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사들과 문화체육관광부·한국저작권위원회 등 정부 부처 및 관계기관, 단체들이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권장운동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 국내 SW시장에서 불법복제 SW의 비중은 아직도 40%에 달해 ‘IT강국’ ‘G20 국가’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하고 있다. IT활용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 SW 이용이 만연해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정품 사용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불법복제 SW 피해규모 약 8900억원

 
국내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로 인한 피해액은 2011년 기준 8억1500만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8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국내SW 시장의 40%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 세계 평균 불법복제 비율 42%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지만, 선진국이랄 수 있는 OECD 34개국 평균인 26%와는 비교할 수 없게 높다. 소프트웨어 산업만 놓고 따지면 후진국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난 2000년부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꾸준히 감소, 2007년부터는 40% 초반 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40%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피해액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불법 복제 SW로 인한 피해액은 7억2200만 달러, 작년에는 비율은 거의 같지만 금액은 8억1500만 달러로 9300만 달러, 원화로는 약 420억 원이 늘었다. 박성정 BSA한국 의장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전년과 동일한 결과를 보였지만, 피해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기업에서는 소프트웨어 자산관리(SAM)를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법복제SW 대기업 유통 매장에도 ‘만연’
SW 불법복제가 개인들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이하 BSA)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삼성디지털플라자와 LG베스트샵,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대형 가전유통 매장 전반에 걸쳐 SW 불법복제가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BSA에 따르면 서울, 경기지역 및 5개 광역시(부산·대전·대구·광주·울산) 내 대형 가전유통업체 95개 중 53개 매장에서 PC에 한글과컴퓨터의 '글', 마이크로소프트 'MS 오피스', 어도비 '포토샵'을 불법 설치해 판매 중이었다. 53개 매장 제품에 불법 설치된 SW는 모두 107개에 달했으며, 제품별로는 글(52개), MS 오피스(37개), 윈도(12개), 포토샵(7개) 순이었고,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LG 제품은 물론 소니·HP·레노버 등의 제품 판매 시에도 무차별적인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행해지고 있었다고 BSA는 전했다.

특히 하이마트가 다른 매장에 비해 높은 비율인 16곳 중 12곳 정도가, 테크노마트는 5곳 중 4곳, 롯데백화점은 3곳 중 3곳이 이같은 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직영판매점인 삼성디지털플라자와 LG베스트샵에서도 매장 3곳 중 2곳 꼴로 PC 판매 과정에서 불법복제 SW를 제공했다. 전자랜드는 18곳 중 7곳이 해당됐지만, 나머지 11곳에서는 불법복제 SW 설치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BSA는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유통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기관도 예외는 아냐
정부기관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달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국방부가 약 2000억 원에 달하는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한국MS는 공문에서 “한국군이 사용 중인 소프트웨어 사용료가 210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한국군이 MS의 정품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이에 국방부는 “한국MS가 서버에 접속하는 모든 군 통신망을 MS 소프트웨어 사용자로 보고 있다”며 “육해공군이 한국MS 서버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내부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모두 정품”이라고 반박,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MS가 “국방부와는 본격적인 협의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소송을 거론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공문에 기재된 법적인 수단에 의존하겠다는 표현은 소실 보전을 위한 협의를 촉구하기 위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것”이라며 일부 언론의 ‘강경대응 방침’ 보도를 반박하고, 국방부도 “MS가 지난 2009년부터 육군에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일방적으로 책정해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양측 간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 BSA와 SPC가 '소프트웨어 저작권 비전 2020' 행사를 통해 2020년까지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20%대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정품SW 사용, 4조원 생산 파급효과
그렇다면 소비자가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적 측면이 아닌 개인인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당장 가장 큰 이유는 ‘강화된 법’을 들 수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소프트웨어와 같은 무형의 자산에 대한 저작권법이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바뀌었다. 이는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체벌이 되지 않던 제도에서 제3자가 신고해도 죄가 적용되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이로 인해 한미 FTA 발효 전부터 무분별한 고소로 인해 소위 ‘고소 폭탄’을 맞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각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단속 보다는 정품 사용 권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법복제 SW 사용에 대한 리스크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각 업체들도 여전히 불법복제 SW 단속을 진행하고 있고, 단속에 적발될 경우 통상 정품 구입비에 더해 정품의 75%에 달하는 ‘합의금’을 내야 하는 만큼, 경제적인 면을 감안하더라도 차라리 정품을 구입해 아용하는 게 낫다. 고가 제품 등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이 또한 저렴한 국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프리웨어를 찾는 게 지혜로운 SW 사용자의 자세일 것이다.

서강대학교 시장경제연구소가 한국SW저작권협회와 사무용SW연합회의 요청으로 실시한 연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정품 SW를 사용해 SW불법복제가 10% 줄어들 경우 전체시장규모가 적게는 7313억 원에서 크게는 1조 6999억 원까지 증가한다. 이는 2007년과 비교해 시장규모가 17~39% 증가함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정품사용이 관련 산업 사활 좌우
SW산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시장을 살펴보면 불법복제 SW 사용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 현재 국내 PC게임은 거의 온라인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패키지게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유명했던 패키지 게임 개발사 중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는 소프트맥스 정도이고, 이 회사마저도 ‘SD건담캡슐파이터 온라인’을 개발하고 차기작으로 ‘창세기전 온라인’을 준비하는 등 온라인 게임 사업으로 영역을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게임 개발사의 경우 한글화를 포기하거나 자막이나 매뉴얼만 한글화해서 출시할 정도로 국내 게임 시장에서 패키지 산업은 사장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작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 있는 패키지 게임이라도 정식 판매량이 10만 단위를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머지 대다수는 불법복제품을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게임 강국의 면모에 맞지 않는 모습이다.

만약 불법복제 SW가 줄고 정품 SW 사용 문화가 정착된다면 사장되다시피 한 국내 패키지게임 시장에도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게임 시장이 패키지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즐길 수 없는 패키지 게임만의 매력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 SPC는 소프트웨어자산관리사 양성을 통해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SW불법복제 줄면 고용창출 효과 ‘쑤욱’
불법복제 SW가 줄게 되면 SW산업이 발전하면서 그 만큼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게임 포함) 불법복제가 5% 감소할 경우 1만1500여명(BSA-IDC-SW진흥원)~1만4600여명(저작권위원회-저작권단체연합회) 규모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10% 줄어들면 2만3000여명~2만9000명가량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정품 SW를 사용하면 제품 생산이 늘어나 국내 SW 산업이 발전하고, 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불법SW 단속보다는 정품 사용 권장에 주력

▲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용산전자단지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며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장려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협회는 소비자들의 정품SW 사용 문화 안착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문화부는 정품SW 사용을 권장하는 공익광고와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품할인 행사와 모법 기업 표창 등을 통해 불법복제 SW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저작권협회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SW를 관리하는 SW자산관리사 양성 교육과 함께 기업 내 설치된 SW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무료 제공해 기업의 정품 사용을 권장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품 교육과 저작권 골든벨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 등 정품SW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정품SW 사용에 대한 인식이 미비해 무의식적으로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무분별한 단속보다는 정품 SW 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불법복제 SW를 줄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불법복제 SW가 주로 유통되는 웹하드와 P2P 사이트의 경우 웹하드는 웹하드 등록제를 통한 단속이 가능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단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정부가 정품 SW 사용 권장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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