려한 액션은 첫 공개 당시 게이머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했다.

새로운 고객층 확보가 관건
엔씨소프트의 가장 큰 과제는 ‘디아블로3’로 인해 늘어난 게이머 층을 얼마만큼 ‘블레이드앤소울’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다. ‘디아블로3’는 단순한 게임이 아닌 학창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로서 작용해, 한동안 게임을 즐기지 않던 30대 직장인층까지 게임으로 대거 유입시켰다. 이 게임이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디아블로2’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한 것. 이로 인해 ‘디아블로3’ 출시일에 맞춰 직장인들이 연차나 휴가를 사용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일부 IT회사에서는 회사 내 ‘디아블로3’ 금지령까지 내려졌을 정도였다.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층이 늘어났다는 것은 PC방 점유율만 살펴봐도 확인할 수 있다. 게임트릭스의 자료를 살펴보면 ‘디아블로3’의 점유율은 출시 후 30~40%에 달하는 수치를 보이며 급격하게 상승한 반면, 순위권 내 다른 게임들의 사용시간은 출시 전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 같은 시기에 서비스하고 있던 게임들도 ‘디아블로3’로 인해 동시접속자가 급하락하는 현상이 확인되지 않은 것도 게임 시장의 저변 자체가 넓어졌음을 확인해주는 증거로 거론된다.

▲ ‘디아블로3’는 서버장애, 해킹, 아이템 복사, 22시간에 걸친 점검 등 사건 사고도 많았지만 아직까지도 꾸준히 PC방 점유율 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 시장의 저변이 넓어졌다고 해서 엔씨소프트의 고객층도 늘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디아블로3’ 때문에 게임을 다시 시작한 사람들이니 만큼 ‘디아블로3’만 즐기고 다시 게임을 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고객층을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앤소울’로 끌어들여야만 ‘디아블로3’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블리자드가 기존 팬층과 함께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여 첫 시작부터 43만이라는 동시접속자 수를 확보했던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좋아하는 고객층을 포함해 더 많은 수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엔씨소프트의 전작인 ‘아이온’도 초기 동시접속자는 25만 명 내외로, 43만인 ‘디아블로3’의 절반정도 밖에 안 된다.

엔씨소프트가 ‘커스텀마이징’과 ‘소환사’ 등 여성 고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타깃층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밝혔던 바와 같이 '디아블로3로 인해 게임 시장의 넓어진 저변에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이 ‘디아블로3’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서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인 셈이다.

▲ 린족은 귀여운 외형으로 여성 고객층에게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종족이다. 이와 함께 린족만 가능한 직업인 소환사는 고양이의 외형을 가진 소환수도 소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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