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발표됐던 영상회의 시장의 명품 솔루션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가 아직도 제품 박스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용 문제다. 특히 사용자 입장에서는 구축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유지보수 비용이 더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텔레프레즌스는 고화질의 영상화면에 원격지 사람들과 마치 회의탁자 맞은편에서 회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모든 요소들을 토털 솔루션으로 제공해준다. 이런 특성상 반드시 양쪽 사이트에 함께 구축해야 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도입비용이 적게는 2억 원에서 많게는 8억 원까지 든다. 여기에 한 사이트당 최소 월 300만원 이상의 운영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가격이다.
전우진 폴리콤코리아 사장은 "고객들이 텔레프레즌스 솔루션이 얼마나 좋은지는 잘 알지만 인테리어까지 포함되는 솔루션이기에 가볍게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 현재로선 구축 비용보다도 유지보수 비용에 더 예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텔레프레즌스를 선보인 업체는 시스코시스템즈(텔레프레즌스 미팅), HP(할로 협업 스튜디오), 폴리콤(리얼프레즌스 익스피리언스 HD), 탠드버그(익스페리아)로 총 4군데다. 이들 모두 현재 텔레프레즌스는 '관심만 높은 솔루션'이라고 답하고 있다. 텔레프레즌스 솔루션이 구매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적게 보고 있는 셈이다.
이들 업체에게는 가격뿐만 아니라 또 다른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텔레프레즌스 솔루션은 기본적으로 10메가 이상의 높은 네트워크 대역폭이 필요한데 영상회의 개념의 솔루션에 기업이 이 정도를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또 최근 도입이 활발해 지고 있는 HD 화상회의 솔루션이 이들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당초 기존 화상회의 시장과는 별개의 솔루션으로 선보였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용도 측면에서 같기 때문에 별반 다르게 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런 사용자 인식 전환도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가장 활발히 텔레프레즌스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자사 사무실에 전용 면적 80여평의 UC 데모센터를 설치해 텔레프레즌스 솔루션을 직접 체험해 볼 수있는 장을 마련해 놓고 있다. 다른 업체들이 텔레프레즌스 솔루션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지 않은 반면 시스코는 통합커뮤니케이션(UC) 시장 선도와 함께 텔레프레즌스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경호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이사는 "텔레프레즌스를 직접 체험한 몇 기업에서는 현재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며, "고객들이 기존의 화상회의와 비교 검토 해보고 예산 잡아 실행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 연말이 돼야 실질적인 사례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업체들이 우선적으로 타깃하는 시장은 투자여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이다. 적게는 30군데 많게는 80여 군데를 예상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업계 통틀어 5군데의 고객만 확보해도 성공적인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올해 초 이들이 제품 출시 당시 내비쳤던 시장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올해 말에도 남아 있을지 궁금해진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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