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가장 재미있는 것은 불과 싸움 구경이라고 했다. 인간의 가학성을 부각시킨 말이기는 하지만 사실 가장 재미있는 것이 불과 싸움구경임을 부인하기도 쉽지 않다.

IT 업계에도 최근 재미있는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뭐 재미있는 일 없습니까’라고 물으면 여지 없이 ‘늘 똑같죠’라는 답이 돌아오던 IT 업계에 싸움이 일어났으니 모두 눈과 귀를 열고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IT서비스 업체인 SK C&C처럼 큰 덩치들이 벌이는 싸움이라서 더욱 볼만하다.

이번 싸움의 발단은 지방교육행정재정 통합시스템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예산 규모만 해도 500여억원에 달하고 총괄센터 및 16개 시도 교육청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및 보안 솔루션 등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대부분 분야에 걸쳐 있어 IT업계의 관심 프로젝트였다. 원래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시작돼 올해 2월이면 끝났어야 할 사업이 아직도 삽도 한번 뜨지 못하고 논쟁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싸움을 처음 접한 구경꾼들을 위해 잠깐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지난해 10월 말 모두의 예상을 깨고 SK C&C가 LG CNS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기술평가와 제안가격을 고려한 종합평가 결과다. 당시 1, 2위를 차지했던 SK C&C와 LG CNS의 제안 가격차만 해도 120여억원. 한마디로 난타전이었다. 당초 이 프로젝트는 누가 뭐라고 해도 LG CNS의 몫이라고 업계에서는 이미 낙인을 찍은 상황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당시 교육부)는 이른바 LG CNS의 텃밭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SK C&C의 승리는 정말로 의외였다. SK C&C 당시 프로젝트 담당자도 '뒤로 물러서다 쥐 잡은 격'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다.

그렇게 판이 끝났으면 문제거리도 되지 않았을 텐데, 그 후 과정이 개운치가 않다. 교과부가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기술협상 유보를 통보하기 시작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두 차례에 걸친 SK C&C의 우선협상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과 두 차례에 걸친 기술협상이 진행됐다. 물론 결과는 같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제안서상에 문제가 있다며 우선협상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고, SK C&C는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법원에 우선협상을 인정해달라고 통 사정하는 모습이 재현됏다.

현재 교과부쪽은 차순위 우선협상자인 LG CNS와 계약을 체결하려 하고 있으며, SK C&C는 이달 18일 가처분 관련 심문이 열림으로 그 결과를 본 이후에 LG CNS와 거래를 하라는 입장이다.

이번 싸움을 바라보는 관중들을 만나면서 들은 관전 포인트는 간단했다. 교과부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우리 항상 하던 말대로 '공무원이 다 그렇지'라는 선입견이 그대로 재현될 상황이라는 한탄이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교과부는 처음부터 신중하게 선택을 했어야 옳다. 선택이 잘못됐으면 누군가 책임을 지던가, 또 왜 바뀌게 된 정확한 과정과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교과부의 입장에서는 둘 중에 하나 고르면 되는데 왜 이리 말이 많느냐는 입장일 수도 있다. 그건 결코 아니다.

SK C&C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LG CNS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만약 SK C&C를 제치고 LG CNS와 계약을 다시 한다고 치자. 양사가 프로젝트 입찰시 제안했던 가격으로 보면 120여억원 차이가 난다. 어찌됐든 교육과학기술부와 LG CNS가 다시 협상을 하게 되면 적어도 LG CNS의 당초 제안가보다 낮게 진행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행이다. 그렇다면 결국 LG CNS도 당초 제안가보다 손해를 보며 사업을 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래서 둘 다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 구경꾼들의 해석이다.

그 둘만 있는가. 그 아래 붙어 있는 여러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있을 텐데 교과부의 선택으로 온탕에서 냉탕으로, 냉탕에서 온탕으로 밀리고 쓸리고 해야 한다.

교과부 담당자들은 그것을 알고 있을까. IT업체 경영진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국내 IT산업에는 의외성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계획된 대로 사업이 진행되도 어려울 판인데, 갑의 횡포로 인한 의외성이 도처에 깔려 있어 경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교과부 역시 갑이다.  '내가 골랐고, 잘못돼서 좀 바꾸겠다는데 뭐 이리 말이 많느냐'는 것이 기존 갑들이 보여준 행태다. 교과부 담당자들은 어떻게 이번 판을 보고 있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교과부와 SK C&C의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 어디가 '진실'을 기반으로 얘기하고 있는지는 향후 법원의 결정과 역사에 맡겨두자. 현실적으로 이것만은 교과부가 지켜줬으면 한다. 이달 18일 가처분 관련 심문이 법원에서 이뤄지기로 돼 있다.

지난 10일, 일주일만 기다리면 될 것을 교과부는 조달청에 LG CNS와의 계약을 진행해줄 것을 통보했다고 한다. 일주일 더 기다린다고 해서 프로젝트 진행에 문제될 것도 없다. 만약 LG CNS와 계약을 진행하다가 법원에서 판결이 SK C&C에 유리하게 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프로젝트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뭔가 석연치가 않다.

국민의 세금을 갖고 대의 명분하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정부 프로젝트에서 항상 잡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던 만큼 상식적인 선에서 문제 해결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이병희 기자 shake@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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